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한국사회가 민주화되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태극기는 존엄한 위치에서 내려와 하나의 패션이 되었다. 태극기의 의미가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국가의 권위에서 시민의 가슴으로, 시민의 열정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러한 국가를 향한 애정의 발로는 '옛 시대의 강요된 애국심'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발적으로' 국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태극기의 의미 변화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단적으로 상징한다. 정권의 강력한 권력에 의해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는 '정치인 중심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시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시민사회의 시대'로 한국 사회가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가 주장하는 이념이나 정책이 아무리 근사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민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명백히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방식에 어긋나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이 모여 국가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국가는 반드시 상기해야 하며 그들의 의견과 자유를 존중하면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해나가야 한다.
지난 15일 한 일간지 국제면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실려있다. ▲ 필리핀 이라크서 철수, 내달 20일 예정서 앞당겨 전격 발표, 스페인은 철군 완료 ▲ 불가리아 인질 1명 참수 “20시간 내 미군억류 죄수 석방 안 하면 남은 1명 살해” ▲ “영국의 이라크 WMD(대량살상 무기) 정보 심각한 결함” ▲ 1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부에서 강력한 차량 폭탄 테러 발생.
이와 더불어 민주당이 오는 26일 열릴 전당대회에서 '국내적으로 강해지고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미국(Stronger at Home, Respected in the World)'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존 케리 상원의원 대통령 공식 지명을 밝힌다고 한다.
이 날 하루의 기사만을 본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이라크전으로 인해 어떠한 국제정세 속에 있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명분 없는 전쟁,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인 이라크전으로 인해 미국의 권위는 더 이상 실추될 수 없을 만큼 실추되었다. 이는 미국 상원정보위원회의 조사에 이어 영국의 버틀러 위원회도 대량살상 무기 정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기정 사실화 되었다. 또 필리핀을 비롯한 참전국들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철수를 하는 중이거나 이미 철수를 완료했다.