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가 카드연체 대환대출 신청?

우리카드, 영업정지 막으려 '조직적' 불법행위 의혹

등록 2004.06.10 05:03수정 2004.06.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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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카드 고객 B씨의 추심 내용이 담긴 우리카드 내부자료. 2002년 12월 31일 300여만원의 대환대출을 신청(오른쪽 위)했지만, 이미 B씨는 같은 해 7월 사망(오른쪽 아래)했다.

우리카드 고객 B씨의 추심 내용이 담긴 우리카드 내부자료. 2002년 12월 31일 300여만원의 대환대출을 신청(오른쪽 위)했지만, 이미 B씨는 같은 해 7월 사망(오른쪽 아래)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금감원이 지난해 우리카드 내부고발자인 김승민(34·전 우리신용정보 직원)씨의 신상정보를 우리카드측에 넘겨줘 제보자 신원보호에 소홀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씨가 당시 제보한 내용이 뒤늦게 사실로 확인돼 금감원의 '직무유기' 시비로까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김씨는 금감원에 "우리카드가 2002년 12월과 2003년 6월, 금융감독기관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연체율 10%보다 연체율을 낮춰 영업정지를 막기 위해 고객동의 없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대환대출을 했고, 이 중에는 사망자와 구속수감자도 포함돼 있었다"는 요지의 제보를 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카드사 연체율이 한창 높아가던 2002년과 2003년 사이 본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사망자나 구속수감자의 연체채권을 '대출금'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으로 연체율을 낮춰 금융감독기관의 영업정지 처분을 피해간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카드가 이처럼 불법·편법 대환대출을 한 규모만 해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금감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영업정지 등을 명령할 수 있는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고 과징금 5000만원만을 부과해 '봐주기'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봐주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우리카드를 합병한 우리은행측도 "일부 편법은 있었으나 고객동의 없는 불법 대환대출을 조직적으로 한 일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망한 B씨, 구속된 K씨가 대환대출 신청?...
불법·편법 대환대출 수천억 이를 것으로 예상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우리카드 내부자료에 따르면, 우리카드 고객 B씨의 경우 연체금을 갚기 위해 2002년 12월 31일 320만9985원에 이르는 대환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같은 자료에서 B씨는 이미 2002년 7월 사망한 것으로 돼 있다.

또 다른 고객인 K씨도 2002년 12월 31일 544만6820원을 우리카드로부터 대환대출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당시 K씨는 같은 해 9월부터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현행법상 대환대출은 반드시 고객 본인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데, 당시 우리카드는 편의상 자동응답전화(ARS)를 이용해 몇 차례 본인확인을 거치는 절차만으로 고객이 직접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자료에 따르면, 사망이나 구속 수감으로 전화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B씨나 K씨 같은 고객들도 버젓이 대환대출을 신청한 것처럼 나타나 우리카드가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카드는 사망자나 구속수감자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대환대출을 고객 동의 없이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편법 대환대출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느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신용카드의 편법대환 취급에 대한 제보와 관련하여, 같은 해 9월 24일부터 10월 10일까지 우리신용카드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 연체율을 9.1%에서 14.2%로 바로잡고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하는 등 조치를 취한 바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9.1%에서 14.2%로 5.1% 상향조정한 우리카드 연체율을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400여 억원, 해당 고객은 4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해 6월 한달 동안만 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 2002년 12월에 행해진 불법 대환대출 금액까지 합친다면 그 액수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 우리카드 고객 K씨의 추심 내용이 담긴 자료. 구속중(오른쪽 위)이었던 K씨가 12월 31일 대환대출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우리카드 고객 K씨의 추심 내용이 담긴 자료. 구속중(오른쪽 위)이었던 K씨가 12월 31일 대환대출을 한 것으로 돼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대환대출 날짜 공교롭게도 일치... '조직적 불법' 의혹

또 한 가지 문제는 이 같은 불법·편법 대환대출이 조직적으로 행해졌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우리카드는 "일부 편법은 있으나 조직적으로 행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카드 내부자료에 따르면, 불법 대환대출이 행해진 날짜가 공교롭게도 모두 2002년 12월 31일로 돼 있다. B씨나 K씨에 대한 불법 대환대출 날짜도 2002년 12월 31일이다. 한 전직 카드사 추심직원은 "통상 12월 30일이면 업무가 끝나게 되고, 12월 31일은 마감 등으로 대환대출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우리카드 내부자료에는 '12월 31일 카드사 대환일괄처리'라는 내용이 선명하게 나와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추어볼 때, 우리카드는 연체율을 낮춰 금감원에 보고하기 위해 수많은 연체채권을 2002년 12월 31일 일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환대출로 돌렸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아울러 금감원이 불법 대환대출 사실을 적발하고도 과징금 5000만원만을 부과하고,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한 것도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논란을 낳고 있다.

금감원 "사망자 등 불법 대환대출 68명 적발... 봐주기 아니다"
우리카드 관계자 "구속수감자 대환대출, 가족이 했을 수도 있다"


a 우리카드 내부자료에는 '2002년 12월31일 카드사대환일괄처리'라고 나와있다.

우리카드 내부자료에는 '2002년 12월31일 카드사대환일괄처리'라고 나와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우리카드의 불법·편법 대환대출에 대해 금감원은 일단 일부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원우종 비은행검사2국장은 "ARS를 통해 대환대출 신청을 받는 것은 일단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조사를 통해 편법 대환대출 등을 많이 적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 국장은 "일부 불법은 적발했지만, (4만 여건, 1400여 억원) 모두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에는 이쪽(카드업계)이 다 편법 대환대출을 했던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원 국장은 또 조직적인 불법 대환대출이 아니냐는 질문에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조직적인 것은 아니라고 봤다"고 전했다.

이석창 수석검사역도 "적발된 것들 중 일부는 고객 동의를 받지 않은 것도 있지만,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며 "사망자 등 고객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대환대출 적발 건수는 모두 68건으로 극히 미미했고, 조직적인 것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과징금 처분이 '봐주기'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수석검사역은 "당시 우리금융지주회사가 6400억원을 증자하기로 결정해 적기시정명령을 유예해 준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 우리카드 홍보실 관계자도 사망자나 구속수감자의 대환대출에 대해 "일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밝혔으나 조직적인 불법 사실은 부인했다.

그는 "채권 추심원들의 경우 이직율이 높아서 인수인계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었고, 워낙 연체율이 급증하고 추심원들이 많아서 정상적인 처리가 안 됐을 수가 있었다"며 "인수인계가 잘 안 돼 누락될 경우에는 해당 고객이 사망했거나 구속된 사실을 추심원이 제대로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구속수감자의 경우 가족들이 해당 고객의 비밀번호 등을 알고 있으니까 ARS를 통해 가족들이 대환대출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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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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