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 화랑에서만 봐야하나?"

'미술종합병원-즐거운 치유展' 준비하는 젊은 작가들을 찾아서

등록 2004.07.14 14:38수정 2004.07.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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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지연-장기샵

이지연-장기샵 ⓒ 현미발모

"현대미술 작품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까?"
"미술 작품은 갤러리(미술관)에서만 봐야하는 것일까?"


이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인 젊은 작가들이 있다. 현재 그들은 부산에서 3번째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 하고 있다. 이른바 '미술종합병원-즐거운 치유전'


말 그대로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한 달간 미술 전시를 한다는 것인데 병원 건물 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외벽, 주차공간, 엘리베이터까지 전시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심지어 의복까지 미술작품의 소재가 되어 입어볼 수 있다. 또 작품들도 입체, 유리조형, 설치, 영상작업, 퍼포먼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미술치료에 대한 워크숍'를 갖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거쳤다.

a 신주숙-나 어릴적에

신주숙-나 어릴적에 ⓒ 현미발모

생활 속 전시를 꿈꾸는 사람들

'현시대미술발전모임(이하 현미발모)'이라고 불리는 이들 젊은 작가들은 2000년 5월에 온라인상에서 모임을 결성해 일반인들이 현대미술의 난해함 때문에 접근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진보적인 미술작가들이다.

이들은 기존의 갤러리 전시를 탈피했다.

'생활속의 전시'를 추구하는 현미발모 작가들은 이미 2002년 부산대 의류상설할인 매장들을 중심으로 상업적 쇼윈도 공간을 대상으로 전시했던 '가라사니 진열장'전을 시작으로 2002년 경기도 안양의 석수시장, 스톤 앤 워터, 안양역에서 가진 2번째 전시 '생경-익숙하게 낯선 풍경'까지 전시 공간의 실험을 추구했다.


이러한 생활공간 속에서의 전시는 미술에 생소한 일반인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작가와 일반인 사이의 적극적인 교류를 이끌어 내 언론매체로부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 현미발모는 2004년을 기점으로 3번째 프로젝트인 '미술종합병원-즐거운 치유전'을 시작한다. 특히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이번 전시는 주 관람층이 일반인이 아닌 환자들이라는 점에서 새롭다. 특히 '미술치료'에 생소한 작가들에게 새로운 미술장르를 개척해나가는 도전정신이 필요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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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창-뢴트겐의 정원 ⓒ 현미발모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공모와 심사 도입, 작가의 능동적 참여유도

현미발모는 작가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위해 '인터넷 공모와 심사'를 도입했다.

기존 기획전시가 전문 큐레이터가 작가를 선정하는 방식이지만 이번 현미발모의 전시는 일반 작가들이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매력을 갖고 직접 현미발모의 인터넷 공모에 참여해 국내외에 거주하고 있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온라인상에서 심사를 받았다.

작가들이 전시할 작품 에스키스(회화에서 작품구상을 정리하기 위해 행하는 시작(試作)이나 밑그림)와 기존 작품들을 준비해 현미발모 홈페이지에 공모한 뒤 현미발모가 선정한 류병학(독립큐레이터, 독일거주), 이미정(작가), 이영준(큐레이터)등 국내외 심사위원들이 면밀히 심사해 작가 29명을 선정했다.

이렇게 뽑힌 작가들은 서울을 비롯해 천안, 전주, 대구, 대전, 부산 등 다양했다. 또 작가들의 구성도 미술대학교 학생에서 기존 전업 작가들까지 20~40대를 아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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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성-어머니인 ⓒ 현미발모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주 관람객인 환자들이 직접 전시회에 참여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이은주(미술치료사)씨는 환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받아 미술치료 '내면 속으로'라는 주제로 전시회 때 환자들의 그림도 함께 전시한다고 한다.

현미발모의 대표 변득수(27)씨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병원을 무대로 입체조형물뿐만 아니라 벽화, 유리조형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라며 "환자와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행사의 목적"이라고 전했다.

현미발모의 3번째 프로젝트 '미술종합병원- 즐거운 치유전'은 부산 사하구 하단동 프라임병원에서 10월 23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리게 된다.

"민박집 전시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현미발모 대표 변득수씨

▲ 현미발모 대표 변득수씨

-현미발모는 어떤 단체인가.
"현 시대 미술 문화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고자 하는 모임으로 특정 소수만이 향유하고 있는 현대 미술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단체다. 인터넷을 통해 지역과 연령을 벗어나 같은 뜻을 지닌 미술인들이 만나 오프라인에서 프로젝트를 실천해오고 있다."

-이번 세 번째 프로젝트인 '미술종합병원-즐거운 치유'는 어떤 내용인가.
"'‘미술종합병원 - 즐거운 치유전'은 작가 중심의 작업이 아니라 보는 관객(환자 중심)을 배려한 작품으로 미술이 지니고 있는 치유적 가치를 드러내고자 한다. 갤러리에서의 전시가 아닌 생활 속 전시는 보고 싶지 않는 사람도 작품을 보게 되므로 일반인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코드가 있는 작품이 될 것이며 참여 작가들과 지속적인 토론을 거쳐 작품이 완성될 것이다."

-이번 병원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가장 어려운 것은 장소 섭외였다. 올 2월부터 기획안을 들고 운영위원들과 병원들을 찾아 다녔다. 이번 프로젝트가 병원에도 도움이 될 텐데도 병원 측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원금 얘기를 꺼내는 순간 전시를 해도 좋다고 한 분이 다른 병원을 가보라고 하더라. 다행이 김광회 선배의 도움으로 6번째 섭외 끝에 하단의 프라임병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다시금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실천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미술이 일반인들의 삶 속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현미발모의 프로젝트는 진행될 것이다. 이번 달 17일 날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과 첫 프로젝트 회의가 있다.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1박2일로 회의를 진행하게 되는데 파트별 회의 및 뒤풀이를 하기 위해 송정의 게스트 하우스라는 민박집을 섭외 하게 되었다. 사장님께 미술전시하는 모임이라고 말하니 이곳에서도 전시를 해보라고 권하였다. 현미발모 운영위원들과 상의를 해서 결정할 문제지만 다음 프로젝트로 민박집에서 전시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다." / 정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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