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산군들. 촘롱김남희
트레킹을 시작한 지 나흘째 되는 날,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를 향해 걸었습니다. 베이스 캠프에서는 왼쪽부터 히운출리(Hiunchuli, 6441m), 안나푸르나 사우스(Annapurna South, 7220m), 바라하 시카르(Baraha Shikhar, 7647m), 8091m의 안나푸르나I, 캉사르 캉(Khangsar Kang, 7485m), 타르케 캉(Tarke Kang, 7202m)과 신구 출리(Singu Chuli, 6499m), 타르푸 출리(Tharpu Chuli, 5663m)가 도열하듯 서 있습니다. 그 오른쪽 너머로는 안나푸르나III(7555m), 간다르바 출리(Gandharba Chuli, 6248m)와 마차푸차레(Machhapuchre, 6993m)가 뚜렷이 보입니다. 얼마나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는지 누군가 안나푸르나를 등반한다면 그 가쁜 숨소리까지 다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
배낭을 내려 놓은 저는 길가에 주저앉아 저 거대한 산군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안나의 숨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안나푸르나I은 그 생김새도 모나지 않아 에베레스트가 주는 위압감이 없습니다. 몇 시간쯤 헉헉대며 오르면 정상에 설 수 있을 것 같은 어리석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이곳에서는 뺨에 와 닿는 바람도 한결 부드럽습니다.
당신, 혹시 알고 있나요? 인류가 올랐던 최초의 8000m가 바로 이 안나푸르나였다는 것을요. 1950년 모리스 에르족이 이끄는 프랑스 원정대였지요. 그 지난했던 등반의 기록은 그가 쓴 <최초의 8000m 안나푸르나>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전 세계에서 1500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요.
끝이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산 마차푸차레는 그 모습이 마치 물 속에서 솟아오른 물고기의 꼬리 같이 생겼다 해서 '물고기의 꼬리(Fish Tail)'라고 불립니다. 이 산은 힌두교도들이 그들의 신 시바와 부인 파르바티의 신혼 여행지라고 신성하게 여기는 곳입니다. 따라서 네팔 정부에서는 등반 허가를 내주지 않기에 지금껏 미등정 봉우리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네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저 산에는 신이 살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못 오르고, 혹 오른다 해도 살아서는 내려올 수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미 저 산을 오른 몇 개의 등반대가 있는데 그저 쉬쉬할 뿐이라고 하고, 그 중에는 한국팀도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