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지역 동시분양 아파트의 건축비가 부풀려져 건설 업체들이 1조4000억원의 차액을 챙겼다고 주장했다.오마이뉴스 이승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건축비가 평당 200여만원 부풀려져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1조4000억원의 폭리를 취해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파트 값 거품빼기 운동을 전개해온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15일 서울 동숭동 경실련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업체들의 건축비 부풀리기 실태를 고발했다.
경실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04년 2월까지 14차례에 걸친 서울지역 동시분양 아파트의 경우 감리자모집공고 단계에서 신고된 평균 건축비는 평당 426만원이었지만 입주자모집공고(분양공고) 단계의 평균 건축비는 평당 622만원으로 평당 196만원이 껑충 뛰어 올랐다.
이로 인해 가구당 6500만원씩 건축비가 추가됐으며 총 분양면적이 71만평임을 감안하면 사업자들은 총 1조4000억원의 차액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자 모집할 때는 196만원 더 비싸게 건축비 책정
경실련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건축비와 비교하면 부풀려진 건축비 규모는 더 늘어난다. 경실련이 사업자가 감리자선정시 해당 지자체에 신고한 감리대상 공사비를 근거로 추정한 건축비는 평당 357만원으로 분양 공고시의 사업주체가 공고한 건축비와는 평당 265만원, 가구당 8700만원, 총건축비는 1조9000억원의 차이가 났다.
또 입주자모집 단계 평당 건축비 622만원은 건교부가 정한 표준건축비 최고액인 평당 310만원과 서울, 대전, 전주, 부산의 도시개발공사가 공개한 평당 건축비 310만원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액수이다. 건교부의 표준건축비와 비교할 경우 건축비 차액은 가구당 1억300만원, 총 건축비는 2조2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경실련의 이번 건축비 조사는 서울시가 2003년 1차부터 2004년 2차까지 동시분양한 아파트 159개 사업 중 확인 가능한 113개 사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체 공급 세대수는 2만1500여 세대, 총 분양면적은 약 71만평으로 사업자는 재건축조합이 89개, 민간이 24개이다.
사업자들은 아파트 건축을 하려면 우선 해당 구청에 사업계획을 승인받고 감리자 지정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 지자체는 사업계획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감리자 모집공고를 하게 된다. 이후 사업자들은 서울시의 분양가자율조정 권고를 거쳐 입주자모집 공고 승인을 받아 입주자를 모집하게 된다.
사업승인 단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건축비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스스로 밝힌 건축비조차도 각 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경우 강남구청이 낸 감리자 모집 공고에 명시된 평당 건축비는 약 371만원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의 모집공고 승인을 받은 후 낸 입주자모집 공고문에 나타난 평당 건축비는 약 620만원으로 249만원이나 늘어났다.
감리자 모집공고와 입주자 모집공고는 대부분 같은 해에 이루어지고 시차는 짧게는 1개월, 길어야 6개월 이내이다. 그런데 사업자들은 이 짧은 기간 동안 평당 건축비가 249만원이나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자들의 '고무줄 건축비' 책정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부동산뱅크'가 지난 3월 지난해 서울 1~12차 동시분양 아파트의 건축비와 토지비를 비교한 결과 강북 일부 대형 아파트의 건축비가 강남의 같은 평형보다 오히려 높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지역 같은 시기에 분양된 경우에도 건축비가 200여만원이 넘게 차이가 나는 등 업체들이 분양가를 주변시세에 맞춰 올리기 위해 건축비를 임의로 부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경실련은 업체들의 건축비 부풀리기와 허위신고 실태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업자들이 감리자모집단계와 분양공고단계의 건축비를 서로 다르게 각각 신고했음에도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형식적인 검토와 승인으로 일관해 문제를 방치해 왔다"며 "정부는 감사원, 공정위, 국세청 등을 통해 건축비 허위신고 실태와 업체들의 분양가 담합, 탈세혐의 등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