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회관 사태, 긴장속 농성 강행

[농성 3일째]오전 한때 농성장 침탈소문 긴장... 비노조원 직원들 '농성 해산 요구'

등록 2004.06.24 20:25수정 2004.06.2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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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립회관 점거농성 3일째인 지난 24일. 아침부터 농성장 분위기는 긴장감이 돌았다. 불편한 가운데 뜬눈으로 농성장을 지킨 30여 명의 장애인들은 24일 오전 10시경 농성장에 정립회관을 이용하는 일부 장애인들이 물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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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3일째, 농성장 침탈 관련 긴장속 하루 시작

오전 9시경 외부로 나갔던 농성단이 속속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오전 9시 40분경 ‘2004 한미장애인자립생활워크숍’에 참가차 방한한 글랜 화이트 박사가 박경석 집행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농성장을 찾았다.

a 미국의 자립생활 운동가 글랜화이트씨가 농성장을 방문했다.

미국의 자립생활 운동가 글랜화이트씨가 농성장을 방문했다. ⓒ 이철용

그러나 마침 박 집행위원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라 만남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농성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글랜 화이트 박사는 "권익 옹호를 바른 방법으로 하라"고 말했다. 통역을 맡은 관계자는 글랜 화이트 박사가 이미 농성과 관련한 소식을 들었다며 당시 많이 안타까워 숙소에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도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립회관 지부는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오전 출범식을 진행한 후 오전 9시 50분경 농성장에 합류했다. 노조원들은 농성장 입구에서 “사회복지 개혁하여 참여 민주주의 쟁취하자”, “민주 운영 쟁취”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립회관 노동조합은 파업결의문을 통해 "6월 17일 이사회의 결정은 사회복지시설을 공공의 시설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이사 및 한 개인의 사유물로 인식하는 데서 따른 결과로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의 단편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a 정립회관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을 결의하고 농성에 합류했다.

정립회관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을 결의하고 농성에 합류했다. ⓒ 이철용

또한 상식과 원칙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린 이사회의 결정에 반대하며 정립회관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그날까지 강고하게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립회관 인사위원회는 지난 23일 오후 8시경 정립회관 노동조합 김재원 위원장을 포함한 5인과 오는 30일 오후 3시 정립회관 상황실에서 인사위원회를 연다며 출석요구 공고문을 게재했다.


정립회관 노조, 전면파업 돌입 농성단 합류

a 5인의 노조원의 출석을 요구하는 인사위원회의 공고문

5인의 노조원의 출석을 요구하는 인사위원회의 공고문 ⓒ 이철용

농성장에 합류한 노조원들은 “지난 22일, 화요일 농성 시작당시부터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 동지들만 남은 상태에서 이제야 힘든 결정을 내렸다. 해고까지도 따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힘든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여러분의 정당성을 다른 장애인을 이용해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결코 방기할 수 없기에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라며 자신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농성단에 물었다. 그러자 농성단은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노조원들을 환영했다.


간단한 환영식이 끝난 후 농성단은 본격적인 외부의 물리력 행사를 막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문과 유리창 주변에는 책장과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서 외부에서 진입하지 못하도록 준비를 하며 초조하게 오전 10시를 기다렸다.

오전 10시 경에 일부 이용자들의 진입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특별한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농성 첫날 농성과정에 충돌을 빚었던 체력단련실 이용자들은 정립회관 곳곳에 무리를 지어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 이용 '식당 앞 피켓시위'

2시간 여의 긴장된 시간이 흐른 후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농성단의 식사 해결과 함께 입장표명을 위해 식당으로 이동해 피켓시위에 돌입할 것을 제안했고 70여 명의 농성단은 3개 조로 나눠 교대로 피켓시위와 식사를 하기로 하고 식당 피켓시위에 돌입했다.

a 점심시간 피켓시위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 농성단

점심시간 피켓시위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는 농성단 ⓒ 이철용

오후 1시경 농성장 옆 체력단련실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체력단련실 이용자들이 체력단련실 내에 있는 직원의 사무실을 강제 철거하는 일이 벌어진 것. 이 소식을 듣고 정립회관 직원들이 달려와 제지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체력단련실 관계자들은 담당 직원에 대한 서운함을 말하며 직원 교체를 요구하고 사무실 철거에 들어갔다.

a 식당앞에서 요구사항을 담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식당앞에서 요구사항을 담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철용

체력단련실 관계자는 "담당 직원 교체와 더불어 환경개선과 관련한 몇몇 요구사항을 정립회관 측에서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농성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체력단련실 내에 설치된 사무실을 철거한다"고 했다.

직원들의 만류도 소용이 없었다. 이러한 와중에 외부에 나갔던 이완수 관장이 현장에 도착해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철거 작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미 사무실 출입문을 비롯한 상당부분을 철거한 상태였다.

비노조원 직원 34명 성명서 발표, “농성 해산 요구”

오후 1시 40분경 비노조원 직원 대표 6명이 직원들의 입장이 담긴 성명서를 전달하기 위해 농성장을 방문했다. 직원 34명의 서명으로 전해진 성명서에는 '공대위의 점거농성은 업무방해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업무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공대위가 즉각 철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a 비노조원 직원들이 농성 해산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비노조원 직원들이 농성 해산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이철용

직원 34명의 서명을 받은 성명서는 농성장 앞에서 박경석 집행위원장에게 전달되었다. 서한을 전달받은 박 집행위원장은 농성을 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업무를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이러한 사태가 있기까지 여러 차례 대화의 노력을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박 집행위원장은 서명 직원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모든 농성단에 전달하겠으나 직원들도 이러한 불가피한 농성의 원인 제공자인 한국소아마비협회에 대해 같은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농성단, 무기한 농성 의지 밝혀

서한을 전달받은 박 집행위원장은 농성장으로 돌아와 모든 농성단이 보는 앞에서 서한을 읽었다. 박 집행위원장은 서한과 더불어 비노조원 직원 대표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나 농성단은 비노조원 직원 대표들의 서한에도 불구하고 농성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농성장에 놓인 피켓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농성장에 놓인 피켓 ⓒ 이철용

오후 2시 30분경 장애인교육권연대의 도경만 집행위원장과 임원 등 3명이 농성장에 지지방문차 도착했다. 도 위원장은 지지발언에서 "사랑과 봉사를 요구하는 재단 측이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계의 민주화는 사랑과 봉사라는 이데올로기를 깨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알려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도 위원장은 또 이러한 시설 민주화의 투쟁에 장애인교육권연대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후 7시 현재 농성장은 30여 명의 농성단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고 별다른 사항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 파 업 결 의 문

한국소아마비협회는 지난 6월 17일 비밀리에 부친 이사회를 통해 6월30일로 만65세 정년을 맞은 현 관장을 2년간 연임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그동안 ‘시설의 민주화를 위해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수없이 의사전달한 장애인당사자들과 사회복지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처사이며, 보건복지부 및 관련 상위기관의 지침마저 거스르는 행위이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사회복지시설을 공공의 시설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이사 및 한 개인의 사유물처럼 인식하는데서 발생한 결과물로 볼 수밖에 없으며, 사회복지시설의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의 단편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지부에서는 ‘회관 운영규정에 의해 정년이 다 된 관장의 정년퇴임과 회관의 민주 운영을 위해 관장을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선임할 것’을 끊임없이 이사회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요구는 개인의 야욕에 의해 처참히 짓밟혔다.

노동조합의 요구는 조직질서 내에서 상식적이고 원칙적인 것으로 회관발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요구사항이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상식과 원칙마저 무시하고 회관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렸으며,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와 의사를 외면한 채 한 개인의 야욕을 위한 꼭두각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우리는 상식과 원칙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린 이사회의 결정을 반대한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하여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들은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사회복지시설 속의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그날까지 강고하게 투쟁할 것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현 관장의 연임결정을 철회하고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관장을 선임하라!

하나. 정립회관 사측과 노동조합과 공대위가 참여하는 ‘정립회관발전을위한 특별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

하나. 부당징계 철회하고, 노동조합 인정하라!

2004. 6. 24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한국소아마비협회정립회관지부 /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립회관지부

직원 성 명 서

우리 정립회관 직원들 (아래명단)은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하 공대위)’가 정립회관 2층 사무실 및 관장실을 점거하여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행위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와 함께 분명하고도 단호한 반대의사를 표명한다.

공대위의 점거농성은 정립회관을 이용하는 많은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서비스 업무를 마비시키고 있다. 따라서 정립회관 직원들(아래명단)은 정립회관 업무가 조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공대위가 사무실에서 즉각 철수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4년 6월 24일

- 정립회관 직원일동 -

김현국 김도영 황혜선 안현아 왕영성 최현기 김경동 임맹희 김동호 최용길 사재광 이광원 양희갑 박묭모 전경철 김영옥 서명희 김남미 채화승 이순복 장문선 박윤진 이선희 유은영 변충근 고현자 오풍섭 김봉덕 김명순 정희경 김영길 백승완 이복원 김상래 / 직원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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