호남, 민주당 중진 완전 '물갈이'...민주 '몰락'

우리당, 31곳 중 25곳 석권-광주·전북 싹쓸이... 민주, 전남서 5석

등록 2004.04.16 01:58수정 2004.04.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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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호남민심은 민주당을 심판하고야 말았다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기표소 밖에서 줄을 서 있다.

호남민심은 민주당을 심판하고야 말았다15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초등학교에 마련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기표소 밖에서 줄을 서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민주당이 결국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호남에서도 민주당은 겨우 5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지역 총 31개 지역구에서 열린우리당은 광주 7개 지역구와 전북 11개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다만 전남지역 13개 지역구 중에서 민주당은 5곳에서 당선됐다. 또 호남지역서는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나선 최인기 전 행자부장관이 전남 나주.화순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우리당은 광주지역서 동구에 양형일 후보를 비롯해 염동연(서구갑), 정동채(서구을), 강기정(북구갑), 김태홍(북구을), 지병문(남구), 김동철(광산) 등 우리당 후보 전원이 당선됐다.

또 전남지역 13개 지역구 중 7개의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전남지역에서는 김성곤(여수갑), 주승용(여수을), 서갑원(순천), 우윤근(광양구례), 신중식(고흥보성), 유선호(장흥영암), 이영호(강진완도) 등 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은 무안신안(한화갑), 담양장성곡성(김효석), 함평영광(이낙연), 목포(이상열), 해남진도(이정일)에서 당선돼 호남지역에서 5석에 그쳤다.

우리당은 전북지역 11개 지역구에서 장영달(전주 완산갑), 이광철(전주 완산을), 채수찬(전주 덕진), 강봉균(군산), 한병도(익산갑), 조배숙(익산을), 김원기(정읍), 이강래(남원 순창), 최규성(김제완주), 정세균(무주 진안 장수 임실), 김춘진(고창부안) 등 전 지역구를 석권했다. 한편 호남지역 31개 지역구에서 정치신인 당선자(초선의원)는 모두 17명에 이른다.


a "우리당 만세!"15일 저녁 우리당 광주지역 당선자 7명과 당원들이 광주 전 지역구 석권에 환호하고 있다.

"우리당 만세!"15일 저녁 우리당 광주지역 당선자 7명과 당원들이 광주 전 지역구 석권에 환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a 심각한 민주당 당원들 민주당 당원들이 광주시당 사무실에서 낙담한 표정으로 방송사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심각한 민주당 당원들 민주당 당원들이 광주시당 사무실에서 낙담한 표정으로 방송사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후

'호남물갈이' 대상, 김옥두·박상천·정균환 모두 고배

애초 민주당의 상승세로 고흥보성 지역구 민주당 박상천 후보, 장흥영암 김옥두 후보, 전북 고창부안 지역구 정균환 후보 등은 경합이나 경합우세를 점치며 신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낙선했다. 광주 남구 강운태 후보 역시 우리당 지병문 후보와 막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또 7선고지에 도전했던 김상현 민주당 후보 역시 정치신인 우리당 강기정 후보의 득표율에 미치지 못해 낙선했다.


호남지역 총선의 관점 포인트 중 하나였던 '호남중진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왔고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장의 공천 취소 파동을 겪기도 했던 전남의 김옥두·박상천 후보, 그리고 전북 정균환 후보는 결국 표심에 의해 '물갈이'됐다. 반면 탄핵 역풍 속에서도 지역구를 수성한 한화갑, 김효석, 이낙연, 이정일 의원 등은 대체적으로 지역에서는 크게 민심을 잃지않았으며, 민주당 내에서 그나마 개혁적인 성향으로 분류된 현역의원들이다.

한때 민주당은 소위 '추풍' 효과로 막판 뒤집기를 기대했지만 한-민 공조에 대한 호남민심의 실망감을 누그러뜨리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호남지역에서 민주당의 사실상의 몰락은 다름 아닌 5공과 6공세력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과의 공조에 의한 대통령 탄핵안 주도에 있었다.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추풍'이 '탄핵역풍'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호남지역에서 일당독점 정당으로서 민주당은 지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민심 이반을 가져왔다.

a 호남물갈이론의 대상이 됐거나 4선 이상 민주 중진들은 모두 낙선했다 낙선한 박상천,정균환,김옥두,김충조, 김상현 민주당 의원(왼쪽부터)

호남물갈이론의 대상이 됐거나 4선 이상 민주 중진들은 모두 낙선했다 낙선한 박상천,정균환,김옥두,김충조, 김상현 민주당 의원(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우리당 전남도당 주승용 위원장은 "3.12 의회 쿠데타 세력을 심판할 것"이라며 "또 지역주의와 부패정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집권여당으로서 참여정부와 국가균형발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동구에서 당선된 양형일 당선자는 "17대 총선의 결과는 한-민공조에 대한 탄핵세력에 대한 호남민심의 심판이다"면서 "우리당이 시대정신과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망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전남지역 5석'에 대해 그는 "당선된 분들은 정치적으로 그래도 개혁적인 분들이고 사실상 정치 성향으로 보면 우리당이 지향하는 것과 부합하는 분들이다"면서 "그런 측면을 유권자들이 평가해 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선의 기쁨보다는 앞으로의 걱정이..."
'탄핵역풍'에도 살아남은 민주당 후보들

살아남은 민주당 후보들 한화갑·김효석·이낙연·이정일 민주당 의원과 이상열 당선자(왼쪽부터)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강력한 '탄핵역풍'에도 살아남은 민주당 의원은 전남 김효석(담양·곡성·장성), 한화갑(무안·신안), 이낙연(영광·함평), 이정일(해남·진도) 후보. 또 현역의원이 아닌 후보 중에는 목포의 이상열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됐다. 전북에서 민주당은 단 한석도 얻지못했다.

당초 선거초반 탄핵역풍에 당황하던 민주당 지도부는 막판에 불어온 '추풍'에 희망을 걸어 호남지역에서 12석+α 를 희망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민주당에게 냉혹한 판결을 내렸다. '참혹'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패한 민주당은 그나마 5군데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다.

호남에서 민주당의 패인은 '탄핵역풍'과 '전략적 선택'의 합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삼보일배에 동정론 등으로 표심이 '꿈틀'했지만 한나라당의 제1당화 저지가 주목적인 '전략적 선택'에 의해 민주당보다는 가능성이 확실한 열린우리당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

'탄핵역풍'에 골머리를 앓던 민주당 후보들은 선거기간 동안 '인물론' 및 '일꾼론'으로 총선구도를 지역상황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즉 "이번 총선은 대선이 아닌 지역을 대표해 발전시킬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미시적 시각으로 탄핵역풍을 비껴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런 후보들의 노력은 당선이 유력시되는 이정일(해남·진도) 후보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후보는 "인물과 정책 중심의 선거를 치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아 뭐라 말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 후보는 선거기간동안 탄핵역풍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열린우리당이 무슨 실력이 있어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겠느냐"며 탄핵역풍에 편승한 열린우리당의 '어부지리'를 꼬집기도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패인을 "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로 돌렸다. 이 후보는 "국민의 의견을 읽지 못하고 서청원 석방결의안 등 한-민공조부터 단추를 잘못 채웠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당선유력이라는 출구조사의 기쁨보다는 "민주당의 앞날이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총선에서 현역의원이 아닌 후보로 유일하게 당선된 목포의 이상열 후보 역시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입을 열었다. 이 후보는 "국민들의 의사를 겸허하게 국정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민주당의 패인을 들었다.

이 후보는 선거기간 힘들게 한 탄핵역풍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탄핵사태로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 불안감을 느껴 선거운동 기간 내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만약 출구조사 결과대로 당선이 된다면 민주당을 환골탈태시키는데 일조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광·함평 선거구의 이낙연 후보는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총선 패배의 원인을 "기본적으로 분당의 충격과 탄핵안 가결에 잘못 임한 것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이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담담하지만 앞으로 정계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많은 먹구름이 몰려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출구조사 결과 당선이 유력하게 예상되는 민주당 호남지역 후보들은 기쁨을 보이기보다는 민주당의 패배와 미래가 교차하는 듯 어두운 표정들이었다. / 이승후 기자

<화제>최규성·이경숙 '부부 의원' 탄생
남편은 지역구, 부인은 비례대표에 당선

부부 출마로 관심을 모았던 열린우리당 최규성(전북 김제완주)·이경숙(비례 5번) 후보 모두 당선돼 화제다.

'부부 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부인 이경숙(51)씨는 우리당 비례대표 5번으로 일찌감치 당선을 확보한 상태였다. 남편 최규성(54)씨는 우리당 전북 김제·완주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애초 전북 김제·완주 지역구는 우리당 전북도당에서도 경합 지역구로 분류해 접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최규성 후보는 51.0%의 득표율을 보여 10.6%에 그친 민주당 오홍근 후보를 크게 앞섰다. 부인 이경숙 후보는 상위 순번을 받아 당선, 부부 의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최규성 후보는 사업가 출신으로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후보 김제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이경숙 후보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우리당 창당 당시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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