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2월말로"... "선물없는 스승의 날"

12일 학부모-교사 광주교육청 앞 나란히 1인 시위

등록 2004.05.12 20:30수정 2004.05.1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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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승의 날을 2월말로 옮겨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며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미경 지부장.

"스승의 날을 2월말로 옮겨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며 시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미경 지부장. ⓒ 오마이뉴스 안현주

12일 오후 광주광역시교육청 정문 앞에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선물없는 스승의날을 만듭시다"라는 피켓을, 또 한 켠에는 한 학부모가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자"자며 나란히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의례껏 담임선생님에게 선물을 줘야 하는 날"로 왜곡돼 진정한 의미가 퇴색된 '스승의 날'을 바로잡아 보자는 취지다.

먼저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는 스승의 날을 5월 15일에서 학년 말인 2월말로 옮기자는 캠페인에 나섰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이미경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장은 "학부모들의 심리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옛날 스승보다는 현재 담임 교사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현재 왜곡되어 있는 스승의날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5월이 아닌 모든 학기가 끝난 후인 2월말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했다.

"스승의날, 2월말로 옮겨야"

이미경 지부장은 "예전 '책거리' 형식으로 학기말에 서로 부담없이 일년을 되돌아보고 정을 확인하면서 작은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 좋다"면서 "학생, 학부모와 교사가 1년의 활동을 망라하는 사진전시회 등 기념행사를 하면서 1년 동안 잘 가르친데 감사한다면 의례껏 주는 선물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는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오후 4시부터 릴레이 1인시위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전개할 예정이다.

참교육학부모회가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자'는 운동을 처음 전개한 것은 지난 1998년이었으나 여론화되지 못했다.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옮기는 것 보다 그 의미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 날짜를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또 스승의 날은 우리날인데 학부모들이 먼저 나서는 것에 불쾌하게 생각하는 정서가 많아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는 이와 함께 '옛 스승 찾아가기 운동'을 제안했다. 이날의 주체인 스승과 제자 사이에 학부모가 빠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아이 스스로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자신은 옛 스승을 찾아가는 것이 왜곡된 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는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스스로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쓰기 ▲자녀가 스스로 선물을 준비하고 ▲부모는 옛 스승을 찾아뵙는 것을 제안했다.

참교육학부모회광주지부 박선화 상담실장은 "얼마전 15명의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부담들이 너무 컸다"면서 "특히 (학교 학부모회)임원이 된 학부모들은 상품권 10만원 정도는 꼭 선물로 해야하는 것이 풍토로 자리잡았다, '내 아이 잘 봐달라'는 뜻이 아니라 '잘 가르쳐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할 수 있게 2월로 옮겨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54%가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다른 날로 바꾸면 좋겠다"고 답했고, 그 시기는 '2월'이 39%, '수확의 계절 가을'과'동하계 방학'이 각각 8%와 7%로 조사됐다.

초등교사들, '선물없는 스승의날' 릴레이 1인시위 나서

a "선생님 응원 나왔다"는 학부모 김미경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는 박상철 교사.

"선생님 응원 나왔다"는 학부모 김미경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는 박상철 교사. ⓒ 오마이뉴스 안현주

참교육학부모회의 1인 시위와 별개로 이날 오후 광주 주월초등학교 박상철 교사는 "선물없는 스승의 날을 만들자"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박상철 교사는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1인 시위를 맡았고, 이후 1시간 동안은 같은 학교 이무연 교사가 시위에 나섰다.

1인 시위는 13일 송정초등 정석 교사와 백일초등학교 위주환 교사, 14일에는 유한초등학교 김승준 교사와 학강초등학교 박종영 교사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1인 시위에 앞서 박상철 교사는 지난 10일 늦은 저녁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글을 게재했다. 박 교사는 '선물없는 스승의날을 만들자'는 글에서 "현재 스승의 날은 '선생님께 선물주는 날'로 인식될 정도로 왜곡돼 버렸다"며 "그 정도는 날로 더 심해져 가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는 학생과 학부모는 선물의 금액에 따라 정신적 심리적인 면에 영향을 받곤 한다"면서 "선물을 받는 교사들 상당수가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으로 선물의 금액에 따라 가치부여를 하게되고 교육활동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선물을 주지 못한 학생의 편지를 언급하면서 "왜 학생이 스승의 날에 '선물을 못 줘서 죄송하다'는 편지를 써야하느냐"며 "그걸 쓰고서 쌓여진 선물더미 속에 파묻는 그 학생의 심정은 어떠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1인 시위 동참해 줄 것과 지지의 글을 실명으로 써 줄 것을 호소했다. 그의 게시글에 대해 동참한다는 지지 글이 많았지만 "말없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대다수의 선생님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교사들의 교장·교감 향한 '떡값' 실제"
[현장 인터뷰] 1인 시위 나선 박상철 교사

다음은 일인시위 현장에서 박상철 교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말 큰 문제는 경제적으로 힘들어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교사를 보면서 느끼는 마음의 상처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이것을 신경써야 한다.

지금은 으레 선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왜곡되어서 스승의날 하면 선물 생각이 난다. 의미는 그게 아니다. 과거에 함께 생활했던 스승, 고마운 스승을 찾아가는 것이 의미있는 것이다. 모든 스승을 상대로 선물 주고받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국한되서 주고받는 일은 하지말자는 취지다."

- 주위 교사들의 반응은? 홈페이지 글에 보면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든 교사들이 지지하고 찬성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지지와 격려를 해주었고 동참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줬다. 반발하는 의견도 필요하다. 1인 시위를 계획한 이유는 사회적으로는 스승의 날 선물, 촌지, 떡값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 교사들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사들이 이에 대해 의견표명을 분명히하고 올르게 실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외부로 공론화시키면 언론에 노출되고 의견 표명을 해야하는데 일반인이 아닌 교사라는 신분에서 이런 것이 어렵다. 이런 문제를 사회적으로 크게 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많지않고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 스승의 날, 일반 교사들이 교감 교장에게 선물을 주는 관행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어떤가.
"그 문제를 굉장히 지적하고 싶다. 실증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서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떡값'이라는 것이 실제 존재한다. 명절날, 신혼여행 다녀와서 교장과 교감에게 실제 선물이나 돈을 줬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들었다. 그 부분까지 없애야 한다. 교사들이 고민해야 한다."

- 참교육학부모회에서 2월로 옮기자는 제안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적극 찬성할 것으로 본다. 5월이라는 학기 초보다는 방학 중에 맞는 스승의 날이 사회적으로 올바른 의미를 찾는 스승의 날이 될 것이다."

- 이런 관행을 바꾸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3~4년 전인데 한 구청장이 '우리 구청은 떡값을 안받겠다'고 선언했다. 그 단체장이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해서 획기적으로 변화했다고 들었다. 우리도 교육청, 학교장들이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선언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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