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신랑과 알콩달콩 살아야죠"

오동춘씨와 늦은 결혼식 올린 파키스탄인 카시프씨

등록 2004.05.15 17:58수정 2004.05.1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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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친구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는 신랑신부.
신랑 친구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는 신랑신부.한성희
하얗게 피어난 이팝나무의 꽃처럼 새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들이 15일 나란히 합동결혼식장에 섰다. 축복처럼 이슬 같은 비가 내리는 토요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마련한 합동결혼식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던 부부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다.


“신랑이 28살이냐?”
60이 넘은 부부가 자녀와 친구들의 축복 속에 식이 끝난 뒤 카메라 앞에서 서서 한 친구의 농담에 행복한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7쌍의 부부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한쌍이 있었다. 파키스탄인 신랑 카시프 나자르(35)씨와 한국인 신부 오동춘(39)씨가 그 주인공.

파키스탄인 친구들과 신부의 식구들에게 둘러싸여 웃음을 감추지 않던 카시프씨 부부는 6년간 연애 끝에 14개월된 예쁜 딸을 두고 오늘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의 어디가 맘에 들었어요?”
“잘 생겼잖아요.”

신랑 카시프 나지르와 신부 오동춘.
신랑 카시프 나지르와 신부 오동춘.한성희
파키스탄인 신랑 친구들이 일제히 웃으며 야유를 보낸다. 그러나 신부는 한 마디 더 한다.


“이 중에서 우리 신랑이 제일 잘 생겼어요.”

카시프씨는 6년전 파키스탄 시알코에서 일라마이크마알 의대를 다니다가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친척 소개로 알게 돼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하다가 오늘 면사포를 쓴 신부 오동춘씨는 신랑 자랑이 끝이 없다.


“오늘 결혼식을 올렸으니 미래 설계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알콩달콩 살아야죠.”

신랑의 한국말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파키스탄의 시댁에 여러 번 다녀왔다는 오씨는 막내 며느리라 귀여움을 독차지한다고 자랑한다. 카시프씨의 꿈은 한국과 파키스탄과 연관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업이냐고 묻자 “무척 길다”고 대답한다.

“하루종일 말해도 다 말 못하게 길어요.”

합동결혼식을 마친 뒤 기념쵤영.
합동결혼식을 마친 뒤 기념쵤영.한성희
유머러스한 말솜씨다. 반면 오씨는 파키스탄을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서 속 상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때문에 파키스탄에 가서 사는 방법도 생각해본다고.

동남아 근로자들과 한국인의 결혼이 늘어나지만 사회제도가 따라주지 않고 있어 앞으로 난관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잠시 맘이 흐려진다. 폐백식장으로 가는 부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같은 웃음이 넘치는 가정을 꾸미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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