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자유게시판은 지금 '투싼 전쟁중'

투싼 계약자·동호회원 출고지연 등 쏟아내... 노조 "왜 여기에"

등록 2004.05.24 16:48수정 2004.05.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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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게시판이 현대차의 신차 '투싼'의 출고 지연을 성토하는 고객들의 항의글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자유게시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게시판이 현대차의 신차 '투싼'의 출고 지연을 성토하는 고객들의 항의글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자유게시판.


현대자동차의 인기 차종인 '투싼'이 계약자 폭증으로 차량 출고가 지연되면서, '난데없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자유게시판이 몸살을 앓고 있다. 투싼 계약자들과 투싼 관련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이 현대자동차 노조게시판에 대거 몰려가 출고지연에 따른 '불만 민원'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쪽 관계자는 "차량 출고 지연은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격분한 계약자와 노조 조합원들은 사소한 공방을 계기로 거친 욕설이 뿜어내는 등 노조 자유게시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럭셔리투싼클럽', '네이버 투싼 동호회 카페', '투싼러브' 등 투싼 관련 동호회 회원들과 계약자들은 지난 22일부터 24일 현재까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몰려가 출고지연 이유를 따지는 글 수십건을 올렸다.

'투싼 계약자'라는 아이디의 한 계약자는 24일 현대자동차 노조 자유게시판에 "제가 2주째 3순위에서 꿈쩍 안하고 있다"며 "오늘 영업사원의 말이 6월 5일까지 투싼을 1대만 생산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답답했다"며 조속한 출고를 요청했다. '투싼 동호회'라는 아이디의 계약자도 "5월초 투싼을 계약할 당시 5월말에 출고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던 차에 영업사원이 공문이랍시고 문서 한 장을 가져오더니 3개월을 더 기다리라고 하더라"며 출고 약속을 어긴 현대차 쪽을 성토했다.

아이디를 '투싼 계약자입니다'라고 밝힌 계약자는 "2교대 특근 다 좋다, 한국의 웬만한 근로현실 다 그 정도 힘들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노조가 아름답고 노동자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최고의 제품과 생산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차를 취소하고 새로 수입되는 일본차 쪽으로 고개를 돌려봐야겠다"고 노조를 성토하기도 했다.

출고 차량의 불량을 호소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자신을 '투싼'이라며 글을 올린 한 소비자는 "오늘 친구가 투싼 나왔다며 끌고왔는데 얼마나 바쁘게 차를 만들었으면, 우측 앞문 옆에 붙는 'CRDI'라는 마크가 'RICD' 라고 붙어있더라"며 현대차 생산직원의 부주의를 질책했다.

'럭셔리투싼' 클럽의 한 동호회원은 "지난 5월 7일 차(투싼)를 인도 받았는데 아파트 단지 안에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뒷바퀴 쪽에서 쇳소리가 났다"며 "좀더 자세히 살펴보니 왼쪽 뒷바퀴에 연결된 무슨 축 하나가 아예 바퀴에 연결이 안돼 있었다"고 피해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토·일요일도 쉬지 못하는데, 투싼 때문에 죽을 지경"

이에 대해 현대차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는 "투싼은 울산 제5공장에서 만드는데 한시간에 17대 만들고 있다"며 "이제 2공장에서도 만든다니 조금만 기다리면 나올 듯 하니 부디 너그럽게 용서하시고 기다려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에 근무한다는 한 네티즌(ID : 울산시민)은 투싼 동호회 회원들의 계속되는 불만 토로에 대해 "현대에서 놀고 차를 안 만드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 협력업체도 투싼 부품 때문에 주·야 죽을지경"이라고 고충을 호소했다. 이 네티즌은 "그렇다고 인원을 늘릴 수도 없고, 공장을 더 만들 수도 없고, 철야로 한대라도 더 만들어 팔아야하는데 수출 및 내수 물량이 너무 많아 토·일요일도 쉬지 못한다"며 이해를 부탁했다.

감정 섞인 투로 불쾌감을 토로하는 답변도 다수 눈에 띄었다. 현대차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글 올린다고 차 빨리 안 준다, 그리고 투산만 차냐"면서 "에쿠스 사라, 출고광장에 주인없는 에쿠스가 지천에 널려 있다"고 비꼬았다. '조하범'이라는 아이디의 한 관계자는 "고객이면 다냐, 왜 욕하냐"며 불쾌해 했다.

현대차 "생산능력에 한계있다"

동호회원들과 소비자들이 출고지연 책임을 노조와 현장 생산직 직원에게 전가하려는 데 대해 노조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장규호 현대차 노조 공보부장은 "현재 우리가 파업을 하는 것도 놀고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토·일요일에도 특근을 하고 더블로 뛰고있는데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 게시판에는 회사 쪽에 얘기해야 할 내용들이 자주 올라오는데 아마도 회사쪽 홈페이지에 그럴만한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인 것 같다"며 불만 접수 창구를 현대차 공식 홈페이지에 개설하지 않은 사측을 탓하기도 했다.

장 부장은 "만약 출고 일자를 맞추기 위해 지금보다 콘베이어의 속도를 더 높이게 되면 생산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품질도 떨어져 에러가 나는 경우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회사 쪽은 생산능력에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찬유 현대자동차 홍보부장은 "최대한 차를 생산해서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캐퍼(생산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 쪽이 출고 약속을 어기고 인수를 거듭 연기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우리 직원들이 언제까지 뽑아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한 뒤 "지금 계약하신 분들은 내가 듣기로 두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a 현대자동차 '투싼'

현대자동차 '투싼' ⓒ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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