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방문객 국회 지하통로 이용 못해"

박광태 광주시장 항소심 재판부, 국회에서 현장검증

등록 2004.06.14 13:55수정 2004.06.1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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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회 의원회관 안내실 전경. 이곳에서 지하통로를 이용, 국회본관에 가려면 의원이나 보좌관이 동행을 해야 한다.

국회 의원회관 안내실 전경. 이곳에서 지하통로를 이용, 국회본관에 가려면 의원이나 보좌관이 동행을 해야 한다. ⓒ 박광태 시장 변호인


돈을 건넨 사람은 국회 지하통로를 이용해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방호 관계자는 "의원이나 보좌관의 동행이 없을 경우 일반방문객의 통행은 불가능하다"고 확인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원심재판부가 무시한 현장검증, 항소심 재판부가 실시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은 현대건설로부터 3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돈을 전달했다는 임모(전 현대건설 부사장)씨가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한 지하통로를 이용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줄기차게 현장검증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원심 재판부는 "일반인이 의원회관 방문증만을 교부받은 상태에서 지하통로를 이용, 국회 본관으로 통행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실형을 확정했다. 물론 현장검증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시장 변호인단의 현장검증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2일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두시간 동안 국회에서 현장검증을 벌였다. 박 시장측은 "원심 재판부가 당연히 했어야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이제라도 현장검증을 해줘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이날 현장검증의 주요 내용은 ▲의원회관 안내실에서 본관방문자에게 지하통로를 안내하는지 여부 ▲일반방문객의 지하통로 출입허용 여부 ▲지하통로 구조 등이었다.

국회 방호관계자 "의원·보좌관 동행 없으면 일반방문객 통행 불가능"


항소심 재판부가 국회 현장검증을 실시한 까닭은 임모씨가 박광태 당시 산자위원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통로'에 대한 검찰진술내용 때문이다. 임씨는 "의원회관 면회실에서 박 의원을 만나려면 지하통로를 이용하라고 해, 회관방문증을 발급받고 지하통로를 통해 박 의원 사무실로 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12일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국회 방호관계자는 임모씨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 본관은 회의실 등이 있어 항의성 민원인들이 소란을 피우기 때문에 출입절차나 방호가 까다롭다"며 "일반방문객에게 예외적으로 지하통로를 이용하게끔 안내해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의원이나 보좌관의 동행이 없을 경우 일반방문객의 통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원이나 보좌관) 동행없이 전화통화로 일반방문객을 통행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도 "불가능하다,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의원이나 보좌관의 동행으로 지하통로를 출입할 때도 "지하통로 출입현황에 방문증 번호를 기재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a 국회 지하통로. 바닥엔 붉은 카페트가 깔려있고 벽면엔 서화가 걸려있다.

국회 지하통로. 바닥엔 붉은 카페트가 깔려있고 벽면엔 서화가 걸려있다. ⓒ 박광태 시장 변호인


5분 안에 본관 다녀왔다던 경찰 "본관으로 꺾어서 20m만..."

특히 이날 현장검증에서는 검찰 파견 경찰관의 공판조서 내용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경찰관은 지난 2월 "지하통로는 일반방문객이 갈 수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검찰이 국회를 방문케 한 인물이다.

이 경찰관은 국회를 다녀온 뒤인 3월 4일 "의원회관 방문증으로 지하통로를 통과하여 국회본관 엘리베이터까지 5분이면 충분했으며, 지하통로 벽면은 도배돼 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검증에서 변호인단이 "방문증 교부, 반납시간이 5분밖에 안걸렸는데 어떻게 그 거리를 갔다 왔단 말이냐"고 묻자 이 경찰관은 "본관 엘리베이터까지는 아니고 부근까지 갔다왔다"고 번복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공판조서는 거짓말이었냐"며 재차 다그치자 "본관으로 꺾어서 20m쯤까지 갔다왔다"고 또다시 번복했다. 이 경찰관은 또 지하통로 전체에 서화가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통로 벽면은 도배돼 있었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고 말해 자신의 증언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약화시켰다.

한편 국회 현장검증을 마친 재판부는 한차례 더 심리를 연 이후 판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한 물증 없이 돈을 전달했다는 임모씨 한 사람의 진술에 의해 기소돼 원심에서 실형이 확정된 이 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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