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남소연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사회에 나왔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순간 한 중년 여성이 강씨에게 와 사진을 찍자고 한 뒤, "힘내세요"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주 잠깐동안 강씨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쯧쯧쯧'예요. 그나마 듣기 좋은 말이 있다면 '괜찮으세요'란 말인데, 내가 거절하면 그냥 모른 체 하고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사랑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죠. 한번은 휠체어 타고 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제 손을 확 잡았어요. 그리곤 '거봐 강원래 맞지'라고 옆 사람에게 말하더라고요. 전 당연히 땅바닥에 떨어졌죠. 하체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혼자 휠체어 타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 아주머니는 또 제 손을 잡고 일어나 보라고 하는 겁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는 도움, 동정의 대상으로서의 장애인… 그에게는 큰 상처라고 한다. 물론 장애인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강씨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언젠가 지방의 한 식당에 들렀다 나오는데 등뒤에 대고 주인이 소금을 뿌렸다고 한다.
이런 시선과 행동들에 대해, 언제인지 모를 컴백을 위해 랩가사를 만들어놨다고 한다. 소개를 부탁했다.
"'어이구, 힘든데 왜 밖엔 나와', '두다리 없으면서 어딜 돌아다녀' 등 도와주는 척하며 무시하는 아줌마들에 대한 가사도 있고, 처음엔 너무 미웠지만 죽을 때까지 친구일 수밖에 없는 휠체어에 대한 것도 있어요."
"나의 직업은 라디오 DJ와 댄스학원 원장"
인터뷰 도중 수차례 걸쳐 팬들이 사인을 부탁한다. 일일이 사인을 해주는 솜씨는 역시 베테랑이다. 가수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 질문을 던졌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온다.
"가수에 대한 매력은 없어요. 해볼 거 다 해봤으니까요. 상도 받았고 음반 100만장도 넘겨봤어요. 사실 제 꿈은 아담한 집에 송이가 집에 있고 두명이 아이가 뛰어놀다가 제가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아빠!'하고 달려오는 거죠. 아 물론 때가 되면 클론 활동을 다시 할겁니다."
평범한 가장으로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다는 뜻. 그가 평생 직장으로 선택한 직종은 바로 '라디오 DJ'다. 강씨는 지난해 10월부터 KBS 해피FM '강원래·노현희의 뮤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DJ는 세상에 강원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의미로 시작했죠. 지금은 힘들지만 배철수 선배처럼 믿음이 가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아! 그리고 강릉의 건물 지하에 '클론댄스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댄스학원을 7월 중 오픈할 예정입니다. 인테리어 하고 있고요. 타 학원과 차이점이 있다면 저희 학원 강사들은 다 저와 함께 했던 댄서들이에요. 음, 이제 제 직업은 DJ와 학원원장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웃음)
대화를 나눈 2시간 이상 대부분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기자는 '감히' 그 내면의 아픔과 고통을 어느정도 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끝낸 뒤, 강원래씨가 휠체어에서 자신의 차로 몸을 옮기려 한다.
- 도와드릴까요?
"전 괜찮아요. 그냥 봐주시면 돼요."
- 혹시 현재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40점이요. 좋은 점수는 절대로 못 주죠. 많이 나태해지고 게을러졌어요. 병원에서의 각오와는 많이 달라졌어요. 송이에게도 미안하고…. 사실 (기자와) 이렇게 앉아서 이야기할 땐 아무렇지도 않은데 헤어질 땐 난 휠체어에 앉아있고 기자님은 서서 걸어가잖아요. 차 타고 가다보면 묘해요. 장애는 이길 수 있어도 내 마음은 이길 수 없는 것 같아요. 평생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안녕히 가세요."
▲강원래씨는 5일 주니어리더쉽 페스티벌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자가운전식 맞춤형으로 개조한 승용차를 몰고 왔다. 가끔씩 쳐다보기 싫을 때도 있지만 가슴밑으로 감각이 전혀 없는 강씨에게 휠체어는 '두 발'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 | "'날라리로 먹고살라'는 선생님 말씀 전하러 왔다" | | | 청소년 리더십 강연 나선 강원래씨 | | | |
| | ▲ 강원래씨가 5일 '제2회 주니어리더십 페스티벌' 참가 청소년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 "처음에 청소년들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황당했어요. 난 공부는 50등 안에 든 적이 없고 야구부원들보다 성적이 좋지 못해 꼴등도 경험해봤죠. 고1때 IQ는 68이었어요. 다 찍었기 때문이죠. 그런 제가 어떻게…. 고민을 하다 고3 때 담임선생님께서 '네가 날라리라면 날라리로 먹고살아라'라고 말씀하셨고, 그게 용기가 돼 이런 자리까지 서게 됐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전해주자고 마음먹었죠."
5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미래의 리더들을 위해 열린 '제2회 주니어리더십 페스티벌'의 강연자로 나선 가수 강원래(35)씨. 강씨는 이날 행사 중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의 말처럼 학과 성적은 안 좋았을지 모르지만 춤꾼과 가수로서 최고로 인정받았고 장애를 딛고 성숙한 모습으로 1318들 앞에 섰기 때문이었을 것.
강씨는 휠체어에 탄 채, 학생들에게 삶 속에서의 고집과 변화에 민감함, 그리고 평범함 속에서의 가능성의 발견 등 '강원래식 리더론'을 참가자들과 펼쳐보였다.
이날 강의에서 강씨는 "공부는 못했지만 춤에 대한 욕심은 대단했다, 나보다 잘 추는 사람이 나오면 옷을 벗으면서까지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며 "미군 클럽에서 흑인을 상대로 1등을 차지했는데 그때 2위가 양현석과 이주노씨였고 4위가 박진영씨였다"고 '춤꾼'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학생들에게 전했다.
이와 함께 강씨는 "고집은 좋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변화에 민감한 것"이라며 "같은 음악에 춤을 춰도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시대를 앞서나가는 학생들이 되라고 북돋았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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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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