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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차를 보며 행복해하는 딸 ⓒ 이효연
딸아이가 엊그제로 만 두돌이 되었다. 요즘 들어 아이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엄마의 행동 하나하나를 흉내내기 바쁘다. 내가 화장을 하면 저도 붓을 들고 거울 앞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면 싱크대 옆에서 물장난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저라면 꿈뻑 죽는 시늉까지 하는 아빠를 평소에는 나보다 더 따르지만 유독 흉내의 모델로 삼는 것은 바로 나이다('쉬'하는 모습만은 이상하게도 아빠를 따라하려한다). 저도 엄마와 같은 여자란 사실을 아는 것일까?
최근 아이는 인형놀이에 큰 관심을 보인다. '엄마노릇'에 아주 큰 흥미를 보이며 멀쩡한 인형을 나무라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며 열중한다. 조금만 지켜보면 평소 딸아이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완벽하게 재현된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눈을 부릅뜨고 나무라는 장면, 간지럼을 태우며 뽀뽀세례를 퍼붓는 장면, 자장자장 잠재우는 장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
오늘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내 눈길을 잡아끄는 장난감을 발견했다. 작고 앙증맞은 어린이용 장난감 유모차. 가격은 1만1500원이었다.
놀이방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몇 시간째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유모차를 밀고 다닌다. 비록 어리지만 여자아이인지라 모성본능이 있는 것일까? 인형 아기에게 유모차가 생긴 것이 너무나 기쁜 모양이다. 정말 행복한 표정이다. 나도 행복하다. 오늘 내가 찾은 만원 한 장의 행복이다.
아이를 보며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리다 보니 문득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자녀와 함께 극단의 길을 선택한 부모들 생각이 난다. 죽음 앞에 언제나 '비정한 부모'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사람들….
그들의 선택과 처지에 대한 비난이나 동정에 앞서 자식을 둔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난 지금 그들에게 한없는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 오늘 내가 맛 본 만원 한 장의 행복은 분명 그들이 죽기까지 갈망했던 '내일의 희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른 땅을 다독이며 오랜만에 단비가 내리고 있다. 내 아이마냥 만원짜리 장난감에 너무나 행복해하며 기뻐했을, 그러나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버린 슬프고 작은 영혼들의 넋을 오늘밤 이 비가 어루만져 주기를 엄마의 마음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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