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할아버지 관객이 참 많다!조미영
이윽고 쇼팽 기념비 옆 조그만 연단에 시선이 집중된다. 간단한 피아니스트 소개 후 바로 연주가 이어졌다. 둥근 분수대를 중심으로 넓게 펼쳐진 장미정원의 손님들이 일제히 침묵하고 그를 응시한다.
시작 전에는 단 한 대의 피아노와 조그만 스피커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이들의 소리는 수많은 청중의 눈과 귀를 잡아끌며 정원 구석구석으로 촉촉이 스며들었다.
뒤늦게 찾아온 한 무리의 관광객들은 감상에 폭 빠진 이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 침묵하며 조심조심 발자국을 디딘다. 나 역시 수동카메라의 육중한 셔터소리가 방해될까봐 결국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했다.
굳이 연주자의 실력이나 명성이 대단해서라기보다는 이 작은 콘서트의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다. 부드러운 피아노 소리는 장미향에 섞여 솔솔 불어오고, 두 손 꼭 잡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평온한 얼굴과 눈을 살포시 감고 음악에 빠져든 사람들의 차분한 모습이 오감은 물론 마음까지 한껏 풍요롭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