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수염을 바라보면 긴 머리 나폴거리며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쏘옥 숨던 그 가시나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그 가시나의 머리도 염색을 했으면 이와 꼭 같았으리라이종찬
내가 태어나 자란 창원군 상남면 동산부락에는 옥수수가 아주 귀했다. 우리 마을사람들은 곳곳에 텃밭과 다랑이밭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옥수수는 잘 심지 않았다.
앞산 가새와 뒷산 곳곳에 다랑이밭을 몇 마지기나 가지고 있었던 우리집에서도 옥수수는 좀처럼 심지 않았다. 우리집에서는 주로 고구마와 무, 배추, 열무, 상추, 고추, 파, 호박 등을 많이 심었다.
하긴, 우리 마을사람들이나 부모님께서는 애써 가꾸어 보아야 자리만 많이 차지하고 몇 개 달리지 않는 옥수수보다 다른 먹거리를 심고 가꾸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어릴 때 가끔 시장에 갔다가 알갱이가 촘촘히 박힌 노오란 옥수수를 바라보면 절로 침이 꿀꺽 하고 넘어갔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바라보면 더 갖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그 당시 우리 마을에서도 옥수수밭이 꼭 한군데 있긴 있었다. 좀처럼 보기 드물었지만. 그 옥수수밭은 그 가시나가 살고 있는 탱자나무 울타리 바로 옆에 사는 백씨 아저씨의 텃밭에 있었다. 그 옥수수밭은 내가 학교를 마친 뒤 소를 몰고 소풀을 베러갈 때 늘 지나치는 길목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옥수수를 넘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옥수수밭은 백씨 아저씨 집 싸리대문 울타리 옆에 있어서 수시로 백씨 아저씨네 가족들이 들락거렸다. 게다가 백씨 아저씨 집은 담장이 낮고 안채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밖에서 보아도 안채 마루까지 훤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