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문제는 '학원'이 아니라 '강남'입니다

신승렬 기자의 <문제는 강남이 아니라 학원입니다>를 읽고

등록 2004.05.01 19:17수정 2004.05.0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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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렬 기자는 김혜원 기자의 <강남 엄마와…> 기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문제는 강남이 아니라 학원입니다>라는 기사를 썼다. 신승렬 기자는 나름대로 타당한 의견을 개진하였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은 한 마디로 극장에서 모두가 서서 보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앉으면 편하게 볼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의 결론은 모든 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를 지시하는 것일게다. 이런 결론은 내리기는 쉽지만 실천과 실행이 문제이다. 한국의 '피 터지는 경쟁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학원에 다니지 않는 상황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상황이다.

지금 안병영 교육부 장관이 EBS 강좌를 하면 학원 강의를 듣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발상이나 신승렬 기자의 결론은 닮은 면이 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본인은 울산에서 학원 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EBS 강좌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더 늘려 줄 뿐이지 사교육을 근절시키지 못한다. 언론에서 전국 각 지역에서 학생들이 EBS 강좌를 꽤 많이 신청했다는 것을 뉴스로 다루지만, 그 뉴스는 잘못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EBS 강좌를 신청해서 들으면서도 학원을 다닌다. 결국 더 많은 학습 부담에 시달린다. 당장 본인에게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주변의 다른 학원 강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신승렬 기자나 안병영 교육부 장관, 그리고 김혜원 기자조차도 주장을 하며 공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은 사교육은 나쁘다는 것이다. 왜 무턱대고 사교육은 '악마'와 같은 것이라고 하는지에 대한 찬찬한 검토가 없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사교육은 있다. 학습의 부담이 없는, 다시 말해서 학벌 위주의 사회 환경이 아닌 곳에서도 사교육은 있다. 사교육은 공교육과 함께 우리나라 교육의 양대 축이다. 그런데도 작금의 인식은 "사교육=처단 대상"이라는 것이다.

사교육은 공교육을 통해서 충분한 학습 성취를 못한 학생들에게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 형태이다. 그런 기회가 없다면 학생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데, (사실상 학교 선생님이 일일이 학생들에게 보충해 줄 순 없다) 그것은 모든 학생들이 그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사교육을 몰아내려 하나? 그것은 강남 때문이다. 학원이 문제가 아니라 강남에 있는 고액 과외 학생, "내 아이만은 남들보다 더 특별하게"를 외치는 강남 엄마, 이에 더하여 그들을 현혹시키는 쪽집게 강사, 돈은 참 잘 버는 쪽집게 강사, 그들이 문제이다.

지방에 있는 학원 강사인 본인은 그런 '족집게'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족집게'식 강의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본인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원 강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사교육에 종사하지만 본인은 학생들을 가르쳐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에 갈 때 보람을 느낀다. 이 또한 대부분의 학원 강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사교육에 이제껏 13년 동안 종사해 왔지만, 고액 과외라는 것이 여전히 본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여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신문에 나오는 고액 과외 뉴스를 보면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 이것도 대부분의 학원 강사들이 그런 처지에 있다.

사교육에 종사하는 강사들 중에 불과 1%에 불과한 몇몇 특정 '족집게' 강사 때문에 정말 선량한 그리고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학원 강사들을 비참하게 만든다.

강남에서 별나게 움직이는 학부모와 학생들, 학원 강사들이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본인은 여전히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로 인해 많은 사교육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욕을 먹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교육의 정당한 존재성에 대한 좀더 포용적인 그리고 좀더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의미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나쁘다고 언론이나 정부에서 떠들지만 일반 국민들은 여전히 왜 학원에 보내고, 학원은 사라지지 않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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