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궁합 자랑하는 부부 의용소방대장

대전서부소방서 의용소방대장 박종호·한현희씨 부부

등록 2004.06.02 08:50수정 2004.06.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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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윤영

지난 3월 12일 한국 의용소방대 역사상 최초로 부부 의용소방대장이 탄생했다. 이색적인 주인공은 대전서부소방서 의용소방대장 박종호(54)씨와 한현희(52)씨 부부. 박 대장에 이어 한 대장이 서부서 여성의용소방대장에 취임하면서 한국 의용소방대 역사상 첫 부부 의용소방대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소방사랑에 대해 취재해 봤다...<필자 주>


이런 것을 보고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것일까. 이들 부부의 의용소방대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소방사랑은 우열을 가리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87년부터 같이 활동하기 시작한 이들 부부 의용소방대장은 모든 일에 있어서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만큼 봉사와 민간소방을 책임지는데 있어서도 서로 큰 힘이 되고 있다.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하고 조언이나 상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박 대장이 말할 때마다 “한 대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지난 87년 박 대장을 대신해서 소방대원 입대 이력서를 제출하러 갔어요. 그런데 의용소방대원에 남녀 구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저도 지원했어요. 곧이어 함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한현희씨)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불조심 예방, 산불예방 홍보는 물론 독거노인을 위한 경로잔치, 소외된 불우이웃을 위한 행사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화재 진압을 하는데 있어서도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화재 현장뿐 아니라 모든 사건사고에 출동해 의용소방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활동하다보면 많은 시간을 봉사하는데 할애해야 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하다 보니 대전시민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이들은 의용소방대 활동에 큰 매력과 자부심을 느낀다. 11월부터 5월까지는 불조심 강조의 달이기에 내내 긴장을 하고 있을 정도. 대원복을 입고 활동을 하는데 이는 본인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나가다가도 연기가 나는 곳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소방차를 쫓아간 적도 여러 차례. 그래선지 이들의 자녀들도 사이렌 소리만 들리면 모두 옥상에 올라가 어느 곳에서 불이 났는지 동태를 살필 정도다.


이들 부부가 이사하는 집에 집들이 갈 때마다 선물로 들고 가는 것은 다름 아닌 소화기. 한 대장은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요”라며 화재 초기 진압시 소화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미 그녀의 집에는 여러 개의 소화기를 갖추고 있다.

소방차보다 먼저 출동했던 일도 많았을 정도로 열정으로 가득한 이들에게는 가슴 뿌듯했던 일들도 많다.

“동절기 사고 많았을 때는 화재현장에 투입해서 진화한 적도 있어요. 언젠가는 피혁공장에 불이 났는데 LPG 가스통이 안에 있다는 거예요. 사명감으로 그 안으로 들어가 잠그고 나왔어요. 조마조마했지만 땀 흘릴 때가 보람이죠.”(박종호씨)

박 대장에 이어 한 대장은 충남방적 화재현장을 떠올렸다.

“당시에 대단히 큰 화재가 났어요. 유성구 관할인데 서부에서도 참가했죠. 새벽 4시까지 저 역시 현장에 남아서 몇 시간째 화마와 씨름하고 있는 소방관들에게 물, 컵라면 등을 제공했어요. 소방관들이 어찌나 고생을 많이 하던지….”(한현희씨)

의용소방대장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좋은 내조자이자 동반자. 서로에게 칭찬도 많이 하고 존경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는다. 오는 6월부터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무선 페이징시스템(버튼 하나로 119 상황실에 신고하는 시스템) 사용법에 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전시 의용소방대원들은 1000여 명, 전국적으로 의용소방대원 인원은 8만7천 명입니다. 활동력이 대단하죠. 저희는 같이 활동 하다보니 다소 쑥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의용소방대원이 돼봐야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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