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도 그랬다. 거리엔 왜 그렇게도 구급차가 많은지,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구급차가 보였다. 빨간색 사이렌이 맹렬한 기세로 돌아가는 구급차를 볼 때면 마음이 불안해졌다. 혹시라도 아버지가 아프신 건 아닐까, 집으로 얼른 전화를 걸곤 했다.
아버지의 병명은 간암이었다. 간암이 점점 진행되자 간성 혼수가 찾아왔다. 간성 혼수란, 간이 해독작용을 하지 못해 독성이 온몸에 퍼지는 증상이었다. 그래서 의식이 혼미해지고 심지어 발작이 일어났다.
아버지는 항암치료를 거부하셔서 특별한 치료를 받을 수 없었지만 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야 했다. 아버지는 병원에 계시는 걸 싫어하셔서 몸이 조금만 나아지셔도 집으로 돌아가자고 조르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던 구급차 안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구급차가 내달릴 때 아버지의 얼굴 위로 명멸하던 가로등 불빛의 애처로움이 떠오른다. 혼잡한 도로 사정으로 억장이 무너지던 그 마음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사이렌을 켜고 양보를 부탁해도 길을 비켜주지 않던 자동차들을 향한 울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