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의 깃털까지 담아낸다

야생화교사, 대전 동아공고 이상덕 교사

등록 2004.05.31 10:07수정 2004.05.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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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상덕 교사

이상덕 교사 ⓒ 권윤영

"사진이 주는 재미를 아세요? 같은 야생화를 찍어도 조금만 방향을 달리하거나, 시간을 달리하면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정적인 꽃인데 다르게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무한한 생동감을 느낀답니다.”


평소 취미생활인 사진촬영으로 학생들의 교재로 사용하는 교사가 있어 화제다. '야생화 교사'로 불리는 대전 동아공고 이상덕(57)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에게 사진에 대한 열정을 심어준 것은 바로 야생화. 환경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야생화를 촬영하게 된 그는 일반사진처럼 찍어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야생화를 찍다가 사진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야생화 사진은 일반사진과는 다릅니다. 고밀도에다 접사렌즈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데 해상도도 예민하죠. 그냥 찍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a 지난 2002년 개최한 야생화 환경사진전

지난 2002년 개최한 야생화 환경사진전 ⓒ 권윤영

3년 전부터 사진 독학을 시작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가며 사진 기술을 익히거나 관련 서적으로 하나씩 터득해나갔다. 때로는 전문가를 찾아가 배울 정도로 열심이었다. 사진 촬영 후에는 항상 무엇이 잘못 됐는지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일 찍은 것이 잘못돼서 버리고 나면 허탈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새록새록 오기가 생겨났다.

"밤늦게까지 사진공부를 해도 지루할 새가 없다"는 그는 어디를 가나 항상 카메라를 소지한다. 주말이면 지리산, 무주 등 타지로 출사도 떠나지만 대체로 그의 주무대는 학교 안팎이다.


학교에 핀 야생화를 촬영해 수업시간에 꽃에 대해 설명해주면 학생들의 관심도 많아지기 마련. 지난 2002년에는 야생화 환경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교실 한 칸의 공간에 그동안 촬영했던 야생화, 학교 풍경을 담은 사진 300여점을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선보였고, 반응 역시 뜨거웠다.

“교육 자료를 만들어서 자연의 소중함을 일러주는 게 제 소명이지요. 환경 교과가 선택과목이 된지 5년 안팎인데, 생태와 환경은 다른 과목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환경 보호라는 것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터전을 만드는 일이잖아요.”


a 그가 촬영한 야생화, 매발톱

그가 촬영한 야생화, 매발톱 ⓒ 권윤영

a 개불알꽃

개불알꽃 ⓒ 권윤영
















녹색연합에서 6년째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한 그는 과학 교사에서 환경 교사가 된 만큼 환경 과목에 대한 자부심 대단하다. 환경신문제작반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환경신문을 만들고 올해에 2회 사진전도 개최할 계획이다.

사진을 하면서부터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늘었다. 더 많은 종류의 야생화를 알게 됐고, 아주 작은 풀 한포기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게 됐다. 늘 걷던 길을 걸어도,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에 눈길을 돌리게 되고 이제는 작은 꽃들까지도 눈에 띌 정도다.

야생화 외에도 학교 풍경을 담는가 하면 학생들과 야외수업을 나가서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그에겐 사진을 주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을 보여준 후 웹하드에 넣어주면 학생들이 알아서 사진을 찾아가곤 한다.

“사진을 찍다보면 컴퓨터와 가까워지고 섬세해 지는 것을 느껴요. 단순히 ‘하나 둘 셋’을 외치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야생화 하나하나의 깃털까지 담아서 사진을 찍다보면 정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자연 속으로 몰입해감을 느낀답니다.”

점점 안목이 생기는 듯하지만 아직 멀었음을 느끼는 그에게 사진은 “배우자고 들면 한이 없는 것”에 가깝다. 이 교사는 앞으로도 “사진과 야생화 공부는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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