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은 요금·유통·단말기 3중 약탈시장"

[이코노미피플-④] LG텔레콤 남용 사장 인터뷰

등록 2004.06.03 17:51수정 2004.06.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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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 LG텔레콤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여기 얼음물 한잔 갖다 주세요. 아~ 이거 속이타서..."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인터뷰 도중 얼음물을 찾았다. 지난 5년동안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 등과의 피말리는 경쟁사례를 이야기하면서였다. 물론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섭섭함도 이어졌다.

남 사장은 “이미 선진국에서 소비자 이익을 위해 효과가 증명된 규제정책들이 선발사업자들에 의해 LG텔레콤에 대한 특혜로 왜곡됐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속이 상한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만큼 LG텔레콤이 이동통신시장에서 후발사업자로서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부터 실시된 번호이동성 시차제로 LG텔레콤의 가입자 수는 5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5월말로 565만명으로 600만명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은 ‘2% 부족할 때’라고 말한다.

LG텔레콤은 시장에서 유효경쟁을 위해서는 최소한 시장점유율 18%를 달성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G텔레콤 본사 내부에 걸려있는 “600만 가입자를 넘어 800만 열풍으로”라는 문구에는 이러한 인식이 잘 나타나 있었다.

지난 1일 LG텔레콤 본사에서 <오마이뉴스>와 가진 단독인터뷰 내내 남용 사장은 SK텔레콤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선발사업자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정책이 절실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남 사장은 우선 현재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상황이 약탈적 환경에 놓여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약탈적 경쟁환경은 정부가 공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KMT)를 SK텔레콤에 넘기고, KT를 통해 KTF의 시장을 넓혀주면서 생겨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요금 약탈, 유통 약탈, 단말기 약탈 등 3중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공정경쟁정책으로 참고할 만한 사례로 영국의 규제정책을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이동통신사업자간 대등한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 후발사업자가 선발사업자의 망을 사용하도록 개방하고 유통독점을 막는 등의 강력한 규제정책 실시했던 것.

"MP3폰의 소모적인 싸움, 이해할 수없다"


남 사장은 "이를 통해 4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비슷해져 경쟁이 활성화 됐고 결국 소비자들의 천국이 됐다”며 "선진국에서는 제대로된 규제정책이 소비자들의 이익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저작권 보호문제로 음반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MP3폰에 대해서 남 사장은 무료 MP3의 재생 제한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자신의 MP3폰에 저장돼 있는 '낭만에 대하여'를 직접 들려주며 자신이 바로 MP3를 장년층에게도 팔 수 있고 그만큼 음반시장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남사장의 핸드폰에는 '낭만에 대하여', '가을우체국 앞에서' 등 10여곡이 저장돼 있었다.

남 사장은 “20대에서 60대까지 구입하는 MP3폰의 폭발력이 음반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데 왜 소모적인 싸움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며 “소비자, 음반업계, 이동통신사업자, 단말기 제조업체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남 사장은 “98년 말 사장에 취임한 후 만 5년의 개인사가 우리나라 이동통신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 싸움의 역사”라며 “한솔PCS 인수에 실패하고 비동기식 IMT-2000 사업권을 따내지 못했을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다음은 남용 사장과의 인터뷰 전문.

“SK텔레콤과 KTF의 규모, 정부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어”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통부가 최근 정보통신정책심의위의 결정에 따라 SK텔레콤에 과징금 119억원을 물리고 독점규제 기간을 2년 연장하기로 했는데.
“정통부의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본다. (정부가)2001년 SK텔레콤과 신세기 통신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이후 합병인가 조건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안됐다. 조건 가운데 3항의 경우 보조금 지급을 금지했지만 감시자가 없으니까 돈 많은 선발사업자가 거리낌 없이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심의위에서 SK텔레콤의 독점화를 우려해 SK텔레콤의 보조금 지급을 철저히 감시하고 다시 위반할 경우 가중처벌하겠다고 한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실질적인 심의가 이뤄진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조금으로 가입자 모집해 얻은 이익에 비하면 순익이 2조원에 이르는 SK텔레콤에게 과징금 119억원이 큰 아픔은 아닐 것이다“

- 평소에 이통시장의 경쟁 상황을 두고 ‘약탈적 환경’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약탈’이라는 표현이 경쟁사를 비방하려는 말이 아니다. 약탈적 경쟁환경은 정부독점에서 전이된 규모의 차이에서 생겼다. 대규모 망을 깔아야하는 이동통신사업의 경쟁력은 규모다. 또 수조원의 초기 투자를 해야하는 사업특성상 안정적 가입자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SK텔레콤과 KTF의 규모는 모두 정부가 늘려준 것이다. LG텔레콤이 시장에 들어갔을 때 SK텔레콤의 가입자수는 460만명, 이익잉여금은 약 8000여억원이었다. 이는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KMT)시절 정부가 모두 투자하고 가입자를 모은 것이다. 그런데 단 3500억원에 민영화 시켰다. 이는 SK텔레콤에 거저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 KTF의 상황은 어땠나
"KTF도 국민 세금으로 만든 KT의 독점력 혜택을 받았다. KTF의 가입자 수가 급격히 올라간 것은 99년 KT가 KTF에 6300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준 이후였다. 당시는 단말기를 공짜로 뿌리던 시절이었고 단말기 가격이 20~30만원 정도였다. 가입자 수로 치자면 200만~250만명을 늘려줬다. 하지만 LG텔레콤은 당시 정부의 상호지급보증 규제로 모회사로부터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

KT는 공기업이라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한솔PCS 인수도 KT돈으로 했다. 250만 가입자를 또 더해준 것이다. 이는 명백히 정부자본이 민간기업을 약탈한 대표적이 사례다. 혜택을 받지 못한 신세기통신, 한솔PCS는 모두 쓰러질 수밖에 없었고 현재 LG텔레콤 하나만 남았다“

“삼성전자가 최신 단말기 하나만 줘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

- 이런 경쟁상황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불공정 경쟁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재 이동통신 시장에서 약탈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요금약탈, 유통약탈, 단말기 약탈이다. 후발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경우 충분한 마케팅 시간을 줘야한다. 그러나 정통부는 표준요금에 대해서만 허가한다. 선발사업자가 곧바로 따라올수 있게돼 있다.

두 번째 유통약탈은 본사에서 대리점에 주는 리베이트의 차이에서 온다. 현재 LG텔레콤은 가입자 1인당 8만원을 주지만 SK텔레콤은 30만원을 준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LG텔레콤 단말기를 팔려고 하겠는가. 유통마저 돈 있는 사업자가 독점하는 상황이 됐다.

세 번째가 단말기 약탈이다. 현재 삼성전자 단말기가 60%의 시장점유율에 선호도가 가장 높다. 그런데 SK텔레콤은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서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자사에게만 독점 공급하게 한다.

3개월이 지나야 LG텔레콤에 신모델을 주는데 신제품의 수명이 6개월임을 감안하면 중고단말기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팬택&큐리텔, 심지어 자매사인 LG전자에도 이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단 하나만이라도 신제품을 공급해 준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이같은 환경에서 LG텔레콤이 생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LGT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50만명의 가입자와 18%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해야 한다. 규모가 되지 않으면 약탈당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올 들어 80만명이 늘어 가입자가 565만이 됐지만 아직 만족한다는 이야기는 못하겠다.

전세계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생존 조건을 조사해봤다. 가장 효율적인 사업자라 하더라도 최소 시장점유율(MS)이 18%였다. 현재 LG텔레콤은 15.6%의 MS로 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휴대인터넷 등 3세대, 4세대 서비스 투자를 하면서 이익을 내기위해서도 최소한 시장점유율 18%는 돼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 시장점유율 18%가 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나.

"시장점유율이 18%가 되면 약 7500억원의 현금유동성이 생긴다. 4000억원을 투자하고 3500억원만 마케팅 비용으로 써도 1조8000억원을 쓰는 SK텔레콤에 대항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러 가지 할인요금제를 통해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이끌 수 있는 여지도 더 생긴다.

경쟁이 되면 소비자 이익은 증가한다. 때문에 정부가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해지는 최소한의 시장점유율 18%를 달성할 때까지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공정하게 게임을 하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영국의 사례가 참조할 만 하다. 우리 합작파트너인 브리티시 텔레콤(BT)이 한국의 상황을 보고나서 정부의 경쟁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보다폰’이 10년 전만해도 시장점유율 67%로 지배적 사업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1위인 ‘오렌지’가 26%이고 나머지 사업자들이 25%, 24%다. 영국 정부는 이런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추진했었다."

- 어떤 정책들인지 소개좀 해달라.
"먼저 신규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올 때 원하는 지역에만 망을 깔도록 하고 그 외 지역은 선발사업자의 망을 사용하도록 했다. 후발사업자의 초기투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망개방, 연동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PCS 사업자들은 국제로밍 서비스 제공에도 어려움이 있다. 두 번째는 번호이동성제도다. 우리는 금년에야 시작했는데 영국은 후발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오면서 바로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리베이트 30만원 어림없다"

세 번째는 접속료를 차등화다. 접속료라는 것은, 예를 들어 019 고객이 011고객에게 전화를 걸면 처음에 019망을 쓰다가 011망을 쓰게 되는데 이때 요금을 거둔 사업자가 상대 사업자에게 망 사용료로 지불하는 돈이다. 영국은 원가 보전 차원에서 후발사업자의 접속료를 더 높게 책정했다.

그런데 한국은 반대로 했다. SK텔레콤의 접속료는 원가보다 높게 하고 LG텔레콤은 원가보다 낮게 책정했다. 이것은 후발사업자들의 돈을 가져다가 선발사업자에게 갖다 바친 꼴이다.

네 번째가 가장 결정적인데 유통독점을 막았다. 제조업자와 달리 이통사업자는 가입자가 지불하는 요금으로 단말기 요금을 회수할 수 있어 무료로 단말기를 줄 수 있다. 때문에 돈 많은 선발사업자의 유통독점 가능성이 있다. 영국은 유통독점을 막으려고 이통사업자들이 유통사업을 못하게 했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이통사업자가 리베이트를 30만원씩 지급해서 독점할 여지 자체가 없다“

-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결과가 있었나.
“한마디로 소비자들의 천국이 됐다. 이런 정책들로 후발사업자들은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업체의 규모가 비슷해지니까 영국 정부는 규제를 모두 풀었다. 체격이 비슷하니까 시장에서 무한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경쟁이 활성화됐고 그 결과 요금인하, 다양한 서비스, 소비자 선택권도 그만큼 커졌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부도 그동안 선발사업자에 대한 비대칭 규제 정책을 펴왔고 현재 접속료 재산정, 주파수 사용료 차등화 정책을 준비 중이다.
“보조금 금지 법제화, 접속료 차등화, 주파수 사용료 차등화, 통신망 연동 등을 이미 5년 전부터 공정경쟁정책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규제정책을 선진국에서 시행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입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규제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익을 증진시켰다는 사실이 증명됐음에도 규제정책이 LG텔레콤에 대한 특혜라고 몰아 붙였다. 보조금 금지 법제화만 해도 2년이 걸렸다.

접속료도 2년의 투쟁했지만 개선은 미흡했다. SK텔레콤은 분당원가가 38.3원이었으나 접속료를 41원으로 했고 LG텔레콤은 원가가 72원이었지만 59원으로 했다. SK텔레콤은 원가보다 더 받고 우리는 원가보다 13원을 덜 받게 됐다. 이번에도 정통부가 재산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후발사업자의 입장이 얼마나 관철될지 모르겠다“

“통화품질 차이는 주파수 차이 때문, 사용료 차이 ‘조’단위로 해야”

- 주파수 사용료 차등화는 어떤가.
“주파수 사용료도 매우 불합리하고 생각한다, 지난 4월 정통부가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 사용료 차등화 비율을 1:0.7로 정했다. 그런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약 80억원 차이다. 만약 나에게 80억원 더 내고 800MHz 주파수 사용할지, 아니면 그대로 1.8GHz 주파수 사용할것인지 물어본다면 두말없이 800MHz 사용한다고 할 것이다.

PCS가 지하에서 안터지고 건물 깊숙이 투과하지 못하는 것은 투자의 차이가 아니라 주파수의 차이 때문이다. 주파수 효율성 때문에 PCS사업자가 SK텔레콤과 같은 통화품질을 유지하기위해서는 1.7배 더 투자해야한다. 주파수 사용료를 차등화하려면 ‘조’단위의 차이는 나야 한다”

- SK텔레콤이 2005년말까지 시장점유율을 합병 전 수준인 52.3%로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SK텔레콤의 의지를 믿는다. 다만 본질적인 시장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에 김신배 사장의 의지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먼저 시장에서 우리가 약탈을 당하지 않은 최소한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공정경쟁구도가 확립돼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또 하나는 시장점유율 52.3%의 함정이 있다. 현재 SK텔레콤의 점유율이 51.7%정도인데 52.3%를 달성하려면 50~60만 이상 순증 가입자를 모아야 한다. 때문에 SK텔레콤이 52.3%를 유지하겠다는 그 자체가 공격적인 마케팅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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