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우리 가족의 특별한 산행이야기

등록 2004.06.28 16:48수정 2004.06.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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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약수터 전경. 실제론 더 멋지다.

약수터 전경. 실제론 더 멋지다. ⓒ 박미경

전남 화순 화순읍을 지나 만연산을 오르면 큰재가 나온다. 그 주변에 있는 마을이 '수만리'라 우리 아이들은 그곳을 '수만리'라고 부른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그 산을 등산로와 산책로를 다듬고 약수터도 새로 만들고 정비해 특별한 곳으로 만들었다. 아이들과 이곳에 오르면 싱그러운 나무의 숨결들이 느껴져 마음이 맑아진다.


아이들을 데리고 큰재로 갔다. 비가 오려는지 찌뿌둥하고 나른한 날씨에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은 '수만리' 가자는 말에 마냥 신이 나서 달려나간다. 큰재 정상에 차를 세워두고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갔다.

a 편백나무 가득찬 산책로에서..

편백나무 가득찬 산책로에서.. ⓒ 박미경

크고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에선 독특한 향이 나오고 바람이 불 때마다 그 향기가 코끝을 간지르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른다. 한동안 산림욕이 좋다며‘휘톤치드’ 어쩌구 하며 껌까지 나온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이 향이 그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산책로를 따라 걷고 달리고 야단이다. 울퉁불퉁 높고 낮은 길이 아이들에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듯하다. 신이 난 아이들은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로 달려간다. 황토바닥이라 다칠 염려도 없고 흙이 발바닥을 간지르는 느낌 또한 색달라 아이들은 이 길을 좋아한다.

a 산책로와 약수터 주변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무더기들

산책로와 약수터 주변에 누군가 쌓아놓은 돌탑무더기들 ⓒ 박미경

산책로를 걸어 약수터에 도착했다. 원래 있던 물길을 다듬어서 물도 먹고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는데 이곳이 우리의 목적지다. 도시락을 가지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를 펴고 시원함과 나른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시원한 약수물에 발을 담그니 세상만사가 다 남의 일인 듯 하다. 무릉도원이 뭐 별건가. 아이들은 발장구를 치며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어우러져 잘 다듬어진 음악을 듣는 듯 경쾌했다.


이래서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산의 매력에 빠지는가 보다. 비록 이름난 명산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같이 오를 수 있는 산이 가까이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나뭇잎 우거진 길을 따라 산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이름 모를 작은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의 소중함을 나눌 수 있는 아이들과의 산행을 꼭 권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즐기는 것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a 수만리엔 산딸기가 많다. 딸기먹느라 정신없는 아이들

수만리엔 산딸기가 많다. 딸기먹느라 정신없는 아이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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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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