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조 리콜소송 다른 목적 있는 듯
부평 해고자 정규직 복직시킬 것"

[이코노미피플-③]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인터뷰

등록 2004.05.29 19:58수정 2004.06.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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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안녕하십니까. 저희 GM대우가 첫돌을 맞이하였습니다."

올해 초 TV 광고에 푸근한 인상의 한 외국인 CEO가 다소 '어설픈' 한국어 실력으로 자사 창립 1주년을 소개해 주목을 끈 적이 있다. 한때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GM대우 광고에 나오는 그 할아버지가 누구인가"를 묻는 네티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도배된 적도 있었다.

영국 출생의 닉 라일리(본명 : David Nicholas Reilly·54) GM대우차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회사의 공식이름은 GM대우오토&테크놀러지. GM대우의 지휘봉을 잡은 닉 라일리 사장을 지난 28일 서울 종각에 위치한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간단한 '조크'가 오갈 정도로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1시간이 넘게 통역을 통해 진행됐다.

라일리 사장은 <오마이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반 동안의 한국 생활을 회고하면서 "그간 교섭 때문에 바빠서 개인적인 시간이 없었고 한국에 와서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술회했다. 대우자동차 인수를 위해 GM의 대우자동차 인수팀장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딘 이후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또 하나의 난제에 부닥쳤다. GM대우의 인기 차종 가운데 하나인 레조의 리콜 문제가 법정다툼으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레조 소비자 23명이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28일) GM대우차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낸 것.

리콜 문제를 집요하게 묻는 취재진에 라일리 사장은 당혹해 하면서도, 긴 시간에 걸쳐 강한 어조로 회사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차에 대한 불만이기보다 회사에 다른 감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차량에 결함이 발생했다면 얼마든지 바꿀 용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은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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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라일리 사장은 20여명에 이르는 소송 당사자들을 "개인적인 목적이나 다른 목적으로 주류와는 다른 길을 가는 분"이라고 전제하고 "이런 분들이 차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얼마든지 수리해 드릴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차량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면 GM대우에 수리 또는 교체를 요구하면 되는데, 왜 소송부터 먼저 제기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계속되는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시장에서 GM대우의 시장 점유율은 20%에서 25%로 올라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고 강조한 라일리 사장은 "수출 시장에서 활약을 많이 하고있어 국내에서 못 누리는 점을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대기아, 쌍용자동차가 선점하고 있는 SUV(Sport Utility Vehicle. 다목적 차량) 시장에 조만간 뛰어들어 내수 판매량 확대를 꾀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2006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SUV 차량 개발에 돌입했고, 이미 디자인 개발까지 마친 상태라고 했다. 치열한 SUV 경쟁시장에서 타 업체와의 차별화에 성공하기 위해 "혁신적인(innovative) 디자인을 도입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스타일로 어필하고 싶다"고 신차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라일리 사장은 대우차 해고자 복직과 신규고용창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2001년 당시 1750여명의 정리해고 노동자 가운데 이미 800여명 이상을 복직시켰다면서 "앞으로 부평공장에서 SUV 차량을 생산하게되면, 이 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강성노조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꼬집은 뒤 "신문을 보지 말고 직접 한국을 보게 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인식이 틀렸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해외투자자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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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터뷰 전문.

"한국경제, 연말이나 내년 초 경기 많이 풀릴 것"

- 한국에 온지 1년 반이 넘은 것 같은데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사실 대우 인수 이후로 1년 반이 지났다. 한국에 온 지는 2년반 정도 된다. 그간 교섭 때문에 바빠서 개인적인 시간이 없었다. 최근에는 등산을 많이 다닌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와서 어려운 적은 없었다."

- 최근 들어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국민들의 실제 경기 체감 지수도 떨어지고 내수침체도 여전하다. 한국 경제를 간단히 전망해 보면?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나는 다른 분들과 비교해서 한국경제에 대해 좀더 비관적이었다. 당시 2004년 자동차 총 판매규모가 140만대 정도에 이를 것으로 봤고 언론사 기자들은 150만대 정도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전문가들보다 (한국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내년 말까지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 생각에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정도면 경기가 많이 풀릴 것으로 본다."

-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근거가 있나.
"내수 상황은 좋지 않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호조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5%라고 말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보는데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신용카드의 가장 큰 위기를 넘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문제는) 점점 나아지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상황이 좀더 개선될 것이다. 둘째는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안정성과 혼란 등이 있었는데, 이 또한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우와 같은 국내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레조 리콜 문제가 여전하다. 일부 소비자들이 (레조 차량) 엔진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리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레조 리콜 대상 차량은 모두 16만4000대이다. 현재까지 이들 가운데 35% 정도(약 6만여대)가 리콜이 됐다. (리콜이 실시된) 차량 가운데 40대 정도만 엔진 전체를 교체했다. 확률로 따지면 극히 적은 수치다. 엔진에 대해 수리를 제공한 것도 0.2%에 불과하다. 99%의 차량에는 엔진 결함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주로 엔진 제어 모듈을 교체해 주고 있는데 문제없이 잘 달리고 있다. 지금 누구든지 엔진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우리에게 와서 충분히 검토하고, 교체도 해드리고 있다. 우리는 소비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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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오늘 이들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이 GM대우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씩 소송을 냈는데. 대책은 뭔가.
"일부 소비자들이 우리들에게 오지 않고 법원에 신청을 했는데 자동차에 대한 불만이라기 보다 회사에 대한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 엔진에 문제가 있어 우리에게 검사를 신청했으면 성실히 검사를 했을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고쳐드릴 준비가 돼있다.

반복되는 말씀인데, 우리가 차량의 결함에 대해 바꿔줄 용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레조의 문제는 GM대우차 (출범) 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 수 있다. 우리는 GM대우를 회생시키려고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이같은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 회사에 대해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나도 정확히 모른다. 극소수 사람들이 그런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목적이나 다른 목적으로 주류와 다른 길을 가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차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얼마든지 회사에 찾아오길 바란다. 기꺼이 수리해 드릴 용의가 있다."

"승용차 시장에선 기아차를 제치고 2위"

- 현재 GM대우차의 국내외 생산판매량을 보면, 작년에 비해 3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차량판매 증가를 위한 해법이 있나.
"조금 전에 한국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을 했는데, 이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3개월 동안 33% 감소했다고 했는데,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타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하는 시장만(승용차 시장)을 봤을 때에는 오히려 그곳에서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 20%에서 25%로 증가한 상황이다.

두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앞으로 판촉행위를 많이 하고 소비자 인센티브도 많이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대기아 등 다른 자동차 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장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우리가 SUV 모델을 출시 할 때까지는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수 시장이 좋지 않지만 수출 시장에서 활약을 많이 하고 있다. 국내에서 못 누리는 점을 상쇄하고 있다. 매달 수출이 신장하고 있다."

- 대우의 강점은 수출인 것 같다. 외국 시장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그리고 밀어내기식으로 수출한다는 지적이 있다.
"내수시장 좋지 않아 해외 판매에 진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현대차나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고용을 유지할 수 있고 판매규모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수출에 집중하지만 국내 시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말씀드린 대로 경쟁 시장 내에서는 2위이다. 르노삼성은 이미 제쳤고 얼마 전에는 기아도 따라 잡았다. 승용차 분야에서는 현대 다음으로 우리가 업계 2위이다.

우리 대우가 해외시장에서 굉장히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기쁘게 생각한다. 이렇게 수출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한국 경제 전망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선전을 하는 곳이 대만·인도·중국이다. '라세티'가 이들 3개국에서 좋은 자동차로 선정돼 상을 받은 바 있다. 또 남미나 중동에서도 성과가 좋고, 유럽에서도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북미에서도 매달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모든 임직원이 제품의 품질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해외시장이 품질 기준이 높다. 그에 맞추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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