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있는 사람은 만날 수 없는 '꽃마리'

파스텔톤 눈화장과 연분홍 볼 연지를 찍고 피어나는 꽃마리

등록 2004.04.18 20:57수정 2004.04.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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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꽃마리

꽃마리 ⓒ 양주승

봄이 되면 산과 들에 피어나는 야생화 가운데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피어나는 심술궂은(?) 개망초가 있는가 하면 곱디 고운 하늘색 파스텔톤 눈화장과 연분홍 볼 연지를 찍고도 그 모습이 너무 작아 애닳은 꽃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들꽃 중 가장 작은 꽃. 그 이름 ‘꽃마리’입니다.

a 꽃마리

꽃마리 ⓒ 양주승

꽃마리는 꽃이 성냥알보다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도 어렵고 귀엽고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연한 하늘색 꽃잎에 물기 어린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게되면 그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올 것입니다.


지난 주말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축제에 가는 길에 만난 꽃마리를 함께 동행한 친구에게 보여주었더니 “어머 쪼그만 게 갖출 건 다 갖췄네”하며 놀라워 하더군요. 우리가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면 그때부터 전혀 다른 모습,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만나게 됩니다.

a 꽃마리

꽃마리 ⓒ 양주승

꽃이 피기 전 도르르 말려있는 꽃마리의 꽃망울은 연한 핑크색입니다. 그 핑크빛 색조가 날개를 펴면서 하늘색으로 변해갑니다. 앞만 보고, 높은 곳만 쳐다보는 사람은 결코 만날 수 없는 꽃이랍니다. 고개를 숙이고 보듬고 쓰다듬어야 만날 수 있는 꽃마리입니다.

a 꽃마리

꽃마리 ⓒ 양주승



도르르 말려 있는 꽃봉오리
마음을 닮아 연분홍인데
설레는 가슴 피어 보면
아무도 보지 않는 서러움에
하늘을 좇아 파란색이다 .

서 있는 사람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작은 꽃
가슴 한가운데엔
그래도 버릴 수 없는
노란 꿈을 부여안고
실바람에도 꽃마리 가로눕는다.

-시인 김종태님의 꽃마리-



a 꽃마리

꽃마리 ⓒ 양주승

꽃마리는 전체에 짧고 굵은 털이 있으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꽃이 피기 전 핑크색으로 도르르 말려있다가 피면서 풀어진다고 ‘꽃마리’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꽃이 2-3mm 정도로 쌀알보다 약간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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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을 깨뜨리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없는 것" 좌우 날개가 함께 날개짓 함으로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비약할 수 있습니다. 가로막힌 벽, 닫힌 문만 바라보았던 마음의 눈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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