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사실을 돈 내야 확인해준다고?

3차의료기관 '확인서'에 병명이 기재되지 않는 이유

등록 2004.07.08 15:26수정 2004.07.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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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입원이나 수술 치료를 받을 경우에는 확인 서류를 발급 받는다.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겠지만, 주로 증빙서류로 사용하게 되며 확인 서류에는 입원사실확인서와 수술확인서, 진단서 등이 있다.

진단서의 경우 의사가 돈을 받고 허위로 작성을 해줘 물의를 빚었던 일도 있듯이 가끔 사회 문제로 보도되기도 한다. 그만큼 진단서는 경제적인 부분(보상금, 합의금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에 비해 입원사실확인서는 입원한 일자와 병명 등을 기재, 말 그대로 입원한 사실을 확인해 주는 서류이다.

얼마 전 아이가 병원에 입원을 했다. 동네 병원에서 며칠 치료를 받다가 별 차도가 없어 규모가 큰 대학병원으로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입원 치료를 권했다.

아내와 난, 특히 아내가 입원이란 말에 많이 놀랐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큰 병이라기보다는 목에 염증이 생겨 아이가 탈진의 염려가 있고 열이 많이 올라갈 수도 있으니 며칠 치료하면 깨끗하게 나을 거라며 안심시켜 주었다.

나는 다행히 지금껏 크게 병원 신세를 질 일은 없었다. 이번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분들의 수고를 보며 그간 병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내 생각은 정말 그저 편견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며칠 후 아이는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퇴원 수속을 하고 아이의 보험금 청구를 위해 입원사실확인서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입원사실 확인서에는 왜 입원했는지 병명이 나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진단명이 기입되어 있는 건 진단서뿐이라며 필요하면 진단서를 발급 받으라는 것이었다. 진단서 발급 수수료는 만원이었다. 순간 그 말은 "왜 입원했냐구요? 궁금하시면 돈 내고 확인하세요?"라는 것으로 들렸다.

a 입원사실확인서

입원사실확인서 ⓒ 박연규

직원에게 더 물어보려 했지만 별다른 대답을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보험회사에 확인해 보니 아이가 입원한 건에 대해 3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청구서류에는 진단서나 입원사실확인서나 상관은 없지만 입원일자와 병명이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내가 "진단명이 누락되어 있다"고 하자 "추가로 기재할 경우 병원 직인이 찍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입원사실확인서에 진단명이 기입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다른 병원은 입원사실확인서에 진단명이나 수술명을 기재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당 대학병원 민원실에 전화를 했다.

"왜 다른 병원은 입원사실확인서에 진단명을 기재해 주는데 그 병원은 기재해 주지 않나요?"


민원실 직원은 대학병원과 같은 3차의료기관은 원래 입원사실확인서에는 진단명을 기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우리 나라에는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이 있다. 1차의료기관은 동네 의원이나 보건소 등이고 2차의료기관에는 00병원이라고 불리는 일정한 진료 과목과 병실, 인력을 갖춘 병원이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3차의료기관은 대학병원과 대형 병원이다.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도청 담당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3차의료기관이 발행하는 입원사실확인서에는 진단명을 기재할 수 없는 것이 법제화가 된 것인지 아니면 병원 자체적인 규정인지 문의했다. 담당 공무원은 대답을 곧바로 하지는 않았고 확인하고 전화주겠다는 말을 했다.

얼마 후, 나는 대학병원 원무과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도청 공무원이 그쪽으로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빠른 회신에 조금은 놀랐다. 나는 다시 입원사실확인서에 추가로 진단명을 기입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원무과장은 다른 의료기관과의 형평성과 내부적인 이유로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이런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어쩔 수 없다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 진단명은 기재할 수 없다고 입원사실 확인서 아래에 적혀 있다.

진단명은 기재할 수 없다고 입원사실 확인서 아래에 적혀 있다. ⓒ 박연규

입원사실확인서에 병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돈을 내고 진단서를 발급받고 있다. 진단서를 발급 받던 어느 보호자는 "병원 돈 버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며 돌아서며 쓴 소리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은 "입원사실확인서가 여관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냐, 왜 병명을 기재하지 않느냐"는 말로 꼬집었다.

의료보험 혜택을 받긴 하지만 병원비는 서민들에게 많은 부담이 된다. 거기에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진단서 발급 비용을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다. 입원사실확인서에 어떤 이유로 입원을 했는지를 기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3차의료기관이란 이유로 입원사실확인서에 진단명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어느 보호자의 말처럼 입원확인서가 진단서와는 달리 무료 발급이기 때문이 아니기를 바라며 서민들을 위해 하루 빨리 입원사실확인서가 제 노릇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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