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주한미군의 변화를 두려워하나

[전환기의 한미동맹- (중) ]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한반도

등록 2004.06.01 13:57수정 2004.06.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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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을 계기로 주한미군 감축을 비롯한 한미동맹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보수층에서 '안보공백론'을 앞세워 정부를 비판하자,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미군감축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계기로 '협력적 자주국방'의 조기 구축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일부이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안보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반도 군축'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반세기 동안 '성역'으로 존재해왔던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피할 수 없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전환기의 한미동맹을 세 차례에 걸쳐 집중기획으로 보도합니다. 이 기사는 그 중 두번째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주한미군 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남북한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남측에서는 일부 보수파를 중심으로 '안보공백론'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에, 정작 북한은 미군 감축을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예비 수순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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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환기의 한미동맹(상)] '협력적 자주국방'은 미국이 더 원한다

작년부터 주한미군 재배치를 예의주시해 온 북한은 최근 "주한미군 재배치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북침 전쟁 준비 완성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 역시 이에 맞서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갖춰 나갈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반발은 한미동맹 재조정과 맞물려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더욱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과 치밀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자칫 상호간의 불신과 경계심이 확대재생산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GPR 구상과 북한

실제로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의 내용을 면밀히 보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할 법하다. 부시 행정부가 21세기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GPR를 비롯한 신안보 전략을 보면, 북한이 1차적인 고려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방전쟁'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는 부시 독트린은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테러 집단이나 깡패 국가에 먼저 행동할 수 있다는 '선제공격론'과 "어느 국가가 미국과 대등해지려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킨다"는 '수위(primacy) 전략'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전자는 주로 부시 행정부가 지목한 "악의 축" 국가들을, 후자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9·11 테러 이후에 채택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2002년 12월 초 부시 대통령이 승인한 '국가안보 대통령 지침 17호'(NSPD-17)와 '본토안보 대통령 지침 4호'(HSPD-4호)를 통해 거듭 확인되었다.


특히 1급 기밀로 분류된 이들 문서의 '부록' 부분에는 이란, 시리아, 리비아와 함께 북한이 미국의 신안보 전략의 최우선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2002년 12월 11일자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이처럼 선제공격 전략과 수위 전략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는 부시 독트린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GPR이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11월 25일 GPR 추진을 천명하면서 "냉전 해체 이후, 우리 나라와 우방 및 동맹국들이 직면했던 (소련 등 공산국가의) 위협은 깡패 국가와 글로벌 테러리즘,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와 연계된 예상치 못한 위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미국에 의해 대표적인 깡패 국가이자 테러 지원국,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주범으로 규정되어 온 북한이 미국의 GPR 구상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 구상이 "한반도 방어는 한국에게 맡기고 미국은 지역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례로 주한미군 등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는 북한 등을 염두에 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과도 직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더글라스 페이스 미 국방부 차관은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가 전지구적 전략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예로 PSI를 들었다.

그는 작년 12월 미국의 국제안보전략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의 PSI는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확산을 다루는 전지구적 전략의 예"라며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적절한 군사력과 (동맹·우방국과의) 관계, 그리고 권한을 가지고 미군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변형이 몰고 올 파장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재배치'는 주한미군의 '변형'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근거 없이 안보공백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주한미군의 '변형'을 '감축'이나 '재배치'로 동일시하는 데에서 나오는 오류이다. 이는 지난 3월 31일 레온 라포테 주한미군 사령관의 미국 상원 증언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포테 사령관은 이 증언에서 '주한미군의 변형(transformation of USFK)'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의 재편 방향으로 세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는 장비 현대화와 새로운 작전 개념 실행을 통해 전투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3년간에 걸쳐 110억달러를 투입해 해공군력과 정보력, 그리고 미사일방어체제(MD) 등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대북한 선제공격 작전을 포함시킨 것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로 전력 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의한다는 것인데,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을 비롯한 '지역적 역할' 강화가 핵심이다. 끝으로 지속적인 주둔을 위해 기지와 병력을 재배치한다는 것인데, 용산기지와 2사단의 후방 배치 및 일부 병력의 감축이 여기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주한미군의 변형이 상당 부분 완료되면, 미국은 북한의 보복 능력을 크게 약화시키면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돼, 부시 독트린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군사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방 배치된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후방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의 한국 및 일본 배치,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지상요격체제 배치 등 MD 구축이 이뤄지면, 북한의 탄도미사일도 상당 부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MD 구상은 공격 작전을 통해 상대방의 미사일을 대부분 파괴하고 살아남은 미사일을 MD로 요격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가을, 군사적 긴장 고조될 가능성 높아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과 북한 핵문제로 고조된 바 있는 한반도 위기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수렁에 빠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고, 대선을 앞둔 부시 행정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는 잠복되어 있을 뿐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늦여름-초가을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는 3차 6자회담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PSI도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강경파가 대북강경책 및 PSI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고의로 북한의 대(對) 리비아 핵물질 수출설을 흘렸다는 의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봉쇄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의 한반도 전력 증강 계획도 긴장 고조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일부 병력의 해외 차출에 따른 전력 공백을 보강한다는 명분으로 스트라이커 부대 및 패트리어트 2개 대대의 한국 배치, 괌 등에 B-1, B-52 폭격기 배치, 그리고 동해에 이지스함 배치 등 대규모 전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올 것이고, 북미 양측의 날카로운 신경전과 군사적 준비 태세의 강화로 한반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이라크 수렁에 빠진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긴장 고조가 자신의 대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주한미군 변동, '사전' 합의 명문화해야

이처럼 한반도에 불확실성을 몰고올 변수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관리할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렛대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지난 1년 반의 시간이 보여주듯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측의 입장 차이를 조율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도, 미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PSI를 막는다는 것도, 그리고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증강시키는 것을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6월 3일에 예정된 2차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군사 문제 해결의 기초를 닦고,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PSI가 한반도 인근에서 실시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기회에 미국이 한반도에 군사적 변화를 추진할 때, 이를 사전에 한국 정부와 합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뿐만 아니라 장비와 무기의 반입을 추진할 때도, 한국 정부와 사전에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계속 미국의 배타적인 권한으로 남겨두면,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한반도의 군사 환경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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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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