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편의 도덕 불감증 때문"

[현장] 인사청탁 당사자 김효씨 5일 기자회견서 입장 밝혀

등록 2004.07.05 20:47수정 2004.07.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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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정동채 문화부장관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한 청탁당사자로 지목된 김효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5일 오후 정동채 문화부장관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한 청탁당사자로 지목된 김효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동채 문화부장관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 청탁당사자로 지목된 김효씨가 5일 오후 7시경 서울 태평로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효씨는 먼저 "면목이 없고 국민여러분께 죄송하다"며 "무엇보다 권력에 청탁을 한 것처럼 비쳐진 것에 대해 더욱 뵐 낯이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그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것에 대해 "그동안 조사에 임하는 과정이라 밖으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그랬다"며 기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의 주요원인으로 본인을 포함한 남편인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의 '도덕 불감증'을 꼽았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엄격함이나 도덕성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고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라며 "저와 남편은 이 정도 밖에 안되는데 정치권 실세로 보도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서영석 대표에 대해 "정권 실세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라 개혁 지지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그렇다고 이번 문제에 대해 면피하고 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청탁 같은 것에 대한 우리시대의 불감증이 저를 통해서 시범케이스로 드러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번 기회에 저도 반성하고 모두가 반성해서 '청탁 불감증'을 갖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전화위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태와 관련 "6월 중순에 약 1주일 동안의 짧은 기간에 사태가 일어났다"며 경위와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씨가 설명한 사건경위는 청와대 조사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1차 전형 합격소식을 들은 김씨가 합격에 도움이 될 사람을 찾다가 오지철 차관이 정진수 교수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오 차관과 심광현 교수가 친분이 있다는 것을 접한 뒤 심 교수에게 자신의 지원을 잘 얘기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됐다는 것.


이에 심 교수는 오 차관에게 김씨를 잘 봐달라는 요지의 말을 전했고, 오 차관은 정 교수에게 역시 이같은 요지를 전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후 정 교수가 오 차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오 차관에게 누구의 부탁이냐고 물었고, 이에 오 차관이 김씨가 거명한 정동채 장관의 이름을 댔다는 것이다.

한편 김씨의 남편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는 5일 오후 대표직을 사퇴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처음에 해명할 때 심광현씨는 왜 거론하지 않았나?
"그분까지 거론되면 전화를 잠깐 해준 것인데 너무 죄송해서 그랬다. 그분이 빠져도 전체 그림에서 지장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청와대) 조사에서는 안나올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오 차관이 좋은 뜻으로 도와줬는데… 저는 벗을 옷이 없어 못 벗고, (오 차관에게) 죄송하다."

- 심광현 교수의 역할이 이번 사건에서 굉장히 중요하지 않았는가.
"오 차관이 정 교수에게 추천하겠다고 말한 것은 오 차관과 심 교수의 친분 때문이다. 심 교수와 오 차관이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부탁을 들어준 것이다."

- 왜 그런 중요한 분을 말하지 않았는가.
"궁극적으로 (심 교수가) 주체는 아닌데 한 분이라도 보호해줘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한 사람도 보호할 수 없더라."

- 그런 부탁을 '청탁' 개념으로 생각하지 못했는가.
"'청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추천'으로 여겼다. 교수임용 때는 관련분야의 명망가 추천을 필요로 한다. 그것(추천)을 구술로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불감증 중의 하나였다. 그런 죄의식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인 듯하다."

- 심광현 교수는 어떻게 알게 됐는가?
"지난해 전통예술원 공채에 지원했는데 거들어줄 사람이 없을까 찾다가 알게 됐다. 남편이 심 교수를 안다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얘기해 찾아갔다. 그런데 안됐다. 이번에도 심 교수가 흔쾌히 말해주겠다고 한 것은 그때 안 된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 정진수 교수는 언제부터 알았는가.
"오래됐다. 2~3년 전 같은데 성균관대 산하 공연예술연구소 소장으로 정 교수가 있을 때 연구원으로 1년 정도 있었다."

- 그때 정 교수는 (김효씨) 남편이 뭐하는 사람인지 몰랐나.
"모르고 있었다. 이번에 만났을 때 남편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더라."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고 있는 김효씨.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고 있는 김효씨.오마이뉴스 권우성
- 심 교수에게 '청탁'했을 때 남편은 개입되지 않았는가.
"'청탁'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청탁'이라는 것은 금품수수 등을 매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심 교수에게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한 것이다."

- 그럼 남편이 처음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인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남편이 그 정도 인물밖에 안된다. 자기 엄격성이나 도덕성 면에서 보통사람 이상이 못된다."

- 그렇다면 정 장관은 결백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정 장관은 완전히 빠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 속에서 이뤄진 해프닝이다."

- 그럼 정 장관이 명예훼손 소송을 걸어야 할 사람은 정 교수가 아니라 서 대표, 김효씨, 오 차관 등이 아닌가.
"그런 법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처음에 펄쩍 뛰었던 것은 정 장관이 전혀 관계되지 않았는데 정 장관을 거론하니까 완강하게 부정한 것이다."

- 남편이 거짓말할 때 왜 침묵했는가?
"잘못됐다. 거짓말을 보면서도 묵인한 것은 그 때 정 장관이 오 차관에게 직접 청탁했다는 부분이 강렬하게 집중 이슈로 뜨니까 예민해서 그런 것 같다."

- 정교수 주장 중 틀린 내용이 있는가.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정 교수가 '서 대표가 정 의원에게 부탁했고, 정 의원이 오 차관에게 애기했다고 김효가 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 교수가 처음에 잘해줬고 지금도 그 부분을 고맙게 생각하는데 '부탁하는 사람이 당당하게 임용을 요구하더라'고 언론에서 얘기한 부분은 오해이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하니 정 교수가 그렇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됐다."

- 오 차관은 정 장관에게 임용부탁 얘기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었는가.
"그렇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가볍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 우리시대의 불감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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