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파병은 부시 재선 돕기 위한 것"

[현장인터뷰] 파병 1인시위 나선 방송인 권해효씨

등록 2004.07.01 11:45수정 2004.07.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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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방송인 권해효씨가 1일 오전 이라크 파병철회를 촉구하며 국회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방송인 권해효씨가 1일 오전 이라크 파병철회를 촉구하며 국회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파병이 재건을 위한 목적이라면 일단 파병철회를 하고 부대가 아닌 민간 기업을 보내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5천명이든 1만명이든 국민들은 지지해줄 것이다. 현재 파병을 한다는 것은 부시 재선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미국을 위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대이라크전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 문화제의 선봉에 섰던 방송인 권해효씨가 '파병반대' 1인시위를 벌였다.

그는 1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회색 양복과 셔츠를 입은 채 피켓을 들고 '이라크 파병철회'를 침묵으로 주장했다. 피켓에는 "파병철회는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잔뜩 흐린 가운데 기온이 올라가 후텁지근함을 느끼는 날씨, 국회 앞에 선 권씨는 "최근 공연 연습 때문에 파병반대 촛불집회 등 현장에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밝히고 싶어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원구성에 난항을 겪어왔던 국회가 원을 구성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체포동의안 부결'이었다, 국민이 지난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1당으로 만들어주고 개혁적인 신인들을 뽑아준 이유 중 하나가 위헌요소가 다분한 파병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것도 있었다"며 "그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싶어 굳이 국회 앞을 택했다"고 국회 앞 시위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 김선일씨 사망의 주된 원인에 대해 "어려운 질문이지만 어떤 이유와 명분을 대더라도 이라크 전쟁은 역사상 가장 추악한 침략전쟁"이라며 "한미동맹 운운하며 그 전쟁에 참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이라크 파병을 선택한 정부를 향해 각을 세웠다.

다음은 권씨와의 대화 내용 중 일부다.


"이라크파병은 부시 재선 돕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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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지난번 탄핵 반대 촛불의 맨 앞에 선 사람으로서 이번 노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지.
"당시 탄핵반대,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던 사람들은 단순히 청와대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대의민주주의가 잘못됐기 때문에 직접 참여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찾으려는 외침이었을 뿐이다. 탄핵반대 움직임을 '노무현 대통령 구하기'로 평가한다면 그 의미를 퇴색하는 것이다. 당시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혔던 국민들과 이번에 파병을 반대하는 국민들은 같은 사람들이다."


- 노 대통령의 결정이 '민주-인권'의 철학 부재였는지, 아니면 북핵 등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대미외교정책에 있어 정부의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을 안다. 노 대통령이 개혁과 자주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국익'이라고 하는데 진짜 국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 국민을 이해시켜 달라. 사실 이라크 침략 전쟁은 잘못됐다는 원칙이 중요한 것 아닌가. 오히려 국민들의 반대 여론을 뒤에 업고 대미협상을 할 수도 있지 않나. 현실적인 외교에 있어 파병반대가 부담이 아니라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함께 탄핵 철회 촛불을 들었던 노사모가 이번 사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데.
"탄핵에 찬성하는 분들이 맹목적으로 그렇다고 생각지 않는다. 깊은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분들도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할 것이다. 얼마 전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이 최근 일어나는 테러에 대해 '아이유괴범과 협상을 하면 다른 아이를 또 유괴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물론 테러는 용납되면 안된다. 하지만 지난 4월, 5월 팔루자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녀자들이 죽었다. 당한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라. 사적인 이익만을 위해 아이를 유괴한 사람과 등가평가 비유할 사안인가."

"이라크파병반대가 외교적으로 도움될 수도"

권씨는 "돈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에 우정, 사랑, 양보, 배려 등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만을 보고 국익이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뭐라고 하겠나, 극단적으로 돈이면 부모 자식도 팔 수 있다는 것 아닐까"라고 밝혔다.

권씨는 이어 갑자기 이뤄진 이라크내 주권 이양과 관련, "우리는 이라크 과도정부의 실체와 과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고 평가할 수 없지만 앞으로 이라크 재건과 석유사업 등 돈놀음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고 평가했다.

1시간 동안의 1인 시위를 마치고 권해효씨는 촬영을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그는 대학로에서 8월 막이 오르는 '아트'라는 연극 준비 때문에 현장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의 뜻이 무엇인지 이날 시위를 통해 확고히 했다.

그는 끝으로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이다. 사실 파병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파병하는 것이 더 이익일 지 몰라'라고 찬성을 한다.

이는 지역감정과도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일반 노동자나 서민들이 자신에게 실질적인 이익은 없으면서도 혹시 그나마 없어질까봐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과 같다. 지역감정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서민들의 약점을 악용한 정치인들 때문에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이번 파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일반 국민들에게 '국익'이라고 하면 얻어질 것이 없지만 빼앗길까봐 근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이를 악용하고 있을지도 모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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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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