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38

어둠 속의 두 그림자 (6)

등록 2004.06.18 12:02수정 2004.06.1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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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상공!"
"……?"

지금껏 아무 말 없던 호옥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자 모든 이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아졌다. 장일정도 그 중 하나였다.


"상공! 부술이라면 소녀에게 약간의 진전이 있지만 내공이 없어 묻는 건데 혹시 소녀가 대신…"
"아, 참! 그렇지!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장일정은 제 손으로 제 이마를 치고 있었다. 짧은 생각 때문에 하마터면 산 목숨 하나를 그냥 끊을 뻔하였던 것이다.

"저어, 스님! 여쭤 볼 것이 있습니다."
"아미타불! 말씀하시게."
"격체전공으로 넣어 줄 수 있는 내공이 얼마나 되는지요?"
"그건 왜 묻는 겐가? 혹시 방법이 있는가?"
"예! 소생이 깜박하고 있었는데 여기 있는 의녀(醫女)로 하여금 십이 안법(按法)을 시전케 하려는데 대략 이 갑자 정도의 내공이 필요합니다. 가능한지요?"
"휴우! 다행히 그 정도는 불어넣어 줄 능력이 되네. 아미타불!"
"그렇습니까? 정말 잘 되었습니다."
"저어, 십이안법이라는 게 뭐죠? 처음 듣는 소린데…"

위급한 순간이었지만 궁금하다는 듯 물은 사람은 여옥혜였다.

"십이안법이란 의가(醫家)에서 행하는 안마(按摩)의 열 두가지 수법인데 각기 추법(推法), 찰법(擦法), 유법(揉法), 날법(捏法), 차법(搓法), 두법(枓法), 안법(按法), 압법(壓法), 타법(打法), 탁법(ꦼ法), 나법(拿法), 점법(点法)을 말함이오."
"저어, 그게 어떤 효과가 있는 건데요?"
"안마를 하게되면 뭉친 근육이 풀리고 혈행(血行)이 촉진되며, 인체의 부조화한 것들을 조화롭게 하는 효과가 있소이다."
"아미타불! 대화 중에 미안하네만 부술도 문제라 하였는데 그것 또한 해결할 방도가 있는 것인가?"


"예! 이 의녀의 부술이 소생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개복술(開腹術)에 관한 한 저보다도 훨씬 뛰어난…"
"오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공덕이 있음이네.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그럼 이제 문제는 다 해결된 것인가?"
"하하! 아닙니다. 먼저 부술로서 썩은 창자를 잘라내고 난 뒤 십이안법으로 기혈과 혈행 그리고 오행의 부조화를 다스릴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화침법을 시전할 것입니다."
"조화침법이라니요?"

이번에도 호기심 많은 여옥혜가 물었다.


"그건 편작이 저술한 편작외경에 있는 것으로 아주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이외다."
"편작이요? 그럼 전설의 신의인 그 편작을 말씀하시…?"
"아차! 죄송하오. 지금은 낭자의 질문에 답할 시간적 여유가 없소이다. 그러니 궁금하신 것은 나중에 물으십시오."
"어머! 죄송해요."

"음! 접매, 들었지? 먼저 부술을 시전할 거야. 그리고 나서 십이안법과 조화침법을 시전할 거니까 준비 좀 부탁해."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말을 마친 호옥접은 나이도 비슷하고 왠지 호감이 가는 여옥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어, 손이 부족해 그러는데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죠?"
"예? 아, 예. 물론이에요. 뭘 도와드리면 되죠?"
"그리 힘든 건 아니에요. 우선은 저를 따라 오세요."
"그러죠!"

둘이 밖으로 나갈 즈음 천애화도 따라나섰다.

"나도 뭐 도와줄 게 없나 나가봐야겠어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이번엔 왕구명이 입을 열었다.

"소생은 수하들과 함께 장원 주변을 지키지요."
"잘 생각하였네. 나도 일조를 하겠네."

"아닙니다. 장주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속하가…"
"아냐! 내가 여기서 뭘 하겠는가? 나도 나가겠네."
왕구명과 사면호협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침통을 꺼내 펼쳐놓던 장일정의 말 때문이다.

"저어, 죄송하오만 모두 밖으로 나가 주셨으면 합니다. 부술을 시전할 때 자칫하면 잘못되면 감염(感染)의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모두 나가주십시오. 스님께서도 소생이 청할 때까지는 밖에 계셔주셔야겠습니다."

"아미타불! 알겠네. 그럼 빈니는 나가있겠네."
"흠! 알겠소이다. 나가 있을 터이니 잘 부탁하오."

청타족 족장 자하두가 나갈 즈음 유라가 물었다.

"저어, 소녀도 나가야 하나요?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곁에 있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장일정은 단호했다.

"물론입니다. 부술이 끝날 때까지는 나가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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