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화장실 가기가 무서운 아이들

리카르도 알칸타라의 <무서움을 이겨 낸 구스타보>

등록 2004.05.24 16:23수정 2004.05.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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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서움을 이겨 낸 구스타보>
책 <무서움을 이겨 낸 구스타보>세손교육
어린 시절 밤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무서움 때문에 가지 못하고 쩔쩔 매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공포심이 어른들보다 훨씬 크게 확대된다.

특히 이러한 두려움을 늦게까지 극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경우, 소극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자라게 된다.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가 읽어 주면 좋을 만한 책이 바로 <무서움을 이겨 낸 구스타보>이다.


주인공 구스타보는 무서움이 많아서 고민하는 한 소년이다. 부모님이 여행 가 있는 동안 이모에게 맡겨지면서 구스타보는 갑자기 겁쟁이가 된다. "너 그렇게 안 먹으면 귀신이 와서 잡아갈 거야"라는 이모의 말 한마디는 구스타보를 무서움에 빠트린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게 겁을 주어 말을 잘 듣게 하려던 이모의 말은 금방 효력을 발휘한다.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무서움이란 존재들은 이모의 말을 듣고 얼른 구스타보 네 집으로 달려든다.

키가 작고 마른 데다가 눈이 툭 튀어나오고 머리카락이 쭈삣쭈삣 선 무서움이란 놈은 껑충 뛰어서 구스타보 곁에 다가간다. 그날 밤 구스타보는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아주 작은 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화장실에 가는 구스타보의 귀에 대고 말라깽이 무서움은 속삭인다.

"저 문 뒤에 누군가 숨어 있을 거야…. 저 안에 귀신이 돌아다닐 거야…. 밥을 잘 안 먹는 애들한테는 아주 무섭게 군다던데…."


구스타보는 '흥'하고 무서움을 떨쳐내야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만다. 그러자 말라깽이 무서움은 한결 더 용기를 얻어 큰 목소리로 "귀신이 너를 덮치면 너는 그걸로 끝장이야"라고 겁을 준다.

무서움에 사로잡힌 구스타보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말라깽이 무서움은 구스타보가 놀란 걸 보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아예 친한 친구 배불뚝이까지 불러들인다. 이 두 무서움들이 난리치며 겁을 주는 바람에 구스타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무서움들은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을 초대하고 구스타보는 무서움들이 많아지자 슬금슬금 눈치만 보는 어린이가 되고 만다. 무서움들의 목소리는 그의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네가 컵을 깨면 벌받을 거야."
"네가 초콜릿 우유를 던지면 이모가 화를 낼 거야."

무서움들은 일부러 더 무서운 말들만 골라서 한다. 무서움을 떨쳐 내기 위해서 달리기도 해 보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구스타보의 머릿속에는 무서움들이 아예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았다. 구스타보는 밖에 나가서 놀기조차 두려운 아이가 된다.

결국 그는 유리창 뒤에 숨어서 밖만 내다보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구스타보는 창문을 통해 사람과 차가 지나다니는 모습과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간간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러던 어느 날 구스타보는 창 밖 나뭇가지에서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는 아기새를 만난다. 그는 새의 불안한 모습에 "제발 날지 마. 그러다가 너만 다칠 거야"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산들바람과 함께 마음껏 날고 싶었던 아기새는 날개를 활짝 펴서 뛰어내린다.

점차 더 오래, 더 높이 날게 되는 아기새를 바라보면서 구스타보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아기새는 무서움을 이겨냈어."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밤이 되고 어둠이 몰려 오자 구스타보는 늘 그렇듯이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자, 지금이야!"라는 말과 함께 불이 켜지지 않은 화장실로 걸어가는 구스타보. 집안의 모든 두려움들은 그에게 달려들어 겁을 준다. 하지만 구스타보는 그에게 말한다.

"너는 거짓말쟁이야, 네가 말한 건 다 거짓말이야."

이 말에 말라깽이 무서움은 비눗방울처럼 떠돌아다니다가 그냥 스르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다른 두려움들도 그가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자 하나 둘 사라진다. 거리에는 화창한 아침이 빛나고 있다.

이 책의 번역가 권미선씨는 책의 후기에서 구스타보가 어떻게 무서움을 극복하는지 잘 살펴보라고 어린이들에게 말한다. 화장실 가기가 무서운 아이들, 엄마 아빠가 없으면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아이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힘든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면 좋을 것 같다.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무서움이란 존재가 너무 크게 자리잡지 않도록….

무서움을 이겨 낸 구스타보 - 꿈이 있는 동화 3

리카르도 알칸타라 지음, 구스티 그림, 권미선 옮김,
세손교육,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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