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호랑이 이야기 42

칠성님들의 구름차 3

등록 2004.06.17 01:46수정 2004.06.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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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황토 갑옷을 두르고 계신 터주신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그래, 그래, 다 들어 알고 있다. 그 많은 호랑이들을 다 쫓아내고 버드나무 가지를 되찾아 오다니 정말 기특하구나.”


백호가 말했습니다.

“저희들의 여의주에 기를 담아주십시오.”

터주신은 여의주를 받아서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나는 측간신처럼 까탈스럽지도 않고, 삼신할머니처럼 뭘 잃어버린 것도 아니라, 여기서 바로 기를 줄 수 있단다. 그런데 누구를 불러야할 사람이 있구나.잠깐만 기다려라. 금방 이자리에 나타날게다”

터주신이 휘파람 소리 같은 것을 냈습니다. 그러자 구석에 있던 장독대 아래에서 구렁이 한마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바리는 너무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 구렁이가 터주신 옆을 지나자 벌떡 일어나더니 착한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

백호가 그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자, 바리도 따라 인사를 드렸습니다.


“호호호, 듣던 바대로 아주 참하구나, 인사도 잘 하고, 아주 용감하다고 하던데….”

갑자기 칭찬을 받자 어색해진 바리가 말했습니다.

“저 혼자 한 게 아니고요, 여기 백호하고 다른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 나도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래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호가 바리의 귀에 속삭여주었습니다.

“업장군님이셔.”

“장군?”

바리가 놀라 묻는 소리가 꽤 컸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밝게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하하하, 그래 내가 바로 장군이란다. 여기 이 터주신님은 집들의 터와 땅을 지켜주시는 분이고, 나는 저기 장독대를 지키며 살고 있단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렇게 같은 곳에 항상 오래 살고 있어.”

터주신이 말했습니다.

“요즘엔 사람들이 집을 너무 높게 짓고, 장독대를 쓰지 않아서 우리들이 갈 곳이 없다보니,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아니?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도 제대로 힘을 못 쓰고 그리고 음식으로 많은 병을 얻어요, 먹는 음식도 다 땅의 혼이 없는 그런 것들이니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어. 게다가 사람들이 땅을 밟을 일이 없어서 땅의 기운을 못 누리다보니 점점 약해져 가고 있는거야, 전부다 그 호랑이들이 원하고 있는 것들이야.”

업장군 아주머니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땅을 지키고 살아. 물론 내 모습이 좀 흉측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하하, 어떡하겠니. 다 칠성신들의 은총인걸.”

“칠성신이요?”

바리가 궁금해하자 업장군님이 말했습니다.

“그래, 나와 내 아들들을 점지해 주신 분들이 바로 그 칠성님들이시지, 곧 오실 때가 되었다. 네가 만나면 좋아할 거야. 다른 재밌으신 분들이거든.”

터주신이 물었습니다.

“오늘이 벌써 이번 달 셋째 목요일인가? 맞군 그래. 칠성신들이 오늘 업장군을 만나러 오겠군.”

그 때였습니다.

쨍재쟁 쨍재쟁

맑은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 사이사이로 무언가 목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습니다.

쨍재쟁 쨍재쟁

귀를 기울이고 들여보니 다음과 같은 소리가 쟁쟁 울리고 있었습니다.

“오신다, 오신다, 오신다.”

터주신이 듣고는 말했습니다.

“그래, 저기 칠성님들이 오신다.”

터주신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뭉게뭉게 피어오른 꽃구름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그 꽃구름에는 여러 사람들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구름은 마치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켠 것처럼 무언가 환한 빛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오신다, 오신다, 오신다.”

그것은 햇빛을 받아 빛을 내고 있는 반짝이는 꽹과리였습니다.

꽃구름이 땅에 다 내려오자 구름 위에 서있던 한분이 말했습니다.

“아이구, 이놈의 꽹과리 아주 시끄러워 죽겠네, 듣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맨날 이렇게 오나라 가나라 난리람, 난리가?”

그 말을 들은 다른 한분이 말했습니다.

“그거야, 계성 자네가 저 꽹과리 만들때 재잘재잘 말을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닌가.”

다른 한분이 또 말을 했습니다.

“ 우리 저 꽹과리를 그냥 시젯돈으로 바꾸어서 장기알이나 삽시다, 동성이 시내에서 사온 장기알 보니 아주 알이 굵고 좋던데, 자기 거라고 만져보지를 못하게 하더이다.”

꽹과리는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펄쩍 뛰어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분이 또 말을 했습니다.

“아이구, 우리 꽹과리 염려 말아라, 농담하기 좋아하는 저 목성 노인네가 사는 실 없는 소리니까, 내가 저 산너머까지 들리게 스피커라는 것을 달아줄테니, 그렇게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된다.”

“아니, 여보게 그 스피커는 또 어떻게 알았나.”

“아니, 이 노인네가 여전히 세상돌아가는 줄을 모르는구먼.”

그 분들은 전부 껄껄껄 웃었습니다.

구름 위에 앉아계신 분들 전부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듯 했습니다. 그아저씨들이 입은 옷은 전부 울긋불긋 별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일곱 가지 색으로 빛나는 갓을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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