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믿고 그냥 나가나?"

익산 송원백화점 업주와 입정 상인 마찰 장기화 조짐

등록 2004.05.21 11:48수정 2004.05.2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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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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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송원 백화점 측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점포 철수 조치에 대해 입점업체들의 반발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지난 19일 송원 백화점은 철문으로 굳게 닫힌 상태였다. 오후 2시경 백화점 측에서 전기를 끊겠다고 통보, 영업 폐쇄 조치를 내렸고, 입점 상인들은 백화점 안에서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우리 보고 돈도 주지 않고 상품만 싹 싸서 나가라는 거예요. '돈은 언제 줄 거냐?' 하고 물으면 '7월 15일까지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뭘로 보증을 하냐? 법적인 효력이 나타날 수 있게 법적으로 해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안 해줘요. 몇 천 만 원씩은 다 걸려 있고, 우리 업체들 전체 합하면 10억이 넘는 액수인데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나가냐고요. 절대로 못나가지요. 억울해서도….”

지난달 송원 백화점 측은 감당할 수 없는 경영난에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백화점 측에 직원들의 일괄 사표와 판매 제품의 재구성을 위해 점포를 비워달라는 조건을 제시했고, 이에 따라 백화점 측은 업주들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업점업체 상인들은 4∼5개월 밀린 물품 대금을 주면 당장이라도 매장을 비우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백화점 측은 4월 말부터 건물을 비워주면 7월 10일부터 15일까지 물품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입점 상인들은 백화점 측이 제시하는 조건에 대해 확실한 담보나 연대 보증인 입보를 무시하고 있어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백화점 측과 투자자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르면 '2004년 4월 30일자로 전 임직원의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도록 하고 투자자가 상품대 미지급금을 포함한 일반대 미지급금과 기타 유동부채를 실사 종료 후 2004년 7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전액지급 완불하여야 하나, 투자자가 언제든지 양해각서를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투자자가 상품대 미지급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 입점 상인들이 상품대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백화점 입점업체 상인 60여 명은 물품대금을 받지 못하면 영업이라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지난 2일 백화점 측이 영업종료 공고문을 부착하자, 이에 입점 상인들도 5일 대표자회의를 결성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 입점업체 상인들은 대표자회의를 결성하고 법적 대응책을 강구, 송원백화점은 특정경제가중처벌죄로 형사 고발된 상태이다.


a 지난 15일 상품을 6층으로 옮긴 용역업체 직원들을 입점 상인들이 검사하고 있다.

지난 15일 상품을 6층으로 옮긴 용역업체 직원들을 입점 상인들이 검사하고 있다. ⓒ 입점업체 대표자회의


a 지난 14일 백화점측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이 상인들의 물건을 마대자루에 담아 6층으로 옮겨 백화점 안이 썰렁하다.

지난 14일 백화점측에서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이 상인들의 물건을 마대자루에 담아 6층으로 옮겨 백화점 안이 썰렁하다. ⓒ 입점업체 대표자회의


a 6층에 모아둔 상품들.

6층에 모아둔 상품들. ⓒ 입점업체 대표자회의


a 지난 15일 정오를 기해 철수하고 있다.

지난 15일 정오를 기해 철수하고 있다. ⓒ 입점업체 대표자회의

한편 지난 14일 백화점 측은 용역회사 직원 40여 명을 고용, 자정을 기해 백화점 내부로 진입, 외부로 통하는 문을 잠그고 백화점 내 물품을 마대자루에 담아 6층으로 옮겼다. 60여 명의 상인들은 비상연락을 통해 정문 앞에 집결한 후 천막을 설치하고 항의농성에 돌입,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입점업체의 물건이 훼손되기도 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진열된 와이셔츠를 갈아입고 구두를 갈아 신었으며, 서랍 안의 금품이 사라지고 현금 물품 등을 도난당했다. 현금, 의류 손실 등으로 인한 이날 손해액은 약 200여만원에 이르며, 의류 등은 구겨지거나 오물 등이 묻어 상품가치가 떨어져 세탁 및 수선으로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됐다.


a 용역업체 직원들이 갈아신은 구두.

용역업체 직원들이 갈아신은 구두. ⓒ 입점업체 대표자회의

면담요청을 거부해 온 백화점 측 송 대표가 지난 15일 오전 10시 모습을 드러내자 용역업체 직원들은 정오를 기해 철수했다. 백화점 측은 "5월 말부터 폐업전을 열어 그 수익금으로 7월 중에 물품대금을 지급할 계획"이라 밝힌 반면, 입점 상인들은 "10억 이상의 물품대금을 받는 게 불투명하기 때문에 영업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익산시민연합은(상임대표 박경철)은 지난 15일 익산송원백화점 사태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 불법폭력으로 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를 파괴한 중대한 사태로 당국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또 “상인들은 밀린 상품대금 10억원을 지급할 경우, 미련없이 백화점에서 철수할 것임을 밝혔음에도 용역업체 청년들을 불법 투입시켜 상인들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고, 상인들을 강제로 쫓아내려 한 행동을 용서할 수 없는 반경제적, 반사회적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a 입점업체 상인들이 19일 오후 2시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백화점 안에서 농성 중이다.

입점업체 상인들이 19일 오후 2시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백화점 안에서 농성 중이다. ⓒ 모형숙


양승일 변호사 일문일답
익산백화점 입점업체 대표자 회의 대리인

- 현재 법적으로 어떤 상태인가?
"백화점 측의 업무방해 및 영업방해로 가처분신청을 냈고 판매대금 약 10억원에 대해서 반환청구소송에 관한 소장이 제출된 상태이다. 1차적으로 10억 판매대금 반환에 대한 업무상 횡령에 대한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액수가 5억원 이상 되기 때문에 특정경제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2차적으로는 지난 14일 24시 사건과 관련해 주거침입죄, 퇴거불응죄, 특수절도죄, 업무방해죄를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이다."

- 이번 법적 대응에서 승산은 있는가?
"일단 민사소송의 경우, 당연히 받아야 될 돈이기 때문에 100% 이길 것이다. 형사소송 같은 경우는 법률적인 문제가 남았지만 일단 백화점 측의 용역업체 직원이 백화점 안에 난입을 해서 상인들의 소유물품인 판매상품을 훼손하고 진열된 와이셔츠 및 구두를 갈아 신는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승소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 언제쯤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가?
"담당 검찰이 집단 민원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빨리 끝날 것 같지 않다. 민사소송은 길어지겠지만 형사소송은 빨라도 두 달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 현재 입점 업체 대표자들은 어떤 상태인가?
"백화점 측에서 시청에 단수 조치를 요청하고 가스회사에 가스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송이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보류하고 있다. 그러나 백화점 측의 송 사장은 전기를 계속 차단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2시를 기해 문을 폐쇄하고 입점 업체들은 점거 농성 중에 있다. 입점 업체 대표자회의가 순번을 정해 숙식하고 있다." / 모형숙

익산 송원백화점 사태 관련 사건일지

◈ 2003년 12월 18일
익산백화점은 토지 및 건물 등의 소유자로서 한국자산 신탁 주식회사와 부동산관리 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함. 익산백화점의 소유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 한국투자 신탁주식회사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음.

◈ 2003년 12월경부터 2004년 4월까지
입점자들의 판매대금 총 10억여원이 미지급되었음. 익산백화점은 현재 소유권만 남아 있고, 자산관리는 금융권에서 맡고 있는 상태임.

◈ 2004년 4월 24일
익산백화점은 비자금 판매대금을 7월말까지 지급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입점자들에게 백화점퇴거를 요구함.

◈ 5월 2일
영업이 종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물 여러 곳에 영업종료 공고문을 부착함.

◈ 5월 6일
익산백화점 입점 업체 대표자회의 결성, 법적 대응에 나섬. 대표자 회의는 전주지방 법원 군산지원에 물품대금 청구의 소를 비롯해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냄.

◈ 5월 14일 24:00경
익산백화점측이 고용한 용역회사 직원 40여명이 백화점 내부로 진입하여 외부로 통하는 문을 걸어 잠금.

◈ 5월 15일 0:30∼11:00
상인들의 퇴거 요구에 불응하며 상인들의 점포에서 퇴거하지 않음.
상인들이 각 점포에 줄로 경계표시하고 경고문까지 개시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각층의 점포물건을 자루에 무작위로 쓸어 담아 한곳에 모아둠. 연락받고 출동한 경찰과 상인들이 송사장과 용역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불응함.

◈ 5월 15일 10:00
송사장 건물 밖으로 나왔지만 대화는 계속 거부함.

◈ 5월 15일
10:30부터 영업을 시작해야 하니 진열장 파손과 상품들의 훼손 등으로 영업을 하지 못함.

◈ 5월 15일 12:00
용역업체 직원들 중 몇 명의 직원들만 제외하고 나머지 용역업체 직원들은 밖으로 나옴.

◈ 5월 15일 15:00
입점자들이 백화점 내부로 집입하여 없어진 물건들과 훼손된 상품 등을 정리하기 시작.

◈ 5월 19일 14:00
백화점측의 전기 차단 강압에 의해 영업을 정지하고 백화점 안에서 농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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