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소유지분 제한 논쟁 불붙나

<문화일보> 이신우 논설위원 기명칼럼 통해 정면 반박

등록 2004.04.28 17:41수정 2004.04.2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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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선닷컴>은 28일 오후 해당 기사를 톱기사로 실었다.

<조선닷컴>은 28일 오후 해당 기사를 톱기사로 실었다. ⓒ 조선닷컴 화면


이신우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28일 '매스컴 감상법' 제하의 칼럼을 통해 최근 언론개혁의 한 방법론으로 제기되고 있는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언론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7대 총선 뒤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언론사 소유지분제한'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칼럼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이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그간 소유지분제한을 골자로 한 정기간행물등록법(정간법) 개정 등 언론개혁에 거부감을 나타내온 <조선일보>는 문화일보 칼럼이 실리자 마치 기다렸다는듯 이를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더욱이 문화일보가 '안티조선운동'에 대해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의 조선일보 몰아내기 움직임이 완전히 인민재판 수준에 도달했다, 비이성적 행태가 심각하며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역비판하자 이를 대대적으로 인용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선닷컴>은 이날 오후 「"조선일보 비판, 인민재판 수준 도달"」이라는 제목으로 문화일보 칼럼을 톱기사로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첫 기사에서는 두 문단짜리 기사로 썼다가 30여분 뒤 대체기사를 실으면서 과거 조선일보 행태를 비판한 대목을 추가시켰다.

"방송이라는 '공공재산의 사유화' 행위는 왜 말하지 않나"

이 위원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앞으로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으로 쓴 칼럼에서 소유지분제한 등 정기간행물법 개정 주장과 우리 사회의 조선일보 비판운동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나타냈다.


그는 무엇보다 언론사 소유지분제한론을 '사유재산의 공유화'에 빗대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산권 침해 및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게 된다는 게 그의 반대 이유이다.

이어 민주노동당의 언론사 소유지분제한 개정 주장에 대해 "60년대의 일본 매스컴은 진보세력이 완전히 장악했고 보수 진영의 학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해야 했으나 이 때에도 사유 재산권을 부정하는 짓은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TV방송의 사유화 행위는 왜 문제삼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권영길 대표에게 "진보의 색깔을 띠고 있으니 눈감아주자는 것이냐"며 "주인이 없거나 국가지분의 매스컴 구성원들이 일제히 진보를 내거는데는 조직내 권력을 누가 장악하는가라는 중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구독했던 중앙일보 대신 평생 비판해온 조선일보로 바꾸기로 작정했다는 결심도 공개했다. 그는 구독신문 변경 이유에 대해 "중앙일보가 예전과 달리 논조가 흔들리고 뒤로 빠지려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개인적 판단"과 "우리 사회 일부세력의 조선일보 몰아내기 움직임이 완전히 '캥거루 코트(인민재판)'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들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만 무너지면 이 나라의 보수는 토대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 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이라며 안티조선운동을 성토하던 그는 "일부 시민단체와 TV방송의 조선일보 공격수법은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조선일보를 보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그는 과거 조선일보 행태를 두고 "거두절미의 사실왜곡, 은폐, 선동, 심판 안보는데서 눈찌르기, 동의할 때까지 잠 안재우기" 등 매우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또 "요즘 매스컴 전문지에는 매일 수구세력-조선일보의 공세에 굴할 수 없다는 제목이 춤추고 있다, 누가 누구의 공세에 굴할 수 없다는 것인지 헷갈리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구세력이 공세적인가, 아니면 수구세력이 돌아올 경우 향유해온 달콤한 권력을 잃을까봐 두려운 것인가"라고 묻고는 '이 나라에는 부패한 보수와 교활한 진보만이 판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는 한 언론계 원로의 말을 인용, 칼럼을 마무리했다.

필자 이신우 위원은 53년생으로, 서울경제와 국민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국제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99년 문화일보로 자리를 옮겼다. 문화일보에서 동경특파원과 국제부장을 거쳐 현재 포럼담당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이신우 논설위원 "신문은 시장에 맡겨라"
[인터뷰] "<조선> 논조 원하지 않으면 사지 않으면 된다"

▲ <문화일보> 28일자 시론.
28일 '매스컴 감상법'이라는 칼럼으로 <조선닷컴>의 톱 기사에 오른 이신우 <문화일보> 논설위원. <오마이뉴스>는 같은 날 오후 전화통화를 통해 이 위원이 이번 칼럼을 쓰게 된 배경을 직접 들었다.

- 칼럼이 '권영길 선배'로 시작되던데, 같은 신문사에서 근무했는가.
"아니다. 그냥 언론계 선후배로서 알고 있는 정도이다."

- 결국 언론사 소유지분제한 주장을 반대한다는 것인가.
"시민사회가 태동할 때 기본 요건이 3가지였다고 본다. 자유와 평등, 재산권이 그것이다. 자유와 평등의 개념은 사회체제에 따라 논란이 있지만 양측 모두 인정하는 게 재산권이다. 재산권을 부정하는한 시민사회 성립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 그러나 언론에는 공공의 성격도 분명 있지 않는가.
"물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공공의 성격이 개인의 재산권까지 침해할 정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신문도 하나의 상품이다. 신문사는 신문이라는 상품을 제조, 시장에 내다 팔고 이익을 남겨서 구성원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상법상 조직체이다. 자기 신문 논조에 호응하는 독자에게 신문을 파는 것이다."

- 신문과 방송의 공공성을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신문과 방송은 다르다. 신문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개인일 뿐이다. 그러나 방송은 국가 지분이나 공공차원으로 설립된 조직체이므로 사적 소유와 성격이 다르다. 만약 조선일보 논조를 원하는 않으면 신문을 사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KBS의 경우 방송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신료를 강제로 낼 수밖에 없다."

- 사적 소유의 신문이라고 하더라도 언론으로서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공공적 성격에 대해 언급되는 게 아닌가.
"신문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 과거처럼 사회여론을 리드하지 않는다. 뉴스와 매체의 범람 속에 한 귀퉁이에 몰려있을 뿐이다. 지금 조선일보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누가 눈하나 꿈쩍이나 하는가? 하지 않는다. 세상이 크게 변했다."

- 조선닷컴이 칼럼을 인용하면서 처음에는 과거 조선일보 행태를 비판한 대목이 없었다. 대신 최근 조선일보 비판이 인민재판 수준이라는 부문만 언급됐는데.
"그런가? 과연 조선일보답다(웃음). 거두절미식 보도를 한 것이다."

- 안티조선운동 방식 중 '조선일보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고 비판했는데.
"최근 들어 방송이 조선일보를 훑고 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문화일보나 KBS, MBC, SBS 등 어떤 대상이든 똑같은 약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만 집요하게 타격 대상으로 삼으면 그 비판취지에 공감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 17대 국회에서 언론개혁이 주요 화두가 될 듯하다. 언론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치인들이 일반 소비자보다 언론문제를 더 강하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언론, 특히 신문은 소비자가 상품으로서 판단하고 처분하는대로 갔으면 한다. 언론개혁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지 정치인들이 피해자인양 작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선일보가 상품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지금의 안티조선 운동처럼 시장의 제재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 칼럼에서 중앙일보 논조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구독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무엇이 달라졌다는 것인가.
"일례로 중앙일보는 그동안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리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애초 논조와 달리 정치권의 타협을 언급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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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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