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 LG텔레콤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여기 얼음물 한잔 갖다 주세요. 아~ 이거 속이타서..."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인터뷰 도중 얼음물을 찾았다. 지난 5년동안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 등과의 피말리는 경쟁사례를 이야기하면서였다. 물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섭섭함도 이어졌다.
남 사장은 “이미 선진국에서 소비자 이익을 위해 효과가 증명된 규제정책들이 선발사업자들에 의해 LG텔레콤에 대한 특혜로 왜곡됐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속이 상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만큼 LG텔레콤이 이동통신시장에서 후발사업자로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부터 실시된 번호이동성 시차제로 LG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5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5월말로 565만명으로 600만명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은 ‘2% 부족할 때’라고 말한다.
LG텔레콤은 시장에서 유효경쟁을 위해서는 최소한 시장점유율 18%를 달성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G텔레콤 본사 내부에 걸려있는 “600만 가입자를 넘어 800만 열풍으로”라는 문구에는 이러한 인식이 잘 나타나 있었다.
지난 1일 LG텔레콤 본사에서 <오마이뉴스>와 가진 단독인터뷰 내내 남용 사장은 SK텔레콤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선발사업자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정책이 절실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남 사장은 우선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상황이 약탈적 환경에 놓여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약탈적 경쟁환경은 정부가 공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KMT)를 SK텔레콤에 넘기고, KT를 통해 KTF의 시장을 넓혀주면서 생겨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요금 약탈, 유통 약탈, 단말기 약탈 등 3중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공정경쟁정책으로 참고할 만한 사례로 영국의 규제정책을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이동통신사업자간 대등한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 후발사업자가 선발사업자의 망을 사용하도록 개방하고 유통독점을 막는 등의 강력한 규제정책 실시했던 것.
"MP3폰의 소모적인 싸움, 이해할 수없다"
남 사장은 "이를 통해 4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비슷해져 경쟁이 활성화 됐고 결국 소비자들의 천국이 됐다”며 "선진국에서는 제대로된 규제정책이 소비자들의 이익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저작권 보호문제로 음반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MP3폰에 대해서 남 사장은 무료 MP3의 재생 제한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자신의 MP3폰에 저장돼 있는 '낭만에 대하여'를 직접 들려주며 자신이 바로 MP3를 장년층에게도 팔 수 있고 그만큼 음반시장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남사장의 핸드폰에는 '낭만에 대하여', '가을우체국 앞에서' 등 10여곡이 저장돼 있었다.
남 사장은 “20대에서 60대까지 구입하는 MP3폰의 폭발력이 음반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데 왜 소모적인 싸움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소비자, 음반업계, 이동통신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남 사장은 “98년 말 사장에 취임한 후 만 5년의 개인사가 우리나라 이동통신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 싸움의 역사”라며 “한솔PCS 인수에 실패하고 비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다음은 남용 사장과의 인터뷰 전문.
“SK텔레콤과 KTF의 규모,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