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교육권연대, 인권위 점거 농성 돌입

'장애인 교육차별'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농성

등록 2004.07.05 15:01수정 2004.07.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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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교육권쟁취를 위한 장애인교육권연대(공동대표 윤종술·아래 장애인교육권연대)’가 5일 오전 11시 15분경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아래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장애인 교육차별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a 60여명의 장애인교육권연대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60여명의 장애인교육권연대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이철용


이날 단식농성에 참여한 사람들은 장애인교육권연대 관계자와 장애아동 학부모, 특수교육 전공 대학생 등 전국에서 함께 한 60여명이다.

농성단은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서울시청 앞 광장과 인권위 지하 주차장 등을 통해 삼삼오오 집결했다가 오전 11시 10분 일제히 인권위 건물 7층으로 진입했다. 진입과정에서 인권위 측은 단순 민원접수인 줄 알고 특별한 저지는 하지 않았다.

농성단 60여 명 기습적으로 농성 돌입

a 경남장애인부모회 윤종술 회장

경남장애인부모회 윤종술 회장 ⓒ 이철용

오전 11시 30분경 농성단은 안내석에 “우리는 지금 점거농성을 하기 위해 왔다”라고 구두로 통보한 후 7층의 탁자와 소파 등을 벽 쪽으로 이동시키고 중앙에 열을 지어 앉았다. 유리창과 벽면에는 “장애인 교육권을 보장하라”, “장애인 교육예산 6% 이상 확보하라”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농성단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도경만 특수교육위원장의 사회로 농성에 임하는 집회를 열었다.

경남장애인부모회 윤종술 대표는 “우리나라 통합교육의 현실은 특수교육교사 한 명만 배치하고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라는 실정이다. 특수교육진흥법에 배치하도록 되어 있는 치료교사 직업재활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는 배치되어 있지 않다”며 교육현장에서의 특수교육의 현실을 성토한 후 “정부의 해결을 믿고 진정서를 제출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야학에는 장애인들이 20-30년만에 교육을 받겠다고 찾아왔다. 그러나 이동이 힘들어서 정부에 지원을 해달라고 하니까 어떤 지원도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며 이러한 모든 책임과 아픔, 고통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아픔과 분노를 가슴에 담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왔다”며 이러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모두가 흔들림 없는 투쟁으로 함께 하자고 했다.


"장애인 교육 차별, 정부가 해결하라!"

a 뇌성마비장애인부모회 최낙건 회장

뇌성마비장애인부모회 최낙건 회장 ⓒ 이철용

한 장애아동의 부모는 “이런 자리에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은 결코 가정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후 “장애인 교육의 문제는 학교, 교육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예산 확보와, 지원체계를 세워야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가슴에 담아둔 아픔을 모든 참석자들에게 전했다.

뇌성마비장애인부모회 최낙건 회장이 “장애인의 부모는 장애아동이 태어나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장애인의 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에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유치원, 학교에 갈 때 사전에 입학시켜도 되는가를 협의해야 하고 학교에 같이 다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울분을 토하자 참석 부모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 회장은 “장애아동의 부모는 대부분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20-30대에 장애아로 인해 80에서 150만원까지 지출을 해야한다”며 “집안에서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사람들은 빈곤과 고통의 삶이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교육을 받기 위한 제반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하는데 나 몰라라 한다며 이제는 정부를 압박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농성 일정에 대해 김형수 사무국장은, 요구안에 대해 납득할만한 답안이 나올 때까지 단식농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전국적·조직적인 투쟁과 온라인을 통해서 사이버 투쟁도 동시에 진행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오는 15일에는 전국적으로 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하는 대규모 집회도 개최한다고 밝혔다.

농성단, ‘장애인 교육예산 6% 이상 확보’ 등 8개항 요구

농성단은 이날 집회에서 “정부는 더 이상 장애인교육차별을 외면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통해 ▲장애인교육예산 6% 이상 확보 ▲특수학교와 통합교육 현장에 치료교육 교사 확대 배치 ▲유아 및 중등과정의 특수교육기관 즉각 설치 ▲모든 국공립대학에서 장애인특별전형 실시하고 각 대학에 장애인 학생기구 의무화 ▲교육기회에서 배제된 성인 장애인교육기관(야학) 지원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에 장애 영유아에서 고등교육(직업교육)을 전담하는 장애인교육지원과 설치 ▲시군구 단위에 장애인 교육지원센터 즉각 설치 및 전담인력 배치 ▲장애인교육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즉각 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a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장애아동 부모, 특수교육 대학생 등 많은 참가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장애아동 부모, 특수교육 대학생 등 많은 참가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 이철용


인권위 관계자는 장애인교육권연대의 갑작스런 점거농성에 당혹스러워 하며 금일(5일) 중 간부회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가 장애인 교육권과 관련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책 권고도 조사작업 등 시일이 요구되기 때문에 당장 답변을 내놓을 수 없는 입장이어서 장애인교육권연대의 점거 농성은 해결의 실마리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정부는 더 이상 장애인교육차별을 외면하지 말라”
장애인교육권연대 성명서 전문

- 장애인교육차별철폐 단식 농성을 들어가며 -

장애인의 52.3%가 초등학교 졸업이하의 교육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인 교육은 무상교육이라고 온갖 선전을 하는 교육 당국의 작태는 무엇인가?

이러한 전국가적인 차별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과연 무엇을 하였는가? 장애인에게 교육을 박탈하는 것은 그들에게 숨쉬고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생명을 앗는 것일 진대, 장애인 교육의 선진화를 주장하는 지식인들과 특수교육,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그들의 이론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제껏 무엇을 실천했는가?

학령기 장애인 24만여 명 중에서 약 75%의 장애인이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교육기관이 없어서 가정이나 시설 등에 방치되거나 학교를 가더라도 언제든지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하는 곳이 지금 장애인 교육의 현실이다. 최소한 교육의 권리 사항들을 담은 특수교육진흥법은 선언적으로만 머물러 있으며, 정부와 교육 당국은 장애인 학생의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유,초,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과 교육기관을 만들어달라는 기본적인 요구조차도 경제성과 효율성의 자본 논리로 묵살하며 교육현장에서 장애인을 내쫓고 있다. 교육 받지 못해 노동하지 못한 채, 평생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살아야 하는 악순환에 국가가 앞장서서 장애인을 몰아넣고 있다 .

장애인은 이 땅의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는 국가가 기본적으로 보장하여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이다. 장애인 교육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을 교육할 능력이 스스로 없음을 교육 당국이 인정하는 것이고 정부 스스로 그 후진성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러한 교육 당국의 무능력과 정부의 후진성을 해소하고 장애인에 대한 막연한 박애이데올로기와 장애인 개인, 자족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인간승리이데올로기를 혁파하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 부모, 교사, 예비 교사등 장애인 교육 주체들이 완전한 장애인 교육차별 철폐를 위해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

1. 장애인교육예산 6%이상 확보하라.

2. 특수학교와 통합교육현장에 치료교육교사를 확대 배치하라.

3. 유아 및 중등과정의 특수교육기관을 즉각 설치하라 .

4. 모든 국공립대학에서 장애인특별전형을 실시하고 각 대학에 장애인 학생기구를 의무화 하라!

5. 교육기회에서 배제된 성인장애인교육기관(야학)을 지원하라.

6.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에 장애영유아에서 고등교육(직업교육)을 전담하는 장애인교육지원과를 설치하라.

7. 시.군.구 단위에 장애인교육지원센터를 즉각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하라.

8. 장애인교육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즉각 제정하라.

2004년 7월 5일

장애인교육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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