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대, 수리취, 떡취라고 하는 취나물의 한 종류. 앞쪽은 푸르고 뒷쪽은 잔털이 많으며 하얗습니다.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바람에 날릴 때나 뒤집어 보는 것입니다. 이보다 끈덕지고 차진 인절미 쑥떡은 없습니다.김규환
손이 찬바람가시(청가시덩굴)에 찔리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 바람처럼 가늘고 바늘보다 가는 가시를 한두 번 찔려봤던가. 처음에만 쏙쏙 아릴 뿐 일에 빠지다보면 금세 잊고 만다.
그런데 어머니 간담이 싸늘하고 소름이 끼친 데는 발갛고 날렵한 혀를 좌우로 날름거리며 뽈그족족한 뱀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어…."
"어이, 왜 그려?"
"직아부지 꽃뱜이요. 얼렁 와보싯쇼."
"카만 있어봐잉."
나와 아버지는 망태를 내려놓고 발바닥에 부리나케 나뭇가지를 밀치고 뛰어갔다.
"어디 어디?"
"쩌그 있었는디라우."
"어마 괜찮아?"
손으로 직접 가리키지 않았다. 속설에 손으로 가리키면 그 손가락이 표적이 되어 썩고 만다는 미신을 찰떡같이 믿고 살아온 당신이 아니던가. 그냥 입으로 두어 걸음 떨어진 곳을 향해 적시했을 뿐이다.
"재숫대가리 없게 뭔 뱜이야 글씨. 인차 안 보이는구먼. 싹 잊더라고. 어디 다친 데는 없능가?"
"까시 몇 개 찔린 것 말고는 괜찮구만이라우."
"다행이여. 독이 오르지 않았다고 무시허면 안 된당께. 거년에 강리동 대식이 안사람도 꼬사리 껑끄다가 물려각고 죽을 뻔했지 않응가."
나는 긴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뱀이 출몰했던 그 자리를 오랫동안 뚫어져라 쳐다봤다.
고사리 꺾다가 덥석 손을 넣었을 때 뱀에 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기야 주위 살필 여유라도 있었겠는가마는 눈이 빠져라 쳐다보다 찾던 걸 발견하고 손부터 넣는 버릇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전남대병원으로 실려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아줌마들이 부지기수였다.
봄 뱀은 한두 마리만이 아니었다. 비가 쉼 없이 내리던 날 산에 간 사람들 이야기는 기가 질리게 하고도 남는다.
한가지는 개호랑이다. 삵쾡이쯤으로 짐작되는 개호랑이가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사람을 농락하는 모습에 반은 혼절이나 가득 채운 고사리 망태기마저 버리고 '걸음아 나 살려라' 뛰는 통에 머리를 풀어헤친 몰골에 바지가 갈기갈기 찢겨져 미쳐서 돌아오는 누구누구 어머니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는 뱀에 관한 보고다. 한창 재미를 붙여가며 고사리 꺾고 취나물을 뜯는데 옴팍한 곳에 몽기적거리는 덩어리가 있어 찬찬히 살펴보면 200마리가 넘는 뱀이 한 데 엉겨 꿈틀거리고 있더란다.
원체 그런 이야기가 많았던 터라 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사실인 걸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왜 뱀은 그렇게 한 가마니가 넘게 뭉쳐있을까. 짐작컨대 겨울잠 잘 때 서로 체온을 보존하기 위해 한 군데 몰리다보니 뒤엉켜 그리된 것이리라.
그런데 당장 제들 생리 현상이나 해결하는 걸 보고 왜 그리 놀랐던 걸까? 그건 맘만 먹으면 언제든 서리서리 엉킨 타래를 풀고 온 산야로, 자신에게로 덮쳐 올 것이라는 지나친 걱정이 발동한 것 아니겠는가.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딱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