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순신>의 세계화를 꿈꾼다

창작오페라 <이순신> 제작자 공주대 백기현 교수

등록 2004.06.07 09:51수정 2004.06.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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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주대학교 백기현 교수

공주대학교 백기현 교수 ⓒ 권윤영

"솔직히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저에게는 못다 이룬 꿈이 있어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오페라 이순신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공주대 백기현(음악교육) 교수. 소위 말해 남부럽지 않은 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살고 있던 집도 처분해야 했고, 월급은 차압당하고 있다. 역시 같은 대학에 재직 중인 부인의 월급까지 차압당하고 있는 실정.


이 모든 게 오페라 <이순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건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창작한 이순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그에게는 이 오페라를 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만이 있을 뿐이다.

오페라 <이순신>은 지난 98년 이순신 장군의 순국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화관광부, 충청남도, 아산시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았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 5개 도시를 순회 공연했다. 우리 나라 창작오페라 사상 최초로 지난 2000년 이탈리아 공연, 2003년 러시아 공연에 올라 이미 언론의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난해 1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있었던 공연을 성황리에 끝마쳤지만 12억원의 러시아 공연 비용 중 행정자치부에 신청한 특별교부세 6억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귀국과 동시에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러시아 공연 전에 갖고 있던 3억원에다 6억원의 빚까지 그가 떠안게 된 것.

애당초 러시아 공연의 총 예산은 12억원이었다. 백 단장은 국비 및 지방비 6억원을 받은 후 민간 기업 협찬 6억원을 기대했지만 경제난으로 기업체 협찬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그는 러시아 공연을 가기 전 행정자치부에 특별교부세를 신청했다. 믿을 것은 그것뿐이었지만 귀국 후 담당자로부터 "오페라 공연에 대한 효과가 적다"며 "지원을 못해 주겠다"는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a 오페라 이순신 공연 장면

오페라 이순신 공연 장면

"해외 공연 후 이제부터 인정을 받고 잘 될 줄 알았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는 충청남도와 아산시, 문화관광부의 지원도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어요."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도, 오페라 <이순신>에 대한 지원책이 끊겼다는 것도 안타까웠지만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 바친 오페라 <이순신>이 방향을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올해는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에 가려던 희망찬 계획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지난 98년 오페라 <이순신>을 탄생시킨 이래 오로지 그것 하나만 보고 달려온 인생.

"3차례에 걸친 작곡 작업을 했어요. 재작곡을 하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보려는 욕심에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어 내면 후원이나 기금 확보가 잘 될 거라는 순수한 생각을 했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하고 남겼으면 이렇게는 안됐을 텐데' '교수로만 지내는 건데'하는 생각들도 문득문득 그를 괴롭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우리 나라 창작 오페라 역사상 유럽 무대에 첫 진출한 오페라 <이순신>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막을 내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지난 90년 성곡 오페라단을 창단한 이래 대전 충남권을 넘나들며 오페라 공연을 펼쳤고 틈틈이 해외 공연을 추진해 왔다. 그때부터 백 교수에게는 꿈이 있었다. 90년에는 충남에서 오페라 운동을 하며 오페라를 활성화시키고 싶었고, 지난 95년 서울 공연을 하면서는 창작 오페라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98년에는 우리 오페라를 세계화하고 싶다는 꿈을, 그리고 현재는 오페라 <이순신>을 세계화 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오페라 <이순신>의 후원자를 고대합니다. 어떤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어요. 오페라 <이순신> 살리기 운동이 일어나거나 기업이나 후원자들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지금껏 쌓아온 명성이 헛되지 않게 말이죠."

백 교수는 해외 무대에 이순신 오페라가 올랐던 순간, 그 희열을 기억한다. ‘왜 이런 험한 길을 택했을까’ 가끔씩 지치기도 하지만 또 다시 선택의 순간이 주어진다면 백 교수는 같은 길을 갈 것이다. 그는 또다시 지친 마음을 가다듬고, 오는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오페라 이순신의 서울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절망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희망을 갖는다.

"우리 나라도 언젠가는 거북선 모양을 한 오페라 하우스를 갖게 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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