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클럽 14곳은 2002년 5월 이후 주한미군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은 클럽 입구에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오마이뉴스 남소연
"미군은 홍대클럽을 출입할 수 없습니다."
'클럽문화협회(이사장 최정한)'에 가입한 14개 홍대클럽 출입구에는 미군 출입금지를 알리는 가로 50cm 길이의 노란색 아크릴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이들은 영문으로 '지금까지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 때문에 미군의 홍대 앞 클럽 출입을 정중히 거절한다'고 미군 출입금지 사유를 함께 새겨 놓았다.
이 일대는 미술, 연극,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활동과 디자인, 출판, 인터넷컨텐츠 등 멀티미디어 관련 문화전문업종이 밀집된 서울의 대표적 '문화복합지역'이다.
이곳 홍대 일대에 미군들이 무리지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 이태원에서 자정까지 놀던 이들은 미 헌병들의 단속을 피해 홍대클럽으로 넘어왔고 그 숫자는 클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게다가 동두천과 평택, 대구 등지의 미군병사들까지 몰려들면서 이태원을 빗대어 이곳을 '홍태원'이라고 불렀다.
미군 병사들이 쫓겨난 이유는? "군사적 오만함은 상대하지 않는다"
초기에 홍대클럽에 나타난 미군들은 클럽의 음료수 박스를 운반해 주기도 하고 청소를 자원하는 등 인간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미군들이 집단화되면서 군사문화의 속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미군병사들은 평소 기지촌에서 하던 행동대로 홍대클럽을 찾은 한국인 젊은여성들에게 극심한 성희롱을 일삼았고, 또 흑인 병사와 백인 병사간의 몸싸움은 물론 이곳을 즐겨 찾는 외국인들과도 시비가 벌어지는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일이 빈번해짐에 따라 결국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려는 홍대클럽을 비롯한 문화주체들과 이곳에서 질서를 휘어잡으려는 미군병사들의 '군사적 폭력성' 사이에 불가피한 충돌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