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김규환
나는 꽤나 호기심이 많다. 좋게 보면 호기심인 거고 나쁘게 보면 장난질이 심했거나 다소 영악스러운 데가 있다. 어떤 한가지 사물을 보고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시간을 허비한 일이 잦았다.
그래도 난 한두 가지를 무서워했다. 그게 뭔고 하니 지렁이와 뱀이다. 지렁이는 끈적끈적한 점액질 때문에 싫다. 또한 아무 흙에다 오줌을 누면 지렁이와 소변 줄기가 이어지면 고추가 탱탱 부어 오른다는 터에 오줌 한번 싸는 것도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뱀은 지금껏 살면서 손에 직접 만져 보거나 잡아 본 적이 없다. 강심장 덕분인지 그 외는 혼자 있을 때도 도깨비를 무서워한다거나 공동 묘지를 지나칠 때도 별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갖고 놀았던 것은 호박벌에서 개미, 쥐며느리, 땅강아지, 거미, 지네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날아다니는 여러 곤충도 잘 갖고 놀았다. 여치, 메뚜기, 방아깨비, 베짱이, 풀무치로 방아를 찧기도 하고 나비가 알을 까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매미는 어린 시절 얼마나 많이 잡고 곤충 채집 한답시고 해부하고 놀았던가. 올챙이와 개구리도 시골에 살았던 나에겐 더 없는 장난감이었다.
가재 잡고 철마다 시냇가에서 된장과 철사만 있으면 종류별로 고기를 낚아 올려 집으로 가져와 닭 모이를 주었다. 무엇 하나 허투루 보는 법이 없이 집안에 쓸 만한가 불필요한가를 기준으로 사물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