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먹고 나서 미륵산 입구로 이동을 했습니다. 점심 먹은 뒤의 나른함 때문에 미륵산 올라가는 건 포기했습니다. 산을 오르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 아래 밭둑을 따라 한참을 걷던 아내는 홑잎을 찾아 뜯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곡식이 심겨지지 않은 밭에는 달래가 여기저기 보이더군요. 나뭇가지 하나 주워 꼬챙이를 만들어 달래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계곡을 찾아 내려가서 물장난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홑잎을 따던 아내가 다가왔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홑잎 무쳐 반찬 만들고 달래 넣고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놓으면 밥맛이 절로 날 거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 정도면 저녁 찬거리는 충분하니 그만 일어서자고 했습니다. 아내의 말대로 일어서서 계곡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갔습니다. 녀석들은 열심히 계곡에 있는 돌을 뒤집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가재를 잡는다는 것입니다.
한번도 가재를 잡아본 적이 없는 녀석들이 가재를 잡겠다고 설쳐대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가재를 잡기는커녕 가재 다리에 물려 살려달라고 울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가재 잡으러 가서 할머니가 잡아놓은 커다란 가재를 만져보다 손가락을 물려 엉엉 울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자지러질 듯한 아픔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설쳐봐야 가재를 잡지 못할 거라는 내 예감은 보기 좋게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준수 녀석이 여봐란 듯이 가재를 잡은 것입니다.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여준 그 가재는 새끼 가재였습니다. 뒤이어 광수 녀석도 가재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역시 작고 귀여운 가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