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앵초이선희
제주는 두 계절을 동시에 품고 있는 땅입니다. 겨울과 봄, 봄과 여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이 모호하게 엇물려 있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봄이 지난 듯한 즈음, 한라산을 오르면 이제 막 봄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확연히 구별될 정도의 계절 차이가 공존하기에 중산간지역이나 평지에서 지난 봄을 만끽하지 못했다면, 발품을 팔아 한라산으로 향해 볼 것을 권합니다. 뒤늦게나마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더군다나 평지에서는 쉽사리 볼 수 없는 흰양지, 흰그늘용담, 세바람꽃, 좀민들레에서부터 이번에 소개하는 앵초까지 야무지게 고운 빛깔로 피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앵초는 종류도 많아서 흰색 꽃을 피우는 흰앵초와 잎이 단풍잎을 닮은 큰앵초, 바위에 붙어 자라는 설앵초가 있습니다. 제가 한라산에서 만난 것은 진분홍색의 큰앵초와 계곡 바위에 피어있던 설앵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