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 영화 감상안준철
영화를 감상하고 난 뒤에 저는 한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좀 지루하지 않았니?"
"예, 조금 지루했어요. 그래도 감동적이었어요."
"어떤 장면이 감동적이었는데?"
"주인공이 애인을 찾으러 떠나는 마지막 장면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눈빛을 보아하니 애인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의 행동을 다분히 낭만적인 사랑의 행위로만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겠지만, 어차피 영화의 주제에 접근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주인공이 여자 친구를 사랑하면서도 왜 떠나 보내야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진실과 대면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 거야.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한 번도 진실로 사랑해본 적은 없었거든. 물론 양아버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탓이었지.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고 해도 그런 마음의 상태로는 자기 자신이나 세상을 위해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할 수가 없었지. 다행히도 숀 교수를 만나 상처가 치유되면서 한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용기를 갖게 된 거지. 그래서 출세가 보장되는 모든 길을 제쳐두고 먼저 사랑을 찾아 나선 마지막 장면이 나도 가장 감동적이었어."
영화 이야기를 끝으로 둘째 날을 접고, 모처럼 학교를 벗어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셋째 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비가 올 조짐을 보이더니 기어이 몇 방울의 비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몇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고, 저는 비가 많이 올 것 같지는 않으니까 우산을 준비하라는 말을 해주고는 가방 속에 사진기를 챙겨 넣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