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힘으로 장애인 교육권 쟁취한다!"

전교조 교사 300여명, 정부중앙청사 앞 장애인교육권 쟁취 결의대회

등록 2004.07.12 11:35수정 2004.07.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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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원영만, 아래 전교조) 주최 “장애인교육차별철폐 및 장애인교육권쟁취를 위한 교사 결의대회”(아래 교사결의대회)가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온 많은 교사, 학부모 등 300여 명이 참가했다.

a 이날 집회는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교사들이 참가했다.

이날 집회는 전국에서 모인 300여명의 교사들이 참가했다. ⓒ 이철용


전교조 교사 300여 명, 전국 각지에서 상경 집회 참가

이날 집회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집회를 위한 무대를 설치하는 과정에 경찰 병력과 마찰이 있었다. 집회를 위해서 무대가 필요하다는 주최측과 무대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경찰측의 완강한 입장으로 밀고 밀리는 마찰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회 참가자들의 수가 늘어나자 경찰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무대 설치가 가능했다.

휴일을 맞아 집회장을 찾은 교사들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올라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전날 토요일 올라와 농성장에서 농성단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집회에 참가했다. 주말인 탓인지 곳곳에서 교사들이 어린 자녀들과 손을 잡고 참가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들이 둘러싼 가운데 치러진 이날 교사결의대회는 대구지부특수교육위원회 박용주 정책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집회장 앞에는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해 11일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농성 일주일째를 맞고 있는 ‘장애인교육원쟁취를위한 장애인교육권연대(아래 장애인교육권연대)’ 경남장애인부모회 회장 윤종술 공동대표와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 도경만 집행위원장이 함께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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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찬 노래와 율동으로 꾸며진 식전행사에 이어 시작된 본행사는 민중의례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비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시작되었다. 사회자는 결의대회 시작과 함께 7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윤종술 회장과 도경만 위원장에게 박수와 함성으로 격려해 달라고 요구했고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열정적인 함성으로 두 사람을 격려했다.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 "장애인 차별 철폐는 인간해방, 비장애인 해방"


a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 ⓒ 이철용

대회사를 맡은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은 “헌법에 모두는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경제논리로 교육예산을 확보하지 않는 교육부의 정책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원 위원장은 “우리가 나서서, 이 땅의 모두가 나서서 차별을 철폐할 때 인간의 해방, 장애인 해방, 비장애인의 해방이 있을 수 있다. 장애인 인권보장은 비장애인의 인권보장과 다름이 없다”는 말로 모두가 함께 장애인 차별철폐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도경만 위원장은 농성경과보고를 통해 현재 청각장애인 대학생들이 장애인 교육권, 노동권을 알리는 전국 순회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도 위원장은 “교육현장에서 장애학생들이 차별을 받고 내쫓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증거가 불충분하다. 차별로 볼 수 없다’라는 판정을 내렸다”며, 교육 현장에서 장애인 차별이 이루어진 증거를 확보한다는 것이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분노해 인권위에서 단식농성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도 위원장은 “단식농성 첫날 교육인적자원부 연구관이 잠깐 다녀갔고, 5일동안 교육부는 나타나지 않았다. 국회와 다른 단체에서 압박을 하니까 교육부 특수교육보건과장이 농성장을 찾아왔다. 와서 대안은 5개년 계획에 밝혀놨다, 진행중이니 농성을 중단해 달라고 했다”며 교육인적자원부의 불성실에 분노를 토했다.

"60% 가까운 장애인들 교육 못 받고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게 현실"

a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 ⓒ 이철용

이어 연대사를 발표한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장애인 야학 교장을 하면서 핸드폰을 새로 구입한 야학생에게 축하 문자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한글을 몰랐던 야학생은 내게 무슨 내용을 보냈냐며 다시 물어온 적이 있었다. 우리의 현실은 이러하며 현재 60% 가까이 되는 장애인들이 초등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고 토로했다.

박 교장은 “교육받지 못한 장애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아무 것도 못한 채 가정이나 시설에 방치되어 살고 있다. 노들야학에는 대개 20살이 넘은 장애인들이 글을 깨우치려 공부하고 있다. 그들은 야학에서 글을 깨우치고 검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장애인 야학을 통해 "장애인교육은 단지 글을 깨우치고 검정고시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사회에서 차별 받는 현실을 직접 알아 나가고 이에 맞서 싸워 나가는 공부가 진정한 장애인 교육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이 사회에서 장애인은 이제껏 돈 있는 사람들의 자선의 대상, 착하고 순종 잘 하는 사람으로 동정 속에 살아왔다. 또한 정부는 장애인을 위한 정책들을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계속 미뤄오고 있다. 장애인은 더 이상 이러한 거짓된 사랑에 속아서는 안되며 세상을 바꾸는 사랑으로 장애인들이 투쟁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투쟁에 선생님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교사들과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부모들이 하나로 뭉쳐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a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공연도 이어졌다. <시계방향으로 박준, 노래공장, 전교조서울지부 문화선봉대>

이날 집회에는 다양한 공연도 이어졌다. <시계방향으로 박준, 노래공장, 전교조서울지부 문화선봉대> ⓒ 이철용

박 교장의 연대사 발언에 이어 전교조 서울지부 선봉대의 문화공연이 있었다. 서울지부선봉대는 지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공연 때 “더 이상 장애인의 날은 없다”고 했던 사회자의 말이 가슴에 남아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되었다며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지부 문화선봉대의 공연으로 집회의 열기는 달아올랐다.

윤종술 회장, "장애인 교육권 확보 때까지 단식은 계속된다"

이어 현재 단식농성 중인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의 발언이 있었다. 윤 공동대표는 계속되는 단식의 피곤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으로 정책을 만들어 나가자며 장애인의 교육권확보 쟁취의 그날까지 단식은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 공동대표는 발언 후 현기증과 저혈압으로 인해 행사장에 대기하고 있던 ‘행동하는의사회’에서 온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진통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윤 공동대표는 행사 내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가 결국 행사장 뒤편에 누워서 집회가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a 윤종술 회장이 일주일간의 단식농성으로 두통을 호소하며 누워서 집회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윤종술 회장이 일주일간의 단식농성으로 두통을 호소하며 누워서 집회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이철용

이어 전교조 경남지부 의령지회 현익섭 지회장의 투쟁사 발언이 있었다. 현 회장은 ‘치료교사 배치하여 장애인 교육권 확보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쟁발언에 앞서 "이번 행사에 투쟁사 발언을 부탁 받았을 때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그 후 교사로서의 죄책감과 반성으로 용기를 내어 결국 이 자리에 서게 되었다"고 심경을 고백했다.

현 회장은 “진행자인 박용주 정책국장이 이제까지 특수교사는 장애인 교육차별에 주체로 있었다는 말에 많은 것을 느끼며 반성을 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 140여개의 특수학교에 특수교사는 350명이 배치되어 결국 80명의 장애학생에 특수교사 1명이 배치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장애인교육의 현실은 투쟁을 통해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 이러한 현실에 이제 교사들도 발벗고 나서서 장애인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힘을 모으자”라고 밝히고 “투쟁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외침으로 투쟁사를 마쳤다.

이어 전교조 대구지부 특수교육위원회 김재철 위원장은 “단식은 죽음을 담보로 투쟁하는 것이다. 그만큼 단식투쟁은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하는 마지막 대안이다”라며 이러한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은 장애인 교육권 확보의 절박함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이 선생들의 승진의 도구로 쓰여지는 현실을 보며 장애인교육권 확보 투쟁을 결심하게 되었다며 힘찬 투쟁의지를 보였다.

이어 박준씨의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공연 내내 3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장애인교육차별철폐, 장애인교육예산 6% 이상 확보”라고 적힌 피켓들을 흔들며 하나가 되었고 모두의 마음에는 투쟁 열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교사들 결의문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다닐 수 있는 학교 만들겠다"

마지막으로 전교조 충북지부 특수교육위원회 유남길 위원장이 결의문을 낭독했다. 바닥에 앉아있던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들고 있던 결의문을 함께 읽었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결의문을 통해 “이 땅에 학령기 장애인 24만여명 중에 약 75%의 장애인이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교육기관이 없어 가정이나 시설에 방치되거나 학교를 가더라도 쫓겨날 각오를 하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라며 현실의 심각성을 말했다.

a 집회 참가자들은 2시간동안 흐트러짐 없이 장애인교육차별 철폐에 대한 의지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2시간동안 흐트러짐 없이 장애인교육차별 철폐에 대한 의지를 높였다. ⓒ 이철용


또한 “교육받지 못한 장애인은 결국 노동을 하지 못하고 평생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교사들이 투쟁에 나서 교육당국의 무능력과 정부의 후진성을 해소하고 가족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학교현장이 아닌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교육지원법 개정을 위한 투쟁을 할 것이다”라는 교사들의 굳은 의지를 담았다.

이번 교사결의대회의 요구사항은 장애인교육권연대의 단식농성 8대 요구사항과 동일한 것으로 ▲ 장애인교육예산 6% 이상 확보 ▲특수학교와 통합교육 현장에 치료교육교사 확대 배치 ▲유아 및 중등과정의 특수교육기관 즉각 설치 ▲모든 국공립대학에서 장애인특별전형을 실시하고 각 대학에 장애인 학생기구를 의무화 ▲교육기관에서 배제된 성인장애인교육기관(야학)을 지원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도교육청에 장애인교육 지원과 설치 ▲시군구 단위에 장애인교육지원센터를 즉각 설치하고 전담인력 배치 ▲장애인교육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즉각 제정 등이다.

"교육현장 장애아동 너무 모른다" 집회 참가자들 이구동성

이 날 행사가 끝날 무렵 굵은 빗줄기가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많은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지역별로 집결해 서로간의 투쟁의지를 확인했다.

이 날 행사에 참석했던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희연씨는 “학교에서 장애인 교육권 쟁취와 관련한 사이버 시위와 선배들을 통해 장애인교육 현실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오늘 결의대회에 참석했다”고 참가 취지를 밝혔다.

a 이날 집회에는 특수교육 관련 대학생들도 함께 했다.

이날 집회에는 특수교육 관련 대학생들도 함께 했다. ⓒ 이철용

대구에서 일반초등학교의 특수학급 교사로 있는 이자민씨는 “일반학교 현장에서는 일반학급의 교사들조차 장애학생들에 대한 의식들이 없다. 현재 12명의 발달장애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데 일반학급 교사는 학생수가 적어 수월하겠다며 장애학생 교육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말했다.

이씨는 “지금은 보조원이 한 명 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 12명을 돌봐야 했다. 이것도 부모들의 항의투쟁을 통해서 가능했다. 하지만 아직도 12명의 학생들은 반쪽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차별 속에 있는 것이 마음 아프다. 일반 교사들이나 교장들은 학생의 수적인 면에서만 교육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장애인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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