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배기 참취, 취나물은 아래가 불그스름해야 진품입니다.김규환
"어이 그만 내려가더라고."
가득 채워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되자 보자기 하나 풀어 담았으니 평소 꺾던 양보다 세 배나 되는 양이다. 입구를 나무 껍질을 벗겨 간신히 처매고 손에도 들고 길을 나서는데 꿩 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어머니는 남들처럼 일부러 꺼병이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은 습성이 몸에 밴 사람이다. 날짐승을 괜스레 집으로 가져왔다가는 무슨 변고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치려고 고개를 숙이고 나무사이를 통과하는데 까투리가 자리를 피하지 못하고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냥 가십시다."
"알은 괜찮당게."
"그냥 가시잔께요."
"아따 이사람아 괜찮어."
"엄마 꽁알 먹고싶어."
찬찬히 주위를 살피던 아버지께서 땅에 낳아 둔 꿩알을 찾아내셨다. 녹두를 발라 놓은 듯한 꿩알이 아홉 개나 있었다. 메추리알보다는 세 배 크고 날 달걀 거지반쯤 크기다. 아버지와 내 웃옷 주머니에 하나하나 깨지지 않게 나눠 담았다.
하루가 간 듯 싶었지만 두 시도 안 된 시각이었다. 곧 길을 찾아 산을 벗어나 사람 다니는 들길로 접어들었다. 오리가 넘는 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바쁜 걸음으로 돌아왔다. 향긋하고 싸하고 달콤한 봄내음이 몰려왔다. 찐한 더덕 향을 몰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
"오냐. 내 쌀가지. 잘 놀았어? 할매 뭐하시댜?"
"잉. 할매는 밭에 가시고 언니랑 놀았어."
"그려 잘 했다."
"엄마 칡깽이 있제?"
"하믄. 우리 막내딸 줄라고 엄니가 많이 해왔응께 째까만 지달려라와."
"야, 우리 엄마 아부지 최고다."
어머니는 마루에 고사리를 풀어 가지런히 놓는 동안 아버지와 나는 불땔 준비를 거진 마친 상태였다. 불을 메워놓고 물을 한 바케스 붓고 마저 더 끓여간다.
손놀림이 빠른 어머니는 제일 먼저 칡순을 골라 딸에게 안기고 고사리와 고비 따로, 취나물도 종류별로 분류하고 더덕 몇 뿌리 한쪽으로 치운다. 동생은 부드러운 순을 껍질을 벗기고 다소 딱딱한 안쪽 줄기를 한번 더 벗겨서 찔레순처럼 톡톡톡 잘라 씹는다. 달보드래한 칡 내음이 풍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