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농성' 정립회관 사태, 갈수록 확산

정립회관, 노조 임원 3인 징계절차 돌입

등록 2004.06.23 20:16수정 2004.06.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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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 연임과 관련해 점거농성 2일째인 23일 현재까지 정립회관 사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점거농성 2일째인 23일 오전 8시경, 정립회관 이완수 관장은 정상적으로 출근했으나 점거 중인 관장실로 향하지 않고 법인사무실에서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 후 직원들은 정립회관 안팎에 걸려진 현수막들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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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에서 불편한 잠자리를 청하고 있는 장애인들
농성장에서 불편한 잠자리를 청하고 있는 장애인들이철용
첫날 농성과정에서 발생한 체력단련실 이용자들과의 마찰이 우려되었으나 23일 오전 상황은 특별한 마찰 없이 조용한 가운데 점거농성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립회관 곳곳에서는 체력단련실 이용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농성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농성단에 대해 “조용히 편하게 사는데 왜 이 난리냐!”, “민주화 좋아하고 있네, 너희는 빨갱이 아니냐!” 등 험한 말들도 아끼지 않았다.

첫날 농성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체력단련실 이용자들과 충돌을 빚은 농성단은 정립회관 본관 2층 농성장의 모든 출입문을 차단한 채 비가 오는 가운데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30여명의 장애인들이 농성장을 뜬눈으로 지켰다. 이들 가운데는 같은 건물 3층을 사용하는 노들장애인야학의 학생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수업도 포기한 채 농성장을 떠나지 않았다.

특별한 충돌은 없었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23일 오후 2시부터 정립회관 본관 앞에서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주최로 ‘정립회관의 문제해결과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를 위한 연대회의 제안 기자회견’이 치러질 예정이었다.


2시 기자회견 관련, 체력단련실 이용자 '장비 차량, 농성단 진입' 방해

그러나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 다시 체력단련실 이용자들과 충돌이 빚어졌다. 기자회견을 위해 음향기기를 실은 차량이 정립회관 내로 진입하려 했으나 전날 심한 반발을 했던 체력단련실 이용자들이 정립회관 입구에서 차량진입을 저지했다.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철용
뿐만 아니라 본관 2층 사무실에서 점거농성 중이던 농성단이 일부만 농성장을 지키고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1층 입구에서 체력단련실 이용자들이 강제로 막아서 심한 몸싸움과 욕설이 오갔고 오랜 실랑이 끝에 이완수 관장과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중재로 일단 기자회견장으로 농성단이 진입할 수 있었다.

오후 2시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립회관지부 조현민 선전부장의 사회로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기자회견장에는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이희범 위원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김갑수 수석부위원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에바다복지회 이승헌 사무국장, 공대위 박경석 집행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이희범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발표에서 정립회관의 시설민주화운영에 대한 다짐과 함께 '▲정립회관 사측은 공대위의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조합원들의 부당징계 철회하라 ▲정립회관 사측의 노동조합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을 중지하고, 이용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는 시설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노동조합과 이용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즉각 정비하라'는 요구와 함께 시설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인권단체, 사회시민단체, 노동단체들이 함께 연대하여 사회개혁투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시설민주화 투쟁 지지"

민주노동당 현애자 국회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국회의원이 지지발언을 하고 있다.이철용
기자회견문 발표에 이어 정립회관 노동조합 김재원 지부장의 간단한 경과보고가 있었다. 김 지부장은 정립회관 사측의 비민주적인 운영방식과 시설의 사유화를 비판하면서 시설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시설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는 농성단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할 현 의원은 최근 장애단체 대표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요구를 수렴해 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들이 장애인 당사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현 의원은 정립회관 사태를 보며 진정한 이용자의 서비스보다는 사측 중심의 경영 실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이는 단지 시설의 책임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현 정부의 정책과 보건복지부의 행정적인 책임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 의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현안들을 분석하고 적극적인 정책시정 노력을 통해 장애 해방의 그날까지 함께 투쟁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지난 7년간 에바다 투쟁의 산증인인 에바다복지회 이승헌 사무국장도 함께 해 투쟁열기를 더했다. 이 사무국장은 에바다는 부정부패와 비리들의 온상이었으나 밖에서 보기에는 향기 나는 예쁜 포장으로 위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정립회관의 시설 민주화 투쟁은 반드시 이뤄야할 과제라며 시설이용자의 권리회복은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박 집행위원장, "장애인을 이용해서 투쟁을 방해하지 말라"

공대위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승리를 다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공대위 박경석 집행위원장이 승리를 다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이철용
마지막으로 공대위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에바다학교의 7년간의 투쟁이 시설의 기초적인 인권문제를 위한 투쟁이라면 이곳 정립회관은 이제 민주화를 말하고 있다고 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진정한 장애복지를 위해 장애 당사자들의 당당한 삶을 위한 자립생활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이곳 정립은 시대에 역행이라도 하듯 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고 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어제 농성 과정에 벌어진 충돌에 대해서도 “시설 이용자들이 ‘싸움을 위한 싸움이냐!’, ‘별 탈없이 잘 사는데 뭐가 문제냐!’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현수막들을 찢었다. 과거의 패거리 문화가 용납되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상식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의도이다”라고 밝혔다.

박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이 장애인을 이용해서 이러한 투쟁들을 방해한다고 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장애인들은 이동권투쟁을 통해 저상버스 도입 등 국가정책을 바꿀 수 있었다. 오늘 이 투쟁이 오랫동안 외로운 투쟁으로 지속되더라도 장애인의 당당한 권리보장을 위한 목소리를 부르짖을 것이다. 패거리 문화가 우리를 압박하더라도 우리는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잘못된 현실에 맞설 것이다”라며 결의를 다진 후 힘찬 구호로 발언을 마쳤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조현민 선전부장은 “이곳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어르신 이용자님들을 보살펴왔는데 그분들이 농성장 유리창문에 포켓볼을 던지고 유리창을 깨뜨리는 것을 보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고 심경을 밝히며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는 통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시설 민주화 투쟁이 진실한 외침임을 그분들은 결국 알게 될 것이다”라고 울먹이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1시간 정도의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공대위측 농성단은 다시 농성장인 본관 2층 사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에 농성을 반대하는 체력단련실 이용자들이 장애물을 설치해 농성단의 2층 농성장 복귀가 저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실랑이 끝에 농성단은 다시 농성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오후 8시경 정립회관측은 오는 30일 오후 3시 인사위원회를 소집한다고 밝히고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립회관지부 김재원 지부장, 조현민 선전부장, 정동은 사무국장 등 5인을 소환하는 공고문을 게재했다.

정립회관 스포츠 동호회 '공대위 탈퇴 성명' 진위 논란

참가자들은 뜨거운 더위 속에서도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더위 속에서도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이철용
공대위의 점거농성과 관련해 공대위에 참가하고 있던 정립회관의 내의 7개 체육동호회는 23일 오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완수 관장의 연임에 동의하며 공대위를 탈퇴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 선회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22일 저녁 동호회 대표들은 이완수 관장과 늦은 시간까지 면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성명서에 거명된 동호회는 정립회관 내의 스포츠 동호회 전체인 론볼링동호회, 볼링동호회, 배드민턴동호회, 사격동호회, 양궁동호회, 체력단련동호회, 탁구동호회 등 7개 동호회이다.

그러나 공대위를 탈퇴한다는 동호회 성명에 나열된 단체인 사격, 양궁, 탁구, 배드민턴, 론볼, 볼링동호회 등 6개 단체는 정립회관 게시판을 통해 공대위 탈퇴 결정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게시물을 올린 한 동호회의 회장은 7개 단체 회장들과 확인을 한 결과 6개 단체에서 공대위 탈퇴를 결의한 바가 없다는 사실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정립회관 사태는 사측의 노조원에 대한 징계는 물론이고 농성단과의 불투명한 대화전망, 동호회들간에 입장차이 등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해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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