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힘으로 김선일을 살려내자"

[현장] 각계 원로·단체 "파병철회" 한목소리...시민들 촛불시위

등록 2004.06.22 14:38수정 2004.06.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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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장윤선 남소연 강이종행 기자

22일 저녁 김선일씨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이틀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파병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2일 저녁 김선일씨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이틀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파병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파병철회 국민청원 서명운동 참여하기


[5신 : 22일 밤 9시45분]

700여명의 시민들, 빗속에 촛불 들고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23일 광화문서 김선일씨 구출 위한 비상시국농성 돌입 예정


비 내리는 광화문에 '김선일 구출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밤 9시 10분경 귀가했다. 700여명의 시민들은 노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부르며 내일(23일) 저녁 다시 광화문으로 모여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빌자'고 외쳤다.

이날 집회를 맡은 사회자 김배곤씨는 "내일 오후 2시 광화문 열린 광장에서 '김선일씨 구출을 위한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한다"며 "한 사람이 열 사람씩 데리고 와 모일 때 파병은 철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집회의 마무리 발언은 김혜련 민노당 중랑갑지구당 위원장이 맡았다.


김혜련 위원장은 "그 동안 우리는 파병을 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라고 경고했다"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항의시위를 콧등으로도 듣지 않던 정치권은 결국 무고한 시민인 김선일씨까지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살려내라, 살려내라, 김선일을 살려내라"며 절규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50대 아주머니는 "구름같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인의 긍지를 느꼈다"며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빈다"고 말했다.


한동안 내리던 굵은 빗발은 집회를 마무리 할 시점에 조금씩 그쳤으며 참가자들은 '새물' 등의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 독산동에 사는 박원식씨는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2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서울 독산동에 사는 박원식씨는 부인과 두 자녀를 데리고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22일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4신 : 밤 9시 10분]

"노 대통령, 이라크 파병하면 전범대열 설 것"
빗방울 굵어진 가운데 참가자 계속 늘어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파병철회'와 '김선일씨 석방'을 위한 시민들의 마음이 모아져 참가자들은 70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 손에는 우산을 다른 손에는 초를 든 채 참가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상렬 목사가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상렬 목사가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기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우리 국민을 빛을 사랑하는 국민이다. 우리는 지난 시기 미국의 요구에 따라서 미국의 용병이 돼 반공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베트남 전쟁터로 갔다. 베트남 민중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 결과로 고엽제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우리는 지금 또다시 베트남 파병에 이어 이라크 땅에 미국 용병이 돼 가있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전쟁이다. 역사 과오를 또 범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면 당신은 인류 전범 대열에 서게 될 것이다. 청와대, 대통령, 압력에 굴복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에게 말하겠다. 당신들에게 반미투쟁하라고 요구하지 않겠다. 민의를 거슬러서는 안된다.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의원들은 본래 입장을 고수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냉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인사들의 발언이 끝난 뒤,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권보원(서울법대 3학년)씨는 "신문과 뉴스를 통해 김씨 소식을 알게됐다"며 "누군가 이라크전이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어 "미국의 이라크 점령기간 동안 벌어진 이라크 포로의 성고문과 학대가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미국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우리도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자유발언에는 고등학생도 참여했다. 고지현(경복여고 2학년)학생은 "어제 아침에 등교길에 뉴스를 듣고 있다가 김씨의 피랍사실을 알게 됐다. 오늘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촛불시위 참가 이유를 밝혔다. 고 양은 이어 "김씨가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안갑철(경희대 법대 1학년)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 정책이 잘못됐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나는 정치를 모르는 새내기이지만 적어도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은 안다. 한 명의 생명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라도 파병철회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저녁 8시 40분 현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열린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불나비' '함께가자 우리 이길을' '아침이슬' 등을 부르며 빗속의 집회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주최측은 "시민들의 발언이 끝난 뒤, 밤 9시 30분 전후로 행사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피랍된 김선일씨를 살리기 위해 22일 저녁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이 협상시한 연장 소식을 듣고 김씨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피랍된 김선일씨를 살리기 위해 22일 저녁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이 협상시한 연장 소식을 듣고 김씨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3신 : 22일 저녁 8시 10분]

"선일이의 생명연장은 노 대통령과 국회에 달려 있다"
500여명의 시민들, 전날에 이어 22일에도 촛불 들고 광화문으로


광화문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 22일에도 이라크에서 피랍된 김선일씨를 살리기 위해 광화문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500여명이나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날 밤 7시30분부터 촛불을 들고 '파병철회'와 '김선일 석방을 위해 노력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기 시작했다.

김선일씨 석방을 위한 묵상을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파병강행은 김선일을 죽이는 일", "이라크파병 노무현 정권 규탄한다", "이라크파병 강행 즉각 중단하라", "촛불의 힘으로 김선일씨를 살려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어 참가자들은 '아침이슬' 등 노래를 합창했다.

사회자는 "외국어대 아랍어과 교수들이 아랍어로 아랍인터넷 사이트에 호소문을 올리고 있다"며 우리들의 촛불시위가 아랍 전역을 통해 방송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나선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부도덕한 침략전쟁에 반대한다. 더러운 전쟁에 동참하는 정부는 김씨가 촌각을 다투는 시간에도 파병원칙을 고수했다. 정부는 자기 나라 국민의 생명 존엄을 무시했다. 이라크 저항 세력의 요구가 '파병철회'임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 파병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온 세계 양심이 지탄하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부도덕한 정치인이 아니라 더러운 침략전쟁에 협조하는 대통령은 정권에서 물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어제 광화문에서 흘린 눈물이 비눈물이 내려 비가 내리고 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선일의 생명을 연장했다. 이제 선일의 생명을 연장할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국회에 달려있다. 네티즌 여러분들이 우리의 무기인 촛불을 들고 잘 싸우고 있다. 선일의 목숨은 노무현 대통령의 목숨과 똑같다. 선일의 목숨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귀중하다. 전쟁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들자."

이날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집회에 나왔다는 박원식(36·서울 금천구 독산동)씨는 "스페인도 철군을 결정한 마당에 우리가 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제 3위의 파병국가가 되려 하느냐"며 "알자르카비 조직에게 우리나라에서 김선일씨를 풀어달라고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2일 저녁 김선일씨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이틀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파병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2일 저녁 김선일씨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이틀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이 '파병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2신 : 22일 오후 4시]

"국민 한 사람의 생명 지킴이 곧 국익이다"
원로 시국선언 등 파병철회 목소리 일파만파


지난 17일 이라크에서 피랍됐다고 전해진 김선일씨의 생사가 불투명한 가운데 김씨 석방과 파병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종교·민중운동·교육·법조계 등 사회 전반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파병반대 범국민행동 등은 촛불시위와 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고, 파병에 반대하는 각계의 시국선언과 성명들이 이어지고 있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 김중배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상임대표, 박상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영공 전 해인사 주지스님,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등 종교·사회·민중운동 원로들은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원로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아들의 죽음을 무력하게 지켜보고 있는 부모의 절박한 심정으로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정부는 온 국민의 바람과 희망을 무시하고 구시대적인 한미 군사 동맹관계와 경제재건 그리고 평화유지군 명목을 합리화하여 이라크 전쟁에 참여, 세계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국민을 상징하는 김씨가 이미 참수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추가파병 방침 재확인을 하고 있는 정부를 국민은 신뢰할 수 없다."

원로들은 이어 "이라크가 아랍 민족 고유의 민족정신으로 자주적인 항거를 벌이는 곳에 이라크 국민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한국군이 미군편에서 전쟁을 개입하므로써 우리를 똑같은 적으로 간주하여 테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며 "국민 한 사람의 생명 지킴이 곧 국익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살리고 평화로운 세계와 사회의 공생의 협력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한국정부는 즉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대통령지지 단체도 성명...변호사 단체, 인권 단체 등으로 이어져

노 대통령의 지지단체로 알려진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힘도 21일 '이라크 파병철회! 정치권은 즉시 유효한 대책을 강구하라'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단언컨대 현재의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열쇠는 파병철회밖에 없음을 빨리 자각하기 바란다"며 "이번 한국인 억류 사건에서 언론과 정치권, 정부는 충분히 예견된 사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공동정범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역시 22일 성명을 내고 "김씨의 납치 사건의 근본 원인은 정부가 국민여론도 무시한 채 추가파병을 강행한 데 있다"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만 할 뿐 추가파병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한국군과 한국인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한 국익은 있을 수 없다는 심정으로 더 이상의 한국인 희생자가 없도록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 등 18개 인권단체와 전국농민회총연맹, 환경운동연합, 전교조 등 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라크 파병 중단 내지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인권단체의 성명서에는 "파병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파병정책을 강행했던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월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로 마드리드의 무고한 시민들을 잃은 바 있다"고 상기시키며 "이번 사건도 대다수 국민의 여론을 무시해왔던 상황이 초래한 끔찍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김선일씨 납치사건과 관련해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2일 오전 청와대 입구 정부합동청사 앞에서 파병결정 재검토를 요구하며 노무현 대통령 면담 요청을 하고 있다.
김선일씨 납치사건과 관련해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2일 오전 청와대 입구 정부합동청사 앞에서 파병결정 재검토를 요구하며 노무현 대통령 면담 요청을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1신 : 22일 오후 2시 38분]

국민행동 "노 대통령 면담" 청와대 앞 연좌농성


"노무현 대통령님! 만약 당신의 아들이 이라크에서 피랍됐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납치범들은 우리에게 24시간을 준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추가파병에는 변함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요. 노 대통령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일단 파병 일정이라도 접고 김씨가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라크에서 피랍된 김선일씨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2일 청와대 앞 구 합동청사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간곡한 호소가 이어졌다. 홍근수 목사는 위와 같이 말한 뒤 "정부의 존립 목적 중 하나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다. 일본 등 외국 정부에서 했던 것처럼 피랍된 자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고 노 대통령을 향해 외쳤다.

이날 오전 11시 이라크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이 주최한 '김선일씨 무사귀환·이라크 파병 철회 - 노무현 대통령 면담 요구 기자회견'에는 8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노 대통령에게 우리의 뜻 전하려 왔다"

"김씨가 이라크에서 납치된 뒤,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다. 우리는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대통령 면담 요청이라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경찰 2개 병력 180여명이 현장을 둘러싼 가운데 시작한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았던 정대연 국민행동 기획단장은 위와 같이 말한 뒤 "김씨가 목숨을 살려달라고 눈물을 흘렸고 국민들은 그의 석방을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며 "오히려 파병이 물건너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의장은 "노 대통령과 외통부가 미국에 무슨 잘못을 했기에 파병을 강조하고 있는가"라며 "미국의 명분 없는 전쟁에 파병을 한다면 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할 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상임의장은 "국익이 무엇인가. 노 대통령이 회계사인가. 지금 손익분기점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한 생명의 목숨과 전세계 평화를 위해 파병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끝으로 "언론도 미국을 선전하는 입이 아닌 민중의 저널리스트가 돼 달라"고 30여명의 취재진들에게 호소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김선일씨 납치사건과 관련해 22일 오전 청와대 입구에서 파병결정 재검토와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김선일씨 납치사건과 관련해 22일 오전 청와대 입구에서 파병결정 재검토와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이해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청와대에 앉아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국에게)할 말은 하고 자주국방을 내세워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 어떤 입장을 보여야 하는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노 대통령에게 당부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상황실장은 "지금도 보수언론 등 일각에서는 김씨가 죽임을 당하면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며 "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에게서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 명분 없는 전쟁에 덩달아 참여하려는 우리가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중요한 순간 국민의 뜻을 따르는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에게 말하러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김선일씨 피납사건 책임지고 정부는 파병강행 철회하라' '뭐가 급해 안달인가. 파병 일정 중단하라'는 등의 피켓을 흔들었고 "정부는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책임져라" "망국적 파병강행 노 정부를 규탄한다" "파병 결정 철회하여 김선일씨 살려내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국민행동, 오후 국회의원 설득 작업 및 저녁 촛불시위 열 예정

약 4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 뒤, 참가자들은 노 대통령 면담을 신청키 위해 청와대 진입을 시도했지만 경찰에 의해 무산됐다. 이후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 앉아 1시간 여 동안 '면담 요청 농성'을 벌였다.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경찰에서는 4번에 걸친 해산 요구를 했고 참가자들은 "우리의 마음을 노 대통령에게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불법 시위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국민행동 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에게 23일 제출될 '파병 중단 결의안'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저녁 7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김선일씨 석방, 파병철회 촉구 촛불행사'를 갖는다. 이와 함께 국민행동은 오는 23일부터 광화문 혹은 국회 앞에서 농성에 들어가고 26일에는 대규모 '파병반대' 행사를 준비중이다.

노무현 대통령 면담 요구가 경찰에 의해 무산되자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2일 오전 청와대 입구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면담 요구가 경찰에 의해 무산되자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소속 회원들이 22일 오전 청와대 입구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음은 국민행동에서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청합니다.

1. 오늘 새벽 다행히 무장세력들이 시한으로 정했던 '24시간 시한'은 넘겼습니다. 촛불을 들고 밤을 지새우며 애타는 밤을 보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당국도 피말리는 하루밤이 었을 것입니다. 가족의 심경은 어떠했겠는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2. 김선일 씨의 무사 귀환 문제는 무고한 한 생명을 살리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와 국민이 진정한 용기와 결단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시험하는 시험대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는 일단 정했으니까 '원칙대로' 파병해야 한다는 맹목적 결단이 아닙니다. 명분 없는 파병과 이로 인해 발생할 이유 없는 한국-이라크 국민간의 적대행위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테러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군대를 이라크로 밀어넣는 용기가 아니라 국민여론에 승복하고 진실에 승복당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정부가 그러한 현명한 용기를 발휘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3. 파병반대 국민 행동 소속 단체들은 김선일씨의 무사귀환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김씨를 억류하고 있는 무장세력들에게 대화와 무사귀환을 쵹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선일씨를 도울 수 있는 가장 분명한 길, 나아가 앞으로 김씨 사건과 동일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가장 분명한 해법은 정부가 국민여론을 좇아 파병 재검토에 나서는 일입니다.

4.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청합니다.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 우리가 발휘해야 할 진정한 용기에 대해 우리 시민사회대표들의 제안을 경청해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004. 6. 22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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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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