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소중한(?) 쓰레기들이여

아날로그형 인간의 디지털 분투기(10)

등록 2004.07.09 08:02수정 2004.07.0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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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로부터 단단히 화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야, 넌 메일도 안 보니?"
"왜 그래?"

뜬금없이 아침부터 메일 타령을 왜 하는가 하는 생각에 이유를 물었더니 모임을 알리는 내용을 나에게 보냈다는데 도통 감감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이상한 생각에 메일함을 차근차근 훑어보니 과연 쌓이고 쌓인 그 끔찍한 쓰레기 속에 친구가 보냈다는 그 메일이 휴지통에 얌전하게 숨어있었다.

요즘 들어 3배는 더 많아진 스팸메일을 제거하는 와중에서 어찌어찌 스팸메일 틈에 묻혀서 사망신고를 받았던 것이다. 이쯤 되면 스팸메일은 스팸메일을 넘어 산업 쓰레기(?)로 타락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고 이 글이 포털뉴스에 실리게 되면서 공개된 내 이메일 주소를 통해 무수히 많은 스팸메일이 떼거지로 밀려들어온다. 심할 때는 1초에 10통이 넘을 정도로….


그나마 광고, 홍보라 양심적으로 글머리를 붙힌 메일들은 필터링을 통해 사전 제거되었는데도 그 모양이니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본다.

신종 산업쓰레기, 바이러스 첨부 메일과 음란성 메일

정말 한발 양보해서 이러한 종류의 메일들이 단순한 홍보성이나 상품 판매를 위한 안내메일이라면 그냥 "세상 먹고 살기 힘들어서겠거니" 하고 충분히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바이러스 덩어리를 잔뜩 담은 정체불명의 파일을 첨부하여 들어오는 메일과 바로 호환, 마마보다도 청소년들에게 더 무섭다는 음란성 메일이다.

와! 이쯤 되면 편리한 디지털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정말로 끔찍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신종 산업쓰레기이다. 산업쓰레기들이란 원래 만지기만 해도 오염되기 때문에 대부분 읽지 않고 바로 삭제해버리지만, 이런 쓰레기들이 많다보니 정말 전달되어야 할 메일이 잠시 착각에 의해 읽혀지지도 못한 채 가끔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불행한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쓰레기 속에서 보석을 찾는 마음으로

그렇게 끔찍하면 메일을 안 보고 계정 자체를 아예 없애면 되지 않나 하고 반문하는 이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그런 식의 얘기는 21세기 디지털 세계에서 새로운 무인도에 갇혀 사는 21세기형 신 로빈슨 크루소가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주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정말 힘든 일일 것이다.

또 하나, 내가 메일을 안 보고 계정 자체를 없앨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러한 끔찍한 쓰레기들 속에 섞여서 들어오는 보석처럼 빛나는 격려성 메일이나 질책성 메일들 때문이다.

격려성 메일이든 질책성 메일이든, 이 모두 내 글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단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에 결국 요즘 나는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보석이라는 생각으로, 하루에 수백 통씩 오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찾느라 메일을 일일이 하나씩 지우는 노동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우리 나라 모 가전회사 제품 중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고 광고한 냉장고를 본 모 해외 신문이 '쓰레기 메일이 쌓이는 냉장고'란 표현을 썼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글쓴이가 오죽 그런 종류의 메일에 시달렸으면 인터넷 소리만 들어도 마치 파블로브의 개처럼 반사적으로 쓰레기가 떠오를까?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지만, 웃을 만도 아닌 것이, 쓰레기성 스팸메일은 전세계적으로 이미 인내의 한도를 넘어설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도 내일도 나는 끔찍한 쓰레기더미 속에서 아름다운 쓰레기(?) 아니 보석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무리 괴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처럼 여전히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쓰레기함(?) 아닌 메일함을 뒤져서 정리할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아니 끔찍한 쓰레기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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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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