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추가로 배치될 예정인 PAC-3미국과학자협회
최근 미국의 주한미군 재편 계획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 MD에 있다. 미국은 이미 작년 8월 말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을 추가로 배치한 것을 비롯해, 현재 오산·수원·군산에 모두 48기(6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올 가을에 광주광역시에 추가로 PAC-3와 PAC-2 등 16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현재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계획이 완료되면, 주한미군은 모두 64기(8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된다. 64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가운데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PAC-3의 수량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1개 포대에 PAC-2는 4기를, PAC-3는 16기를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64기의 패트리어트 가운데 PAC-3는 40~50기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PAC-3가 200기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미국이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근접 폭발 방식'을 채택한 PAC-2는 주로 신형 전투기 요격에,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를 채택한 PAC-3는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사용되며 사거리는 70km이고 고도 24km 내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이론'이다.
미국은 한국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과 함께,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고 불리는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를 이미 배치했다. 한미연합사에는 'CJTMOC'라는 기구를 만들어 MD 작전 교리를 개발해 오고 있으며, 을지포커스 렌즈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을 포함시켰다. 또한 올해 9월에는 최첨단 전투체계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을 동해에 배치할 예정이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관련 무기체계의 배치 및 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북한 및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전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전방 배치된 주한미군 병력이 일부 감축되고 나머지는 오산·평택기지로 후방 배치 되면 주한미군은 북한의 막강한 장사정포 사정거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만 무력화시킨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군사적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선제공격 능력을 배가시키는 것과 함께, MD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전략과 MD
미국의 한국 MD 배치 계획과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어떤 나라가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키겠다"는 이른바 미국의 '군사 수위전략(military supremacy strategy)'이다. 여기서 어떤 나라란 바로 중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21세기 미국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다른 나라와 동맹관계를 맺는 것을 예방하면서 중국을 둘러싼 국가들에 군사 기지를 확보하고, 이라크와 중앙아시아 등에 있는 에너지원을 사전에 장악해 중국을 압박하며,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경우, 중국에 대해 핵무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을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은 한미동맹 재조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에게 북한 방어 작전의 부담을 넘기면서 주한미군을 '기동군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육군 비중을 줄이면서 해공군력과 정보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이처럼 미국이 대중국 봉쇄 및 무력 개입의 전초기지로 한국을 삼고 있다면, 중국 역시 한국 내에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군사적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근 중국이 한국을 겨냥해 미사일 배치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이 대중국 군사전략의 차원에서 한국을 전초기지로 삼고, 이에 맞서 중국이 한국 내에 있는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배치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서부의 'MD 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