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15

공자라고 불러도 되나요? (3)

등록 2004.04.23 10:38수정 2004.04.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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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杭州)의 아름다운 호수 서호(西湖)의 남쪽에는 용정산이 있고, 그 산의 기슭에는 용정촌(龍井村)이란 마을이 있다.

천하제일차로 불리는 용정차는 이곳에서 생산되는데 사봉(獅峯), 옹가산(翁家山), 운서(雲栖), 호포(虎跑) 그리고 매가오(梅家塢)라는 곳에 찻잎을 채취한다.


이것은 청명(淸明) 이전에 딴 찻잎이 최상품이며 명전(明前)이라고 부르고, 그 다음이 곡우(穀雨) 이전에 딴 찻잎으로 우전(雨前)이라 부른다.

이 가운데 극상품은 청명 이전에 사봉에서 채취한 것으로 명전사봉용정이라 부르며 그야말로 부르는 것이 값인 귀물이다.

이것 한 근을 만드는데 무려 오만여 개의 어리고 여린 찻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두 근에 삼백 냥(천오백만 원)이나 하는 것이다. 용정차에는 여러 전설이 있다.


그 첫째는 용정산 용정사 주지 승장선사에 얽힌 전설이다. 그는 놀라운 법력으로 수많은 이적(異蹟)을 행한 신승이었다. 그는 이 용정차를 늘 부처님께 공양드리고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목을 축이고 가게끔 배려를 하였다.

어느 날 호호백발 노파가 와서는 용정차를 보시(普施)하기를 원하였다. 스님은 기꺼이 차를 내어놓았다. 그날 저녁, 꿈을 꾸었는데 문수보살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달여준 용정차는 잘 마시었네. 이제부터 그대가 원하는 원력대로 사바세상으로 나아가 중생들의 어두운 가슴에 등불을 밝혀 주는 일을 하게나.”

차를 청했던 노파가 바로 문수보살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덕목인 성실함과 훌륭한 인격, 창의력과 결단력, 그리고 포용력까지 두루 갖춰 성군으로 추앙 받는 청나라 황제 강희제(康熙帝)에 얽힌 전설이다.

천자가 된 그는 민심을 살피려 단 두 명의 신하만을 대동한 채 변복(變服)을 하고 항주로 밀행(密行)을 한 적이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항주 부사(府使)는 자신을 찾은 서생을 대접한다면서 용정차를 내왔고, 담소를 나누자 하였다. 주인인 그가 상석에 앉았고, 천자인 강희제는 신하들과 동석을 한 채였다.

항주 부사가 차를 권하자 강희제는 차를 마셨지만 두 신하는 찻잔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어찌 신하된 도리로 감히 천자와 동석하여 차를 마실 수 있겠는가!

이 모습을 본 항주부사는 대접이 소홀하여 그런 것이냐며 결례된 것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라며 몸둘 바를 몰라하였다. 그러면서 연신 차를 마시라고 권하였다.

이때 강희제는 과연 신하들이 어찌할 것인지를 두고보겠다는 듯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었기에 두 신하는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잠시 후 한참을 망설이던 신하 가운데 하나가 손가락 세 개로 차탁(茶卓)을 세 번 두드린 후에 차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머리와 양팔을 상징하여 세 번 절했음을 표한 것이다.

천자와 두 신하만이 알고있었던 이 사실이 후대에 전해졌기에 술이나 차를 권하면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는 것이다.

“어머! 아시는군요. 호호! 이건 방주에 취임하신 것을 감축드리는 의미에서 소녀가 준비한 정성이옵니다. 말씀 안 드려도 어렵게 구한 건 줄은 아시죠? 호호! 그러니 천천히 맛보세요.”

섬섬옥수(纖纖玉手)로 앵두같은 입술을 살짝가리며 교소(嬌笑)를 터뜨리는 남궁혜의 모습은 전과 사뭇 달랐다.

전에는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연하게 분칠도 하고 머리에도 기름을 바르고 있었다. 게다가 화사한 빛을 내는 연황색 궁장을 걸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곱게 정리한 머리에는 용두옥잠(龍頭玉簪)이 꼽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귀한 물건인 듯 싶었다. 손가락에는 강옥(鋼玉 :사파이어)으로 만든 지환(指環 :반지)이 끼워져 있었는데 이 역시 한두 푼으로는 만져볼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장일정이 무천의방의 방주가 되고 남궁혜가 좌승지가 되자 무림의 명문세가인 남궁가의 가주가 친히 무림천자성을 찾았다.

명목은 철룡화존을 알현하기 위함이라 하였으니 실상은 가문을 빛낸 남궁혜에게 치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가주는 남궁혜에게 언제든 남궁가로 돌아와도 좋다면서 많은 재물을 남기고 떠났다. 그러면서 말하길 무천의방의 신임방주인 소화타 장일정을 반드시 낚으라 하였다.

신년하례식 때 구부시로부터 환세음양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때문이다. 그것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만 있다면 이름만 유명하지 실상은 퇴락한 가문인 남궁세가를 중흥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방문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의 방문이 있었기에 남궁혜가 오늘과 같이 치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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