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예술기행> 표지열림원
곽재구의 <예술기행>은 그의 전편(前篇)인 <포구기행>과 많이 닮아 있다.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시인이 그리워하는 '예술의 거장'의 흔적과 그들의 원류를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세상의 가장 부드러운 이불자락인 섬진강의 모래를 등에 지고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은 그대로 램프의 꽃밭이었다.'
첫머리에 쓰여진, 이 아름다운 한 문장을 계속 되뇌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가 얼마나 고운 눈을 가진 사람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성복, 신동엽, 정약용, 김환기, 박인환, 이청준, 한승원, 윤이상 등 이 땅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예술가들의 삶의 한 자락을 실감하게 된다. 시끌벅적한 이러저러한 문학 답사가 아닌, '여행가'라는 또 다른 직함이 어울릴 듯 도처에서 그 지방의 옛 정담들을 풀어 인연의 고리들을 펼치는 재주를 만나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다.
동네 미용실에서 죄다 같은 모양의 파마 머리를 한 시골 아낙들, 육자배기를 구성지게 풀어 차의 맛을 한껏 달구는 카페 여인, 칠순이 다 되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귀를 가진 진도의 소리꾼 할머니…. 거기 '사람'이 있어 삶이, 문학이, 예술이 떳떳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의 참맛을 농익게 전해주는 곽재구 시인, 그를 만나는 것은 여행의 본질을 다시금 묻는 '마음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문학의 의의를 수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