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 이국언
문제는 회사 돈을 횡령한 돈으로 취득한 주식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것. 이와 관련해 한국시멘트 비상대책위원회(김종한)와 주식을 인수한 남화산업 측은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주주명부상에는 아직까지 전 사장 이씨가 주주로 등재돼 있는 상태다. 아직 명의개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전 사장 이씨 소유였던 이 주식은 일찍부터 논란을 빚어 왔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198억원에 광주의 B사에 이 주식을 매도했다가, 법원이 한국시멘트 비대위가 제기한 주식 매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계약이 파기된 바 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도 지난 5월 한국시멘트 비대위가 남화산업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전 사장 이씨와 체결한 주식의 양도, 질권설정 등 일체의 처분 행위를 금하도록 판시한 상태다.
반면 지난 6월 2일 광주지방법원 민사 10부(오세욱 부장판사)는 주식 인수자 측이 제기한 임시 주주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신청과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받아들여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주주권리를 행사하도록 한 것이어서, 한국시멘트 경영권 다툼은 한층 혼미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한국시멘트 비상대책위원회는 전 사장 이씨가 취득한 주식의 부당성을 들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는 아울러 이씨가 남화산업 등과 체결한 주식 거래에 대해서도 원인무효를 주장하며 이 주식을 국가에서 몰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불법취득 한 주식, 회사 자산" VS "추징금으로 끝나, 적법한 거래"
| | | 범죄수익, 국가 몰수? | | | |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란,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 얻은 수익 등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그 수익의 전부를 몰수 및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지난 2001년 새로 제정된 법이다.
특정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건전한 사회질서를 유지하자는 목적이다. 마약, 성매매, 특정경제가중처벌에 관련한 범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법은 중대 범죄자 뿐 아니라, 그 정을 알면서도 범죄수익 등을 수수한 자에 대해서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 한참 세간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시멘트 비대위는 회사 돈을 빼돌려 취득한 이씨의 주식 82만여주가 전부 몰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 | | |
비대위는 "전 사장 이씨가 취득한 주식은 회사 시설 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뇌물로 얻은 31억원 4000만원과 회사 공금을 담보로 해 불법으로 조성한 자금 47억원으로 취득한 것"이라며 "사실상 회사 자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또 "남화산업 측은 이씨가 불법자금으로 취득한 주식인줄을 알면서도 구속중인 상태에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불법으로 취득한 주식인 만큼 매매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아울러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몰수 및 추징을 가능토록 한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들어 이 주식을 전부 국가에서 몰수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불법 취득한 주식으로 불과 옥중에서 몇 개월을 보내고, 200억원이라는 거액을 챙기는 것이 사회정의 상 맞느냐"며 "경제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라도 수익자체를 전부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식 인수측 최재훈 남화산업 대표는 "돈을 주고 정식으로 산 물건이 아니냐"며 "(한국시멘트 비대위측은) 불법주식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법으로 판결을 얻은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최 대표는 아울러 한국시멘트가 주식몰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미 (한국시멘트 전 사장 이씨의) 추징금으로 끝난 문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역 기업이라서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인수했지만, 못하게 하면 넘기는 수밖에 있겠느냐"며 주식매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안현주
| | | "상법(商法) 교과서 새로 써야 하나" | | | | "상법(商法)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지 모른다. 법정관리 기업의 사장이 회사 돈을 빼내 주식을 직접 사는 행위는 '자기주식 취득 금지' 조항에 걸리지만, 고의적일지라도 회사 CD(양도성예금)를 담보로 대출 받아 타인 명의로 취득한 주식은 괜찮다는 것 아닌가."
법원이 한국시멘트 전 사장 이씨로부터 주식을 취득한 남화산업-대호전기 컨소시엄 측에 임시주주 지위를 인정하고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하자 한국시멘트 비대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불법으로 취득한 주식이라도 의결권 행사는 괜찮다는 것이냐"며 "불법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을 법원이 나서서 가르쳐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자본금으로 주식을 사면 안되지만, 이리 저리 돈 세탁을 거친 돈으로 산 주식은 괜찮다는 것 아니냐"며 "한국시멘트 사례가 이 조항에 걸리지 않는다면, 이는 진짜 상법 교과서에 실려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길가는 초등학생한테 물어 보라"며 법원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내 볼펜을 훔쳐 간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서 내 볼펜을 사간 사람이 제 것이라고 우긴다면 (과연) 그 볼펜이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 | |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