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의 아픔, 가족들과 함께 치유한다

가족단위 보호 시설 ‘엘림의 집’ 방문기

등록 2004.05.21 12:58수정 2004.05.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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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에 설치된 가족보호 시설은 가정 폭력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같이 생활할 수 있는 곳이다.

보호시설은 찾은 5월 중순, 2층 건물에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시설에서 가정폭력의 상처를 가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폭력을 피해 마음의 안정과 자활을 모색하고, 어떤 이는 법률적 대처를 준비하는 등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가족보호시설 외부모습
가족보호시설 외부모습백현석
가정폭력의 피해를 당한 여성들은 특히, 가족들의 보살핌과 사랑이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데 좋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에서 충북 지역에 설치된 가족단위 보호시설인 ‘엘림의 집’은 가족과 함께 입소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입소자들 또한 타 보호시설에 있는 피해자들보다는 밝은 표정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성부가 2003년 추진한 가족 단위 보호시설인 ‘엘림의 집’은 370.20㎡에 건물 270.84㎡의 지상 2층 건물로 올해 2월 준공을 마쳤다. 1층에는 사무실과 상담실, 세탁실, 주방, 화장실, 숙소 4곳이 있으며, 2층에는 세탁실과 숙소 6곳이 마련돼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복지재단에서 위탁 운영 중인 ‘엘림의 집’에는 현재, 7가족 19명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다.

'엘림의 집'에서는 상담과 심리검사, 피해자치료프로그램, 지점토 공예 등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되찾아주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법률적 자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가족보호시설 내부 주방 모습 이곳에서 피해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가족보호시설 내부 주방 모습 이곳에서 피해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백현석
아침 7시 아이들의 등교 준비와 함께 시작되는 하루 일과는 입소자들에게 평범했던 가정생활을 연상케 하는 듯 편안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든다.


'엘림의 집'에서 생활하는 피해자들은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어 걱정이 덜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한 피해 여성은 “나와 똑같이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위로가 된다. 무엇보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빼앗기지 않고, 같이 생활할 수 있어 안도감이 든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단위 보호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가족들과 함께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반면, 시설을 규격에 맞춰서 짓다보니 입소자들 전원이 서로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보였다.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함께 이용하다보니 조를 나눠 식사를 할 정도이다.

또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피해자들은 자녀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 역시 부담스러운 일이다. 충북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시설을 찾다보니 아이들이 전학을 할 때 공백이 생겨 며칠째 등교를 하지 못하는 중학생 자녀도 있었다.

가족보호시설 입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조기영 시설장
가족보호시설 입소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조기영 시설장백현석
또 한참 뛰어놀 아이들에게 1달 식비 외에 들어가는 간식비 또한 시설 운영자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는 듯 했다.

시설 운영을 맡고 있는 조기영 시설장은 “시설 입소자들은 피해자이기 이전에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과 공부방 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충청북도청 관계자는 “도 자체에서도 가족보호시설에 대한 인식이 좋고, 해당 기초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운영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이 지어지게 된다면 가족보호시설로 지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부는 올해 부산지역에 부지를 마련해 가족보호시설 신축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생활한다는 시설의 특수성을 고려해 설계 단계부터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공부방 등이 마련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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